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흥망성쇠는 권력에 달려… 박근혜 정권과 악연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기업 비리 수사 의지가 확고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있었던 국무회의에서 방산비리 문제와 기업비리 수사 등에 관해 “이번에야말로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하며 “경제살리기에 있어서 우리가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례 없던 강경발언에 기업들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리기업에 대한 검찰의 칼끝이 전임 대통령들의 친인척 기업을 향하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제분·배합사료 전문기업 동아원이다. 검찰은 최근 동아원에 대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

동아원, 재무구조 개선 위한 몸부림, 계열사 남에게는 못줘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17일 동아원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브로커 김모씨를 최근 구속했다고 밝혔다. 동아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씨와 조현준 ㈜효성 사장의 장인인 이희상(70)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한마디로 권력과 돈을 모두 거머쥐었던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동아원은 내외적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주가조작 자금 전달 받고
주가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는 2010부터 2011년까지 동아원이 자사주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도록 돕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세조종 전력이 있는 김씨는 동아원과 동아원의 최대주주인 한국제분으로부터 대여금 등으로 가장해 주가조작에 필요한 자금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돈으로 지인들과 함께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수매수, 시가·종가 관여 주문 등을 통해 동아원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동아원은 2008년 사료업체 SCF(옛 신촌사료)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1천65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동아원은 2010년 자사주 30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군인공제회에 매각했고, 2011년에는 남은 765만주를 같은 방식으로 외국계 기관투자자에게 처분했다.

당시 동아원은 소액주주의 보유 지분과 거래량이 적어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고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0%가 넘는 물량을 시장에서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 등은 동아원 주식이 활발히 거래된 것처럼 꾸미면서 주가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해 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이같은 혐의로 김씨와 동아원의 전 대표이사 이모씨, 동아원 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동아원은 지난 2013년 검찰의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의 대대적인 비자금 추적 조사 때 비자금 유입처로 의심돼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천672억원 중 275억원을 부담하기로 한 바 있다.

신용등급·차입금 상환 위해
알짜 계열사 내다 파는 중

동아원은 현재 계열사 자금지원과 실적부진 등으로 인해 지난해 175억의 영업손실과 7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800%가 넘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기업이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동아원은 본업인 제분·배합사료를 제외한 비핵심 계열사들을 매각해 신용등급과 차입금 상환 등에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아원은 계열사로 한국제분, 나라셀라, 단하유통, 탑클라우드 코퍼레이션, 대산물산, 한국산업, 동아푸드, FMK, 운산학원, 단하 지앤비, 모다리슨, 동아엠, 해가온 등을 두고 있다.

지난 18일 동아원은 결국 마세라티와 페라리 공식 수입 판매사인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 지분 140만주 100%를 200억 원에 효성에게 매각했다. 2007년 설립된 FMK는 2013년 매출 540억원을 거뒀으며 지난해 수입차시장 확대 덕분에 매출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동아원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FMK를 내다 팔 수 밖에 없었다.

동아원은 탑클라우드 코퍼레이션과 서울 신사동 와인플라자빌딩 등 외식사업부문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탑클라우드 코퍼레이션은 탑클라우드와 더반 스테이크하우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2월 호텔신라가 외식사업에서 철수할 당시 동아원이 60억6300만원에 인수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탑클라우드 코퍼레이션과 와인플라자 가격은 250억~300억원 수준이다. 지분은 동아원 계열사 한국제분과 나라셀라가 각각 48% 가량, 43% 가량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이희상 동아원 회장의 장녀 이윤혜씨 등이 보유중이다.

이밖에 당진탱크터미널, 인천공장, 유기농사업체 해가온 지분 등도 매각 대상이다. 당진탱크터미널은 유류·화공약품을 보관·운송·판매하는 업체다. 동아원 지분율은 90.45%다. 동아원 인천공장은 부지 2만6932㎡ 규모의 제분공장이다. 해가온은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구축한 친환경 유기농 사업체로 동아원 지분율은 46.03%다.

동아원 ‘흑기사’ 효성
효성은 동아원 3대주주

동아원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흑기사로 나선 기업이 눈에 띈다. 바로 효성그룹이다. 효성그룹은 동아원의 사돈기업이다. 효성의 조현준 사장은 이 회장의 3녀 미경씨와 결혼했다.

효성은 동아원의 FMK를 인수했다. 현재 벤츠, 토요타, 렉서스 등 3개의 수입차 브랜드 판매권한을 지닌 효성은 FMK 인수를 통해 수입차시장 점유율을 더욱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의 2013년 수입차 판매 매출액은 5000억 원 가량이다. 지난해에도 상당부분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효성이 FMK를 인수한 것은 사돈기업을 돕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국내 고급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철저한 사업적 판단이라는 말이다.

FMK에서 판매하는 마세라티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 대비 469% 증가한 723대를 팔았다. 올해에는 인기 모델 ‘기블리’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70% 늘릴 계획이다. 페라리 역시 지난해 국내 사전예약 대수가 100대를 돌파했다. 2013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수입차 업계의 트렌드는 ‘메가 딜러’다.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한 회사에서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수입차 법인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각 계열사와 판매 및 서비스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효성의 FMK 인수 배경으로 효성의 주력 업종인 섬유 및 소재 사업이 자동차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드는 시각도 있다. 효성은 타이어의 소재인 타이어코드와 에어백 및 안전띠 소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다. 또 효성이 생산하는 탄소섬유와 폴리케톤은 완성차 업계에서 주목하는 자동차 신소재로 꼽힌다.

효성의 동아원 돕기는 단순히 사돈기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효성은 이미 2012년에 동아원의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ITX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동아원 지분 3.82%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효성ITX는 한국제분, 이희상 동아원 회장에 이어 3대주주가 됐다.

형식적으로는 사돈기업을 돕는 것이지만 결국은 효성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의 경영상태 정상화를 돕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통령의 사돈
화려한 혼맥 눈길

사돈관계인 동아원과 효성그룹은 각각 전두환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사돈관계다. 기업인과 대통령의 만남은 흔치 않는 조합이다. 그런 만큼 이들 두 기업의 성장에 두 전 대통령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많다.

눈길을 끄는 점은 동아원과 효성그룹,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정권과는 악연이라는 점이다. 

동아원은 현재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전 전 대통령은 불법비자금 환수를 둘러쌓고 박근혜 정권에서 가족들에 대한 압박수사로 결국 전 재산을 내놓기로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과 껄끄러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수사를 당하거나 친인척 기업이 비리수사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4대강 문제와 자서전 내용으로 인해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사돈의 사돈인 조석래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조석래 회장의 아들이자 이희상 회장의 사위인 조현준 사장의 아내 이미경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의 부인 이윤혜의 동생이다.

과거 이윤혜는 전 전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연희동 별채의 소유권을 갖고 있어 주목을 받었었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매입한 이 별채는 1996년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검찰이 압류했다. 2003년 추징금을 회수하기 위해 강제 경매에 들어갔는데, 전두환의 처남인 이창석이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16억원에 사들였다. 이것을 2013년 5월, 전두환 며느리인 이윤혜가 12억5000만원에 이창석으로부터 다시 사들였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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