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정치인
2004년 박근혜, 정동영 → 2014년 안철수, 문재인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안철수는 10~30대, 문재인은 30/40대, 박근혜는 50대 이상에서 인기

10년 전만 해도 '뉴스'라고 하면 보통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매일 밤 9시 뉴스 또는 전국 일간지 기사 등을 우선 떠올렸지만,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지금은 클릭 한 번에, 초 단위로 새로운 뉴스가 쏟아진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치인, 역대대통령, 기업인이다.

대통령 직무 평가나 정당 지지도는 매주 정기적으로 발표되고 있으며, 현 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 넘게 남았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2014년 현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은 누구일까? 한국 갤럽에서 전국의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을 물은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철수(9%),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문재인(8%), 현 대통령 박근혜(7%)가 각각 선호도 1%포인트 차이로 1, 2, 3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의원은 10대부터 30대까지, 문재인 의원은 30대와 40대, 박근혜 대통령은 50대 이상(특히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 다음은 전 대통령 노무현(4%),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3%) 순이었고, 박원순(2.4%), 박정희(2.3%), 박영선(2.2%), 정동영(2.1%), 김한길(2.0%) 등 5명이 모두 선호도 2% 초반으로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상위 10명 중 박근혜, 김무성, 박정희 3명만 현 여권 계보에 속하며 나머지 7명은 야권으로 구분된다.

2004년 조사에서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선호도 7%로 공동 선두였고,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고건 국무총리,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포함됐었다. 지난 10년 사이 고건, 유시민은 정계 은퇴했고 노무현, 김대중, 김근태는 유명을 달리했으며 2010년 이후 정계 진출한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이 선호 정치인 상위권에 자리잡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은
2004년 박정희(48%) → 2014년 노무현(32%)
- 그 다음은 박정희(28%), 김대중(16%), 박근혜(5%), 이명박(3%) 순

1948년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3대까지 역임한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재의 18대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 현직 대통령은 총 11명이다. 그 중 다수는 비리 등에 연루돼 명예롭지 못한 퇴임을 맞았으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정기적으로 실시된 대통령 직무 평가에서는 모두 임기 초반 대비 후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의 공과(功過)는 시대에 따라 재조명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을 물은 결과 노무현(32%), 박정희(28%), 김대중(16%) 등 3명이 전체 응답의 76%를 차지했고 그 다음은 박근혜(5%), 이명박(3%), 전두환(1.9%), 김영삼(1.6%), 노태우(0.8%), 이승만(0.8%) 순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저 연령일수록(10/20대에서 40% 후반), 박정희 대통령은 고 연령일수록(60세 이상 48%) 인기가 많았다. 지역별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 각 지역에서 30% 안팎으로 고른 선호를 보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광주/전라에서 선호도 40%를 넘었다.

2004년에는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48%)이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한다고 답한 반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 선호도는 7%에 그쳤다. 그러나 2014년 현재 박정희 대통령 선호도는 28%로 감소, 노무현 대통령은 32%로 증가했으며 현 박근혜 대통령 선호도는 5%로 낮은 편이다. 김대중 대통령 선호도는 2004년 14%, 2014년 16%로 비슷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기업인은 이건희(34%), 정주영(20%), 이병철(5%)
- 2004년과 2014년 1~3위 동일, 상위 10명 중 창업자가 절반 차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을 물은 결과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34%),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20%),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5%),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구(3%), 전 현대중공업 회장 정몽준(3%) 등 삼성가 2명, 현대가 3명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 다음은 대우그룹 창업자 김우중(2.0%),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2.0%), 안랩 창업자 안철수(2.0%), 전 KT 회장 이석채(1.6%), LG그룹 회장 구본무(1.5%) 등이 응답됐다.

정몽준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 입문해 이미 7선 의원인데도 정주영 회장의 아들, 현대가 일원이란 점에서 여전히 기업인 이미지가 남아 있는 듯하고, 2012년 18대 대선 후보를 거쳐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19대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는 선호 정치인과 기업인 양쪽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좋아하는 기업인 상위 10명 중에는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유일한, 안철수 등 창업자가 절반을 차지했다.

2004년 선호 기업인 1~3위는 이건희(17%), 정주영(15%), 이병철(3%)로 2014년과 동일했으나 각각의 선호도는 상승했다. 정주영 회장은 2004년 15%에서 2014년 20%로, 이건희 회장은 같은 기간 동안 17%에서 34%로 대폭 늘었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이 각각 1987년, 2001년 타계한 데 반해 이건희 회장은 작년 투병 직전까지 삼성그룹을 이끌어 지난 10년간 그 존재감이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chanho2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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