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박 희비쌍곡선 그리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여의도 정치권은 두 계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 최대계파로 새누리당은 비박계,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친노계가 중심이 됐다. 두 계파의 차이점이라면 여권은 비박계 전성시대를, 야권은 친노계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야권은 박근혜 정부와의 정면 대응을 통해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오는 4월 재보선과 내년 20대 총선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까지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여야 최대 계파로 불리는 비박계와 친노계의 행보가 향후 어떤 모습일지를 놓고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여권, 대권 후보 따라 계파이동…대권후보 중심으로 몰리나?
‘원조친박’ 김무성 유승민 이어 20대 공천 앞두고 친박계 → 비박계로?

친노 문재인 당권 장악…친노 vs 비노 당 분열 소지 여전
친노 수장 정조준 통해 당 분열 막고 문재인계 띄운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자 고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계파정치다. 계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한국 정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계파정치다. 198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3당 합당 및 민자당 창당으로 인해 계파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여야는 지금까지도 계파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만 계파형성 과정에서 여야간 다른 점이 있다.

친박대학살→친이 대학살
다음 타깃은?

먼저 새누리당부터 살펴보자. 새누리당은 대권 후보를 중심으로 주류 세력이 재편되어 왔다. 1997년 이회창계, 2007년 이명박계, 2012년 친박계, 그리고 현재는 비박계(비박근혜)가 주류가 됐다. 실제 1997년, 2002년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이회창 전 총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김대업씨가 이 전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폭로, 대선에 패배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계와 박근혜 대통령의 친박계 간의 다툼의 벌어졌다. 2007년 대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는 정당정치 사상 가장 치열했던 대선 경선을 치렀다. 당시 친박계로는 김무성, 유승민, 김재원, 서병수 등이 핵심으로 꼽혔다.

그러나 경선 패배로 인해 친이계가 당을 장악했고, 18대 총선에서 ‘친박 대학살’이 진행됐다. 친박계에서는 ‘친박 무소속 연대’, ‘미래희망’을 통해 친박계 인사들은 총선에 출마했고, 박 대통령도 당시 “살아서 돌아오세요!”라는 말을 남겨, 친박계 인사들이 각계 약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인 19대 총선에서 친이계는 몰락했고, 친박계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18대 총선에서 친이계가 단행했던 ‘친박 대학살’이 ‘친이 대학살’로 되풀이된 격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대권을 잡으면서 ‘친박 전성시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집권 이후 새누리당 권력지도는 변화했다. 현재는 비박계 지도부와 친박계가 당의 권력을 나눠 가지고 있다. 특히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는 친박계 인사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대권 후보인 김무성 대표에게 친박계 인사들이 ‘러브콜’을 보내 비박계로 말을 갈아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도 적잖게 들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권 후보를 중심으로 주류가 재편되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국회의장 선거, 새누리당 전당대회,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투표에서 황우여 총리가 비주류 정의화 의장에게 46대 101로 참패했다.
또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서청원 최고위원은 비주류 김무성 대표와 당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격돌을 펼쳤으나 8.1% 차이로 밀렸다.

친박 몰락의 하이라이트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으로 분류된 유승민 의원이 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19표 차로 꺾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이 의원은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과 조를 이뤘지만 비박계 유승민, 원유철 조를 꺾지 못했다. 더구나 비주류가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증세, 복지 논쟁부터 당청 간의 보이지 않은 엇박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20%대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못하면 친박계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믿다가는 공천을 받더라도 민심이 흉흉해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박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서는 “김 대표가 혼자 전횡을 하려 한다”고 지적, 김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으로 갈길 먼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야당이 아닌 여당 내부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내에서는 내년 총선 때까지 박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율을 구축하지 못하면 친박계 인사들은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 155명 중, 최소 7명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과 결별을 암시하는 미세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이 때문일까. 요즘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친박이 어디 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여권 내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마무리될 경우 친박 역시 친이계와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공천권 때문에 당내 중심이 비박계로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친노, 당권 잡아도
속 타는 친노계

야권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노계가 다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이에 따른 친노와 비노 간의 해묵은 계파갈등을 하루 빨리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친노계의 태생을 보면 그렇다. 친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친노는 폐족”이라고 밝히면서 친노는 점점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친노가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2011년 민주당과 친노 시민사회 중심의 ‘혁신과 통합’이 통합하면서 야당을 장악했던 것.

비노계에서는 19대 공천 실패, 전당대회를 당시 불거졌던 ‘이해찬-박지원 담합’, 대선과정에서 비노계 소외 등이 친노 폐해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당내 친노 수만 80여 명에 달해 최대 계파임을 자임하고 있어, 비노계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친노 2선 후퇴론이 불거지면서 비노계인 김한길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할 만큼 야당에서 친노계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일례로 안철수 전 대표가 민주당과 통합한 뒤 다른 계파의 공격에 무너진 것도 자신의 계파를 등에 업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은 계파문제로 인해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2·8 전당대회 전에 비노계에서는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면 분당된다’고 말할 정도로 친노계는 당내 공공의 적이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전당대회 전후로 “친노계 해체”,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계파갈등의 심각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사실 문 대표는 ‘친노의 실체’는 없다고 줄곧 말해왔다. 문 대표 측근들도 “계파 의원들에게 어떠한 오더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 대표 측근들과 문 대표의 핵심인사들이 여의도 내 사무실을 얻어 당대표 경선을 준비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이인영 측 관계자들은 “문 대표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캠프가 없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친노 핵심인사들이 캠프를 운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노와 친노 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탓일까. 문 대표는 계파갈등을 의심해 ‘무지개 지도부’를 구성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4선의 추미애 의원,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내정했다. 또 전략홍보본부장에는 손학규계 이춘석 의원, 사무총장에는 손학규계 양승조 의원, 정책위의장에는 정세균계 강기정 의원을 선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노 인사들이 주요 자리에 발탁되지 않으면서 계파 해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친노계 내에서는 친노 문 대표가 당권을 잡았지만 ‘친노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친노계를 중심으로 친노핵심 인사들에 대한 ‘총선 불출마론’이 불거지고 있다. 친노 문 대표가 장악을 한 이상 친노계가 전면에 나설 줄 알았지만 내부에서는 친노계가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노계 계파 청산을 통해 ‘친노’가 아닌 ‘문재인계’를 띄우겠다는 복안”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표의 대권 행보를 위해서는 친노계를 먼저 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박계에서는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당 분열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계파갈등이 불거질 시 비노계에서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 당을 탈당, 국민모임 등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친노계 인사들만 남겨놓고, 신당 창당 등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공천 과정에서 ‘친노 2선 후퇴론’이나 비노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 불이익이 있을 시에는 여당과 달리 ‘당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

대권을 위해선
계파가 필요하다?

한편, 정치권 인사들은 계파청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한다. 우호세력을 결집해야 대권을 준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를 하는 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권을 창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그 결사체 격인 계파를 없앨 수 없다는 게 여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반해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계파 논리에 치우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기존의 계파적 의미가 희석될 수도 있다는 이견도 만만치 않다.

[박스기사] 이완구 총리 임명 그후…‘혹’ 떼려다 ‘혹’ 붙였다 

‘다목적 카드’에서 박근혜 정부 악재로~

우여곡절 끝에 국무총리 후보가 탄생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이 지난 16일 오후 진행돼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그러나 이완구 총리에 대한 삼행시부터 ‘완구라’라는 수식어까지 탄생하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본인 병역 면제 등에 대한 해명이 충분하지 못해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흠결을 남겼다.
게다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도 미지수다. 총선 출마 시 총리직을 1년도 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총선 불출마 가능성이 높지만 대권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를 견제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였지만 그 용도는 중도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부담이다. ‘정치적 효과’는 물론 이 총리를 안고 가는데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론이 이 총리에게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총리 임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51.9%에 달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38.7%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충청권과 부산, 경남, 울산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 전라도에서는 67.6%가 반대했고, 서울은 57%가 반대했다. 경기 인천 지역에서도 반대의견이 53.7%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의 텃밭인 TK지역(대구 경북)에서도 50.1%가 반대했다.(유무선 1500명 대상, 응답률은 8.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더구나 인사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박근혜 정부는 또 다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서 4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향후 국정 운영 동력도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도 더 이상 ‘청와대 방패막이’가 아닌 홀로서기를 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박 대통령이 위기를 돌파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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