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금융그룹 내에서 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NH농협금융지주 산하에 있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분위기가 야릇하다. 최근 농협금융지주가 야심차게 출시한 대표 투자상품 올셋(Allset)을 두고는 더욱 그러하다. 자칫하면 개인금융상품 판매고에서 NH투자증권이 NH농협은행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융그룹 내 은행의 비중은 타 계열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그런 만큼 이 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지면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에 밀려 체면을 세울 수 없게 된 형국이다.

대표 투자상품 올셋증권이 은행 제칠 수도
정통 피냐 외부 수혈이냐조직 분위기 달라

현재 NH농협금융지주는 자산 315조 원의 공룡이다. 여기에 속한 자회사는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생명 및 손해보험·증권·자산운용·캐피탈·선물·저축은행 등으로 다양하다. 또 손자회사인 우리선물과 각종 사모투자전문회사도 포함된다.

이 중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자산총액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이 약 200조 원, 증권이 약 40조 원이다. 단순 규모 면에서도 5배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룹 내 1·2위 역시 1위는 농협은행이고 2위는 증권이 아닌 NH농협생명이다. 농협생명의 자산은 약 50조 원으로 증권보다 많다.

그래도 NH농협금융은 타 금융지주와 달리 은행의 비율이 완전히 압도적인 쪽은 아니다. 타사의 경우 그룹 내 은행의 비중이 80%를 차지하기도 한다. NH농협은행의 경우 63.5%에 이르기 때문에 이보다는 낮은 편이다.

NH투자증권은 원래 중소형이던 농협증권에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그 규모가 다소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룹 내 비중으로 따지면 12.6%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독보적인 1위다. 원래 증권업계 빅3 중 하나였던 우리투자증권이 옛 농협증권과 합병하면서 얻어진 결과물이다.

IB 전문인데
리테일까지 잘해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NH농협은행이 NH투자증권에 리테일에서 밀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시각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초 NH농협금융이 새로운 대표 투자상품인 올셋을 출시해 전 계열사가 공동 판매하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올셋펀드는 지난 1월 출시된 이후 3월 기준 판매액이 4000억 원을 넘어섰고 곧 50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셋펀드는 NH-CA자산운용이 농협은행 및 증권과 공동으로 개발해 현재까지 7종의 상품이 나왔다. 농협금융 측은 향후 자산운용 전문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연내 7종의 상품을 추가로 선보이겠다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은 서울 광화문에 국내 1호 복합점포를 열기도 했다. 칸막이 없이 설계된 이 복합점포는 공동 상담실에서 은행직원과 증권직원이 함께 하는 종합자산관리를 내걸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신경전을 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셋 출시 직후만 해도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실적은 모두 좋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NH농협은행이 주춤한 틈을 타 NH투자증권의 실적이 크게 치고 올라온다는 전언이다.

특히 리테일의 경우 NH투자증권의 강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도 개인금융상품 판매고 증가세가 NH농협은행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타 계열사에서도 정통 피가 흐르는 NH농협은행보다 외부 수혈한 NH투자증권이 돋보이는 미묘한 기류를 감지 중이다.

원래 주인이
오히려 위축

사실 NH농협은행과 NH농협증권의 야릇한 눈치싸움은 굳이 실적을 따지지 않더라도 순혈이 아니라는 점 역시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옛 우리투자증권은 매물로 나온 당시에도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어떤 인수 후보자든 업계 상위인 우리투자증권을 탐내 우투 패키지 입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패키지 내 다른 회사들은 우리투자증권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농협증권은 증권업계에서의 위치가 우리투자증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결과적으로 그룹 내 중소형증권사와 대표적인 외부 대형증권사가 합병했으니 원래 주인이던 쪽이 오히려 위축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옛 우리투자증권은 팔린 쪽이지만 산 쪽보다 위풍당당했다. 각종 투자은행(IB) 순위부터 증권업계 맨파워에 이르기까지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이 그룹 순혈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쟁심이 더욱 생길 법하다.

그렇잖아도 NH농협금융은 임종룡 전 농협금융 회장이 급작스럽게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후 후임 회장에 대한 하마평에 휩쓸린 바 있다. 또 후임 회장은 당초 예상을 벗어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대신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이 내정되면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함께 작용하는 터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NH농협은행이 신규 상품 판매고에서 NH투자증권에 밀리는 구도가 연출되면 은행 임직원들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NH농협금융은 내부의 불필요한 눈치싸움 등으로 조직을 단결해야 할 시간을 오히려 낭비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옛 우리투자증권은 옛 LG증권 시절부터 힘 있는 증권사 중 하나로 농협으로 넘어가도 영향력은 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면서 반면 농협은행은 특유의 안정적인 조직 분위기로 이제 막 합병한 NH투자증권으로부터 위협감을 느꼈을 때 어떠한 반응이 나올지가 미지수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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