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0년 11월초, 기업은행 서울 소재 한 지점에서 한 장의 예금잔액확인서가 발행됐다. 당시 강서구에 소재한 (주)코리아**사 명의로 된 이 예금잔액확인서에는 무려 179,872,000,000원이 입금이 돼 있는 것으로 <일요서울>이 확보한 자료에 나타났다. 석탄 등 광산개발 및 투자업을 하는 코리아사는 국내 영세기업으로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된 작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보유잔고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중국에 페이퍼 회사를 설립하고 예금 전부를 중국 회사에 투자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거액은 귀신처럼 사라져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 2010년 11월 초 예금잔고 확인서 귀신처럼 거액 사라져
- 중국 페이퍼 회사 설립 USD 1억6천만불 송금 계약


대중국 1,800억 원 상당 송금 미스터리의 시작은 2010년 10월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이사인 J씨는 서울 양천구 소재의 (주)코리아**사를 설립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자본금 2억원을 출자한 코리아사는 주식액면가 5000원짜리 16만주를 발행할 것을 게재하고 회사를 차렸다. 업종은 ▲ 광산 개발 및 투자업부터 ▲ 해외 투자업 ▲ 해상운송 및 주선 알선업 ▲ 석탄, 엘이디(발광다이오드) 도매, 무역 및 오퍼사업이라고 적시했다. 대표이사는 K씨를 비롯해 사내이사는 K씨, 또 다른 K씨, B씨를 구성하고 감사는 H씨가 맡았다.

광산개발 영세업체...급행료 7억원 지급?

그리고 같은해 11월1일 설립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K사는 기업은행 서울 모 지점에 예금잔금확인서를 요청했다. 대표이사 J씨 앞으로 발행된 이 확인서에는 무려 17,90억원 상당(USD 160,000,000)의 천문학적 돈이 예금된 것으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적시돼 있었다. 예금잔고확인서 영문 양식을 보면 지점 대리와 취금자가 실명으로 돼 있고 도장도 찍혀 있어 진짜 확인서처럼 보였다.

이후 K사는 이를 바탕으로 12월 27일 중국 광서자치국상무청에 급행료 7억원을 중국당국에 주고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해 이틀 만에 광서**사를 설립했다. 또한 한국소재 코리아사가 USD 160,000,000달러를 중국에 투자하겠다는 계약서도 작성했다. 코리아사는 중국 법인에 5,500백만달러를 자본금으로 해 허가 신청서에 첨부했다. 중국 법인의 대표는 역시 한국법인 대표와 마찬가지로 J 대표이사가 맡았다. 급행료 때문인지 중국에서는 12월28일 사업자등록증을 내줬다.

이에 본지는 천문학적인 돈이 예치될 때 기업은행 본점뿐만아니라 금융당국 그리고 중국으로 송금될 때에는 외환거래법상 금융감독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허가를 득한 후 송금할 수 있어 해당 금융당국에 문의를 해야만 했다. 언론사 특성상 자료 입수가 힘들어 야당 정무위 소속 의원실과 함께 조사에 나섰다.

기업은행 측, “계좌 있었지만 돈은…”

일단 기업은행 측에서는 “그런 거액의 돈을 예치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금액이 천문학적이라서 담당자가 기억할 수밖에 없는데 거액의 예금확인서를 발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코리아**사 계좌는 가지고 있었고 발행한 날짜와 담당자 그리고 J대표명의로 확인서를 발행했지만 천만원 정도의 예금확인서였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기업은행측에서는 “요즘 금융 사기가 날로 진화해 1000만원 상당의 예금잔액확인서를 부풀려 투자 사기를 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투자를 받기 위해 허위로 예금잔액을 조작한 전형적이 해외 사기범 수법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본지와 의원실이 원장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기업은행 측에서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한편 본지는 기업은행 측의 의혹 제기에 따라 양천구에 소재한 코리아**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회사의 문은 닫혀있었고 상호명도 바뀌어 있었다. 전화번호도 없어 통화도 불가능했다. 재차 중소기업청에 확인한 결과 (주)코리아**사는 2011년 9월8일자로 대표자가 J씨가 아닌 기존 사외이사로 있던 K씨로 돼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K씨는 한 달 보름도 안돼 대표이사직을 내놓았고 다시 대표 이사를 맡은 J씨는 상호를 L사로 바꾸었다. 다시 J대표는 2015년 1월16일에는 상호를 ***연구원으로 변경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결국 1800억원 상당의 돈은 귀신처럼 사라졌다. 기업은행측 주장처럼 사기범이 예금잔액증명서를 위조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예금이 돼 있었는데 사라진 것인지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야당에서는 회사가 석탄을 수입하는 자원개발 회사이고 발생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권이 ‘자원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시점을 들어 정권 차원의 모종의 ‘딜’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회사가 워낙 영세업체이고 금액 자체가 커 금융당국에서 모를 수 없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자원외교 허점 드러난 미완의 사기사건?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이상득-박영준 등 핵심 측근들을 통해 ‘자원외교’에 공을 들이는 것을 이용한 사기일 공산이 높다는 시각이다. 이름도 없는 작은 자원 개발사를 설립하고 거액의 자본금이 있는 것처럼 예금잔고 확인서를 조작해 중국 석탄 광산개발업에 진출, 주식을 우회 상장해 ‘먹튀’하기 위한 전형적인 주가조작 사기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거꾸로 이명박 정권에서 자원외교가 ‘묻지마식’으로 무분별하게 무계획적으로 투자가 일어나다보니 ‘돈 좀 벌어보겠다’고 사기꾼들이 대거 몰린 게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도 보였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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