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가고 김석동 올까…아직 변수 많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수장이 금융위원회로 떠나고 그 자리를 다시 전 금융위원장이 채울지에 금융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자 회장 후임으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사진)이 탄력을 받고 있어서다.

비록 김 전 위원장 본인은 관심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으나 마침 공직자 취업제한기간 해제가 맞물리면서 유력후보임을 부인할 수 없는 눈치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 특성상 장·차관급 대형관료가 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사 트레이드가 실현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스타급 대형관료 거쳐가는 자리로 굳어져
중앙회 등 특유의 옥상옥 구조 극복해야

현재 농협금융의 후임 회장으로 하마평에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인물은 단연 김 전 위원장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의 전임이었던 김 전 위원장의 무게감은 알려진 바와 같이 상당하다.

김 전 위원장에게는 금융위원장을 맡기 전 농협을 거친 인연도 있다. 앞서 2008년 옛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낸 후 쉬는 동안 농협경제연구소가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2010년까지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을 도와 농협의 신경분리 등을 고민했다. 다음 해인 2011년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 화려하게 관에 복귀했다.

이번에 금융위로 입성하는 임 내정자도 원래 뿌리는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한 초대형급 관료출신이다. 앞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될 때도 신 전 위원장은 쉬고 있던 임 내정자를 추천하며 고사한 전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 내정자는 2013년 농협금융 회장으로 오면서 민간 금융사에도 완벽히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KB금융을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농협금융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회자됐다.

금융권 민간 출신
CEO 기류 바꿀까

재미있게도 이 두 사람이 시간차를 두고 자리를 바꾸게 되면 농협금융으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일 수 있다. 그간 대형 금융지주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농협금융이 임 내정자로 인해 바뀐 것처럼 김 전 위원장에게도 이러한 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 김 전 위원장이 민간이 아닌 대형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은 다소 긴장하는 면도 있다. 애써 형성된 민간출신 CEO 선임 기류가 농협금융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뀔 것인지가 그 고민의 핵심이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특성상 대형관료 출신이 오더라도 타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농협금융이 중앙회라는 특수한 옥상옥 구조를 지고 있는 이상 웬만한 민간출신은 자리에 오더라도 물러나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비근한 예로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은 제갈공명이 오더라도 바꿀 수 없는 조직이라며 관료출신임에도 1년 만에 두 손 들고 자진사퇴했다. 더불어 초대 농협금융 회장이었던 신충식 전 회장은 은행장을 겸임하던 도중 100일 만에 회장직에서 자진사퇴한 바 있다. 

늦어지는 회추위
후보 선정도 시간 끌 듯

한편 농협금융의 회장 인선은 예상보다 늦어지는 모양새다. 애초 빠르게 꾸려져야 할 회장추천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상태다. 이에 농협금융의 느린 행보는 정치권의 또 다른 입김 등 변수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흘러나오고 있다.

세부적으로 후보군을 살펴보면 외부의 경우 김 전 위원장과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등 관료출신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등 민간 금융사 출신으로 나뉘어 있다. 이외에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등도 함께 물망에 올라 있다.

또한 내부출신 후보로는 김주하 농협은행장과 더불어 회장 직무대행 중인 이경섭 농협금융 부사장과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임 내정자가 금융위에 입성하지 않은 만큼 청문회와 정식 임명이 끝나야 비로소 후임 인선도 본격적인 가도를 달릴 요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으로서는 임 내정자의 금융위 행이 기쁘면서도 내심 이를 이을 만한 걸출한 후보 찾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일단은 직무대행 체제로 가면서 공과 시간을 들여 후임을 선정하겠지만 이와 별개로 정계의 압력 등 변수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
박스] 농협금융 CEO 연봉 얼마나
일반 시중은행 부행장 수준서열도 5위권 그쳐

농협금융지주는 타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중앙회를 머리에 이고 있다. 소위 말하는 옥상옥 구조로 인해 농협금융이 제대로 사업을 펼치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실제로 초대 농협금융 회장과 2대 회장은 각각 100, 1년 만에 두 손 들고 물러나기도 했다. 게다가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 내 서열도 5위권에 머무르는 데 그친다.

이는 대형금융지주의 회장들이 최상위에 올라 은행장과 계열사 CEO들을 지휘하는 것과 사뭇 다른 그림이다. 이러한 탓인지 농협금융 회장의 연봉은 일반 시중은행의 부행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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