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뚫은 증시…이제는 옥석 가리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국내 증시가 초저금리 기조에 유러피안 머니의 매수세가 결합하면서 박스권을 돌파하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투자심리가 더욱 극대화되면서 중국 관련 화장품주와 신성장 바이오주가 이미 크게 오른 가운데서도 새로운 장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큰손 유러피안 머니 왔다외인 매수세 붙어
기관 펀드환매 리스크 딛고 전고점 넘보나

오랜만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활짝 웃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증시로 적극 유입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한 템포 늦춰진 데다 유러피안 머니가 국내로 몰린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1%대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자금이 모두 증시로 모여들고 있는 것에도 주목했다.

때 아닌 강한 훈풍
예상 못한 전문가들

실제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는 국내 증시의 박스권 돌파를 주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 대형주를 38000억 원, 중소형주를 7560억 원 순매수했고 코스닥은 710억 원 순매도했다.

심지어 이달 들어서는 코스피를 한 주에 1조 원 가까이 순매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특히 유러피안 머니는 지난 1월 순매도에서 25000억 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3월에는 12000억 원으로 그 폭을 넓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유입은 전 세계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데다 그리스와 러시아, 예멘 등의 국가 위험은 줄고 국내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유로캐리트레이드 여건이 개선된 것 역시 유럽계 자금 유입의 요인으로 꼽힌다면서 해당 지수가 상승한 데다 원유 순수입국의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순매수로 전환되고 그 규모도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럽계 자금과 아시아계 국부펀드 자금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 순매수의 추세적인 지속성을 위해서는 달러화 강세와 글로벌 유동성 지속 등의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코스피는 미국 증시보다 유럽 증시에 연동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간 순매도를 지속했던 유럽계 자금이 순매수 전환한 점을 미뤄볼 때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기관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100, 700 고지를 넘은 상황에서도 매도를 쉽게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이 주당 1조 원의 순매수를 일으키는 기간에도 오히려 기관은 780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을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투신권에서만 던진 물량이 5600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

코스피·코스닥
디커플링 멈출까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외국인의 수급이 급격하게 빠지면 애써 전고점에 다가간 증시가 무너질 확률도 크다. 때문에 기관이 언제쯤 매수세로 전환하느냐가 흔들림 없는 증시 강세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 증시의 박스권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증시가 오르면 개인투자자들의 펀드환매에 따른 기관의 매도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순환고리에서 벗어나 전고점을 뚫기만 하면 국내 증시도 진정한 탄탄대로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그간 코스피와 코스닥의 디커플링도 동반상승으로 바뀌면서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신권의 수급부담과 관련해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주식형펀드의 유출입이라며 수년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수 상승은 펀드 환매와 연결됐고 박스권 하단 근저시 펀드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진행돼왔다고 짚었다.

이어 조 연구원은 최근에도 마찬가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긍정적 변화의 조짐은 펀드환매 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평균 주식형펀드 설정잔액 감소속도가 둔화되면서 투신권 매도세의 주된 요인이었던 펀드환매의 클라이막스가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송흥익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자금 움직임에 기관과 개인 등 국내 증시 투자주체들 간 유동성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외국인은 코스피를 순매수하고 코스닥을 팔며 기관은 코스피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를 순매수하고 있으며 개인은 코스피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팔고 코스닥을 순매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을 토대로 한 새로운 투자전략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송 연구원은 이러한 유동성 장세 속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업종은 향후 이익증가가 예상되는 업종들이라며 중국 소비 관련주인 화장품과 여행·호텔업종과 글로벌 신성장산업인 제약 및 바이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사업 확장이 본격화되는 화장품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한다면서 특히 중국시장 성장으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성장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외에도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개발 투자가 신약 성과와 수출 확대로 나타나고 있는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으며,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의 약 50%를 소비하고 있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고 있어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nykim@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