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2015년 기획 주제를 ‘해방과 구속’으로 정한 국립극단이 첫 작품으로 <슬픈 인연>을 준비했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로 인한 죄의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이루는 이야기다. 연극 <슬픈 인연>은 자신을 옭죄던 과거에서 마침내 자유를 얻은 자의 인간미를 증명해 보이며 지나온 시대와 지금 시대를 감싸 안는 모습을 보여준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방’의 의미를 새롭게 규명하기 위해 올해의 주제를 ‘해방과 구속’으로 정했다. 어떤 것에 구속돼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이번 공연은 오는 4월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백윤석의 아버지는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아들을 남겨놓고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의 간호사와 일본으로 도주한다. 백윤석은 서울대 법대를 다니는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였지만, 아버지의 도피로 인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아버지가 간첩이라는 거짓자백을 한 후 풀려난다. 그 후 바로 군대에 입대하게 되고 제대한 후에도 그는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게 돼 꿈을 접는다.

지금은 전파상을 하며 살고 있는 백윤석은 아버지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김순임과 결혼해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색소폰 연주이다. 그의 친구 김주삼은 영화감독이 꿈이었으나 폐업 직전의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박혜숙이 운영하는 ‘첼로’ 라는 바에서 김주삼의 아들 김진구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자친구 민경연과 말다툼을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백윤석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박혜숙을 다시 만나게 된다. 백윤석은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그녀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한 편 파킨슨병에 걸려 투병 중인 그의 아내 김순임을 간호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순임은 박혜숙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간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죄의식에 갇혀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가는 주인공 백윤석과 그에게서 한 번도 살가운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의 처 김순임, 그리고 백윤석의 첫사랑 박혜숙과 김주삼 까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과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픔은 단지 그들의 청춘의 이야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지나온 한 시대의 상징인 동시에 세대를 지나 또 다른 억압과 구속에 맞서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각자의 상처와 스스로 놓은 마음의 덫으로 죽어가는 인물들의 패배적이고 고통스런 모습은 그 시대의 공기였고 표상이었다. 언뜻 낭만적으로도 비춰지는 풍경 속에는 지난날의 격정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극복해야 하는 과거 이지만 또한 그들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날이다.

우리 모두는 타인, 집단, 제도, 심지어는 변화하는 사회 현상으로부터도 상처 받는다. 대부분은 아물지만 덧나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아픔의 기억이 삶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살고 있으며 또한 서로 상처를 주고 받기도한 사이다. 비록 서툴고 보잘 것 없더라도 서로를 보듬으며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는 작은 배려야말로 힘든 삶을 지탱케 해주고, 나아가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는 믿음을 지니게 해주는 동력이다. 작가이자 연출 김광림은 이 작품이 사회와 시대로부터 개인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작품은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끝없는 고난과 갈등의 사회를 살고있는 모두에게 따뜻한 감성과 위로를 전한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은 R석 5만 원, S석 3만5천 원, A석 2만 원이다.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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