아, 어젯밤 왜 그랬을까…정치인들의 ‘취중진담’?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였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6일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술자리에서 말한 내용이 청문회 도중 공개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이완구 불가론’이 대두됐던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술자리 잔혹사’로 비춰질 만큼 그 후폭풍이 상당하다. 녹취록 공개 여부를 놓고 청문회가 중단-속개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견제’ 카드로 ‘친박 대권후보’라는 이미지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요서울]은 ‘술자리 잔혹사’로 인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인사들을 총집합해봤다.

이완구‘녹취록’파문…이준석-음종환 ‘음주발언 공방’ 논란

정치인들의 술자리 잔혹사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다. 잊을 만하면 하나씩 터지기 때문. 심지어 막말논란으로 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술자리 발언, 후폭풍 거세

이완구 국무총리가 술자리 막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 총리는 1994년 충남지방경찰청장까지 역임했으며 1995년 사표를 내고 신한국당 소속으로 15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선 자민련으로 출마했고, 제4회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항의해 지사직을 던졌고, 혈액암으로 인해 19대 총선에 나오지 못했다. 혈액암 완치 후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됐고, 원내대표를 거치면서 줄곧 총리 후보자로 거론됐다. 이씨 성에 총리의 영문 프라임 미니스터를 줄여 일명 ‘2PM(Prime Minister)’으로 불렸다.

하지만 공직생활을 거치면서 어렵게 쌓은 ‘공든탑’을 하루아침에 먹칠하게 됐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 총리의 술 자리 발언 여부 공개를 놓고 여야간 이견이 벌어졌고, 결국 야당은 녹취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는 “나도 대변인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하고 진짜 형제처럼 산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내가 이번에 김영란법. 이거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되겠어 통과 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지?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지? 욕먹어가면서 내 가만히 있으려고 해 가만히 있고, 하려고 해.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불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낙마를 부담스러워했던 야당은 물론 국민들조차 등을 돌리게 되면서, 청문회 내내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친박 대권 후보가 없었던 청와대는 ‘이완구 대망론’을 띄워 김 대표를 견제하려 했으나 물 건너간 형국이다.  

이 총리를 적극 도왔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과거 술자리 발언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 대변인으로 내정됐을 당시 기자들과 가진 술 자리에서 “너희들 정보 보고를 내가 다 알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고하지 말라.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기자짓 하지마”라고 말해 결국 대변인직을 곧바로 사퇴했다.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청와대 음종환 전 행정관도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공개되면서 당·청간의 갈등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그 파장은 상당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 전 비대위원이 음 전 행정관과 만난 자리에서 오간 대화 중 일부가 공개 됐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음 전 행정관이 그 배후로 ‘K·Y(김무성, 유승민)’를 지목했다”고 폭로했던 것. 당시 이 전 비대위원은 이 발언을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언론을 통해 ‘김무성 수첩’이 찍히면서 논란은 걷잡을수 없이 확산됐다. 음 전 행정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자, 사표를 냈다.

당시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본 회의장에서 의도적으로 ‘수첩’을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대표는 “의도적이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의도적이라고 보고, 김 대표의 청와대를 향한 역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김현, 최연희, 윤창중 등
논란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도 술자리 때문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김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와 행인을 폭행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농성을 하고 술자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안산 상록을 지역구를 점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상임위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회로 바뀌는 등 정치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야권 내에서는 “20대 공천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새누리당 최연희 전 의원은 ‘술자리 잔혹사’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술자리를 통한 막말 논란 등이 불거질 때마다 최 전 의원의 이름이 항상 거론되거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6년 최 전 의원은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당시 해당 술자리에서 옆에 있던 언론사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는 등 도를 넘는 행위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 다른 참석자들이 항의하자 최 전 의원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미안하다”고 말해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 전 의원은 모든 당직에서 사퇴했다. 더구나 ‘여기자 성추행’이라는 꼬리표가 지금까지도 따라다니고 있다.

‘술자리 잔혹사’의 하이라이트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꼽는 이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도 돼지 않은 지난 2013년 5월 윤 전 대변인이 술자리에서 여대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미국 현지에서 윤 전 대변인을 경질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해외 언론에 ‘세계 8대 굴욕 사건’으로 뽑혔을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결과가 이 사건에 묻혀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강용석 전 의원 등도 술자리에서 한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에서 퇴출당하는 등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방송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