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 현장을 가다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용산을 비롯한 수도권에 주둔중인 주한미군의 평택이전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미군들이 떠나는 용산이나 이들이 새롭게 자리 잡을 평택 모두 부대 이전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현지 주민들은 이런 기대 못지않게 큰 우려를 안고 있다. 특히 미군들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확장될 평택미군기지 일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 것에 대한 허탈감이 크다. 또 미군부대가 확장되면서 생기게 될 다양한 문제들도 골칫거리다. 하지만 인근지역의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요서울]에서는 평택미군기지이전부지 일대를 직접 찾아가 봤다.

부대 이전이 내년인데…정부 예산 및 집행률 저조
이전 효과 극대화 하려면 주민과 함께 머리 맞대야

용산 미군기지 등을 비롯한 미군의 평택이전 대의명분은 주한미군부대 운용의 효율성 증대와 국토의 균형 발전 그리고 전국 곳곳에 산재한 미군부대로 인해 생기는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와 미군은 평택기지와 오산공군기지가 일본의 오키나와 및 괌 기지와 함께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미군의 허브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거시적인 프로젝트 때문에 당장 이곳에 살아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큰 불편이 따른다는 점이다. 지금도 미군기지가 있는 팽성읍과 진위면 일대는 각종 비행기 소음과 미군범죄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신의 삶의 터전까지 내줘야 하는 주민들의 입장이라면 앞에서 설명한 거창한 대의명분이 이들에겐 무의미하다.

부대 주변 아직도 공사중
수익형 부동산 거래 많아

평택 미군기지 확장공사 면적은 약 970만㎡다. 여기에 기존 캠프 험프리까지 합치면 1,400만여㎡에 이른다. 단일 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거주 인원만 따져도 4만4천명이다.

지난 19일 찾은 험프리기지 일대는 도로마다 덤프트럭과 각종 중장비들로 분주했다. 마을과 부대 게이트 사이에는 어김없이 중장비들이 움직여 다녔다. 새로운 길을 내기도 하고 도로를 포장하기도 하고 부대 확장과 함께 주변 제반시설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촉박한 시간을 맞춰야 해서 그런지 아직 도로 위 표지판도 제 방향을 찾지 못했다. 아무생각 없이 길을 쫓아가다가는 막힌 도로에 다다를 수 있다. 잘못 들어가면 복잡한 마을 안으로 헤매다 나와야 한다.

늦은 밤이 돼서야 기지 일대는 조용해졌다. 부대로 들어가는 게이트들이 닫히자 인적이 드물었고 밤이 되자 드문드문 차만 보일뿐이었다. 대추리, 도두리, 함정리 등의 인근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적막했다.

대추리 마을 안에는 아직도 과거 시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과 타지에서 몰려온 시민단체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찰시키기 위해 목이 터져라 ‘기지 이전 반대’를 외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돌 위에 새겨진 ‘단결’ 이라는 글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마을과 인접해 있는 미군부대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훤했다. 미군들이 사용하는 아파트도 보안상의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복도마다 층층이 불이 켜져 있었다. 군데군데 세워진 높은 철탑 위에는 적색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2년 전에 비하면 어느정도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당시처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진을 치고 있지는 않았다. 이미 주변 땅을 팔 사람은 팔았고 살 사람은 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캠프 험프리 정문인 안정리 게이트 앞 거리에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한 집 건너 하나일 정도로 몰려 있다. 당시만 해도 팽성읍 전체에 약 100곳이 넘는 곳이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내에 다 있는데
밖에서 돈 쓸까

현재 평택은 미군부대 부지 일대의 땅 거래보다 수익형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땅 거래는 이미 2년 전쯤 대대적으로 진행됐고 지금은 그 땅 위에 세워진 렌탈하우스 같은 수익형 부동산 거래 광고가 넘쳐난다.

하지만 실제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실제 거래도 지역 주민보다는 외지인과 더 많이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지역 주민들은 당초 미군부대 이전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실현될지 미지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군들이 거주할 미군부대 안에는 극장, 카페, 학교,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영내에 웬만한 시설이 다 있어 얼마나 많은 미군들이 평택 시내에 나와 소비활동을 펼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대 안 근무자들이 “영내에 없는 것은 여자 나오는 술집뿐”이라는 말에 접대부 있는 술집만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주민도 있다. 실제 지역주민들은 미군부대 이전 효과로 부대 인근지역이 용산의 이태원처럼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신장동쇼핑몰거리는 규모가 작은 데다가 캠프 험프리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낙후돼 ‘제2의 이태원’을 꿈꾸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대신 평택시는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 거리에 ‘안정쇼핑몰 예술인 광장 조성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주민들의 반발로 골치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고민은 미군들의 영내 외출 문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미군들의 영내 외출이 활성화 돼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군범죄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지는 만큼 지역 주민들은 대놓고 좋아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군범죄 늘고
집창촌 커질 수도

현재 평택에는 평택역 인근에 ‘쌈리’라 불리는 집창촌이 형성돼 있다. 성매매 특별법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은 미군 부대에서 차로 15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과거와 달리 실제 운영하는 업소는 줄었지만 ‘쌈리’에서는 여전히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19일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1시간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쌈리’는 대낮같이 밝았다. 쇼윈도에서는 여전치 지나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만약 용산 미군부대 이전이 완료된다면 이곳이 더 활성화 될 것은 뻔 한 일이다. 지역경제 살리자고 부분별한 성매매를 눈감고 있을 수 만도 없다.

이런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예산 및 집행률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평택시는 물론 주민들도 근심하고 있다.

정부가 미군기지 평택이전과 관련해 지원하기로 한 사업 예산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총 9개 분야, 87개 사업 18조8016억원이다. 하지만 올해까지 확보된 예산은 10조8282억원으로 57.6%에 불과하다. 농업·제조업·상업유통 등 8개 사업중 제조업의 경우 고덕·진위산단 등 공공 및 민자 사업비 투자확대로 204.7%의 높은 예산집행률을 보인 반면, 관광 및 여가는 12.3%, 도시정비는 40.1%, 교통물류는 50.8%로 상당히 저조한 예산 집행률을 나타냈다.

부지 확장한다고 주민들 내쫓을 때는 서두르더니 정작 예산 집행은 더디다. 주민들은 오늘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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