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2014 한국연극 베스트7으로 선정된 <만주전선>2015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성을 확실히 인정받은 후의 귀환이기 때문에 관심이 뜨겁다.

<만주전선>은 대중의 역사의식과 인식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친일이라는 단어와 단정이 주는 파급력이 무시무시한 사회에서, 용기 있는 관점과 이야기로 관객의 감상을 넓힌다. 작품은 100년 전 이 땅에서 혹은 만주와 도쿄에서 살던 사람들을 단지 몇 가지의 틀로 가둬서 정의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를 옳고 그름으로 나누려는 정치적 강요가 오랫동안 우리역사를 불손하게 덮어씌웠다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만주전선이 90분간 드러내는 흐름은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서울연극제 슬로건에 알맞다. 진취적이고 교훈적인 연극이 관객의 정신에 희망을 안기는 것은 아니다. 불편함을 유발 시키거나 외면 받을지언정 사실을 조명하는 것이 연극의 할 일이다.
 
등장인물에게서 보이는 친일, 중립적 시각으로 근대사를 다루는 지식인의 서적이나 진보학자들의 서적만 읽어 보았더라도 크게 낯선 내용이 아니다. 6명의 인물들은 새로운 꿈을 찾아 조선의 비극으로부터 도망친 보통 사람들이다. ‘무의식적인 혹은 의도되지 않은 친일이란 없다는 현재의 사고체계로는 이들의 행위가 거북하거나 풍자만을 강조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주전선의 세밀하고 탄탄한 플롯과 대사들은 이들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관객들마저도 모종의 감정적 교류를 주고받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은 무너지는 조국을 향해 어떤 연민과 고통을 표현하지 않는다. 조선의 부활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인물마저도 애국 이전에 자신의 가문과 자신의 영광을 위한 각오일 뿐이다. 인물들이 조선을 한심하게 여기고, 비난 경멸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와 비슷하다. 정부 정책, 정치권, 시민 의식 부재를 지적한 기사를 읽을 때 대다수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비관하고 조롱한다.
 
만주전선 인물들은 메이지 유신으로 탈바꿈한 일본을 동경하면서, 일본인처럼 살고 싶어 하고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한 과정에서 한계와 좌절을 맛본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은 순도 높은 친일 정신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강하게 뿌리내렸는지를 맹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만주전선은 큰 테두리의 기록적 역사부분을 개성 있게 조명했음은 물론, 기록안의 개인사까지 균형 있게 집어넣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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