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이 본인 죄 감추려 벌인 대국민 사기극

H수련원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지난해 12월 정신수련을 빙자해 유명 방송인을 포함한 회원들을 상대로 마약과 집단 성관계를 부추겨 파문이 일었던 광주 H수련원. 이 사건이 당초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모 원장이 꾸민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간 H수련원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끈 이번 사건은 마약과 혼음, 살인미수 등 충격적인 단어들로 뉴스 지면을 장식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에 적발된 수련회 일부 회원들은 무려 20여 차례에 걸쳐 원장 살해 시도가 있었는가 하면 공금 횡령, 마약 유포, 회원들의 집단 성관계 동영상 촬영 등 위법 행위를 저질러 모두 71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수련원 내 백태가 경찰 수사에 의해 드러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이 같은 비행을 저지른 회원들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를 했다는 사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왜 자신들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며 자폭한 것일까.

경찰로부터 관련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범죄 사실은 이들 71명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원장을 살해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독극물의 존재도, 이들이 유용했다고 주장하는 18억원 공금의 용처도 모두 오리무중이다. 또 이들이 투약했다는 ‘졸피뎀’(수면마취제) 역시 발견된 것은 몇 알 정도다.

일각에서는 실제 사건이 일어나긴 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 H수련원을 둘러싼 사건의 내막을 [일요서울]이 집중 추적했다.

최근 H수련원의 대표인 이모 원장을 비롯한 핵심 회원들이 일련의 사건을 부풀려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약, 혼음 파문은 이 원장 자작극”

본지는 지난(819호) 단독보도에서 H수련원이 ‘마음수련을 빙자한 사이비 종교단체’라는 특종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일요서울]은 이어 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또 다른 피해자 박모씨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년 동안 이 원장과 그 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는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밝혔듯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이번 사건은 그들(이 원장 등)이 꾸민 자작극”이라며 “나와 대립한 황모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이 원장이 날 죽이려 했다는 살인교사 혐의가 드러날까 이처럼 엄청난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이 원장을 따르는 무리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이자 하늘인 이 원장이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쇠고랑을 찰까 두려워했다”며 “수련회를 둘러싼 이목을 돌리기 위해 이번 사건을 꾸몄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이 원장 측 인사들이 사전에 문서로 꾸민 ‘각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과거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과 사기 및 상해죄로 집행유예 3년에 처해 있어 살인교사 혐의가 실제로 입증될 경우 상당한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자신을 ‘하늘’로 칭하며 지도력을 펼쳐왔던 그간의 행적이 모두 ‘사기’로 판명될까 두려워했다는 얘기다.

박씨에 따르면 이 원장의 최측근이자 그와 대립관계였던 황씨는 H수련원의 모태인 M수련원 광주지역 회원인 박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현재 감옥에 있다. 지난해 9월 29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황씨는 최근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황씨는 H수련원에서 만난 부인과 수련원 내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까지 수련원에서 숙식하며 이 원장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탤런트 김씨 ‘12천사’ 핵심 멤버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H수련원의 ‘정신수련’은 이 원장을 정점으로 해 소위 그들이 말하는 ‘12천사’와 핵심 회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탤런트 김모씨 역시 평회원이 아닌 12천사급 핵심 회원으로 수련회의 ‘성 참회’와 상생재 등을 이끈 것으로 드러났다.

H수련회가 진행한 성 참회와 상생재에서는 갖가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3박4일 동안 수련을 진행하다 야밤에 몰래 야반도주한 회원이 있는가 하면 폭행 사건도 수시로 벌어졌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에 따르면 한 회원은 저녁식사 후 이어진 단체 참회 중에 눈을 감지 않거나 ‘잘못했습니다’는 말을 하지 않아 강당 심판대 앞으로 끌려 나가게 됐다. 이른바 ‘천사의 매개체’들이 ‘공부’가 덜 됐다는 이유로 이 회원을 끌고 간 것.

이들은 회원의 양팔과 머리카락을 단단히 움켜쥐고 손가락으로 상반신을 힘껏 찌르거나 때리며 “모든 것을 털어 놓으라”고 을러댔다. 이 천사의 매개체들은 “나는 하늘 천사이니 다 안다. 모든 것을 다 털어 놓으라”며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참회를 했음에도 더 털어놓으라며 윽박지르곤 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말해 3~4명의 핵심 회원들이 평회원 하나를 잡아 폭행을 휘두르며 잘못을 억지로 실토하게 하는 ‘귀신놀음’을 벌였다는 얘기다. 이 것이 H수련원의 마음수련 방식이었다.


부부 얼굴 맞대고 불륜 토로

이 같은 공개 참회는 회원들에게 H수련원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올가미가 됐다. 예를 들어 부부가 면전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이성의 이름을 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도 ‘천사의 매개체’들은 “불륜 상대가 더 있는 것을 내가 아는데 왜 말하지 않느냐”고 다그쳤고 회원들은 기에 눌려 거짓으로 아무 이름이나 대는 식이라는 얘기다.

한 매개자는 한 남성회원이 동침한 여자들의 이름이라며 여러 명을 언급하다 실신하기도 했는데 이는 회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쇼였다고 박씨는 전했다. 쓰러진 매개자는 깜짝 놀라 달려간 박씨에게 귓속말로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이 쇼다”라고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이들 매개자는 4명의 ‘하늘천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공공연히 ‘공양미 삼백석’을 운운하며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씨는 “4명의 하늘천사들이 참회를 이끄는 와중에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외치는 말이 있다”며 “이들은 ‘우리는 눈 먼 아버지를 살려내야 한다’ ‘우리는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해야 한다. 지금 공양미 삼백석이 필요하다’고 소리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이 말하는 ‘공양미 삼백석’은 약 4200만원 상당의 헌금이다.

한편 법원은 과거 황씨가 박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것을 명백한 살인미수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H수련원이 단순히 정신수양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니라, 이 원장과 몇몇 핵심 회원을 중심으로 한 사교(邪敎)적 색채가 강한 점을 밝힌바 있다.

박씨는 “지난달 언론에 대서특필된 마약, 혼음 파문 역시 자신을 비방하기 위한 이 원장 측근들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대도시 광주 한복판에서 벌어진 엽기적 사건의 온상 H수련원. 이를 둘러싼 모든 사건들은 새로운 의혹투성이다.

여전히 남은 회원들은 이 원장이 주장하는 7일간의 기적과 3주간의 기적을 믿고 있다. 여전히 해괴한 성 참회와 공개참회를 수련이라 칭하는 사이비종교의식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이 마음수련을 위해 캠프를 찾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야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 취재본부-정재봉 기자] sk6373@dailysun.co.kr


#H수련원 마약, 집단 혼음 사건은?

유명 탤런트와 의사 등을 포함한 남녀 수십 명이 마약과 집단 섹스를 탐닉한 광주 H정신수련원 사건은 지난달 전국을 충격으로 물들였다. 이는 H수련원 회원 10여명이 환각제와 집단 성관계를 미끼로 인기 탤런트, 의사, 교사 등이 포함된 회원 수십 명을 포섭한 뒤 이들을 이용해 이 원장을 살해하려 한 사건이다.

당시 이 원장과 H수련원 측은 마약과 집단혼음 등 수련원 내부 일탈행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는 유명 탤런트 K씨와 인기 여성 방송인 H씨 등 연예계 인사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지난 17일 살인미수와 절도, 협박, 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H씨는 경찰이 관련 혐의를 확인하고 있으며 현재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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