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있었던 일, K만 알고 있다”

교도소 내에서 의문사가 잇달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죄를 짓고 구속되면 가는 교도소는 사회와 격리된 행정 특성상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베일에 싸일 수밖에 없다. 최근 부산교도소 내에서도 한 재소자가 돌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인을 놓고 교도소는 “약물중독사”라고 주장한 반면, 유족 측은 “타살 가능성”을 주장했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과 교도행정에 문제점을 짚어 본다.

2010. 1. 28. PM 8시 15분.

어둠이 내리깔리는 교도소 담장 밖으로 한 대의 앰뷸런스가 쏜살처럼 나갔다.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K(24)씨가 갑작스런 호흡 곤란을 증세를 보여 병원에 긴급 호송됐다.

그리고 호송 2시간여 만인 밤 10시경 K씨는 돌연 사망했다. 그의 죽음의 사인을 놓고 유족 측과 교도소 측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주치의 ‘약물중독 불가능’

K씨는 지난 2008년 폭행혐의로 구속, 부산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측은 K씨의 사망사인에 대해 “K씨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제공됐던 항우울제와 진정제, 그리고 수면제를 먹지 않고 다량으로 모아 한꺼번에 복용한 약물중독사”라고 주장했다.

교도소의 주장대로라면 K씨는 자살했다. 하지만 유족과 주치의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K씨의 친형은 “(동생은)정말 밝았다. 아버님이 종종 면회를 가셨는데, 웃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정신과 치료를 왜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신과 주치의인 A씨 역시 “K씨는 약물 중독사로 사망한 게 아니다”라면서 “K씨에게 조제한 약은 술과 섭취하지 않는 이상 치사량을 먹었다고 해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약들이었다”고 말했다.

K씨가 사망 전까지 머물었던 교도소 방에선 자살을 증빙할 수 있는 유서나 다른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정신과 치료를 위해 먹었던 약과 약통이 발견됐을 뿐이다.

A씨는 “K씨가 지난해 교도소에 들어온 뒤 불안과 분노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부친의 건강악화로 고민해왔다”면서 “하지만 자살할 만큼 우울증 증세가 극심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타살의혹 제기

이에 K씨의 유족들은 타살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K씨는 병원에 옮겨지기 12시간 전인 오전 7시 45분께에 호흡 곤란으로 교도소 내 의료과로 옮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4명의 의무관이 K씨를 치료했다. 하지만 교도소 내에 의료시설로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부산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K씨가 병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12시간가량 교도소 내 의료과에 머무는 과정에서 타살 사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치료를 담당했던 의무관 B씨는 “적법한 치료를 했다”면서 “K씨의 혈압과 맥박은 정상으로 유지됐다. 수액을 투여하면서 약물 농도를 희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씨의 형은 “교도소 측이 동생을 곧바로 병원에 옮기지 않은 것은 폭행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시간 끌기였다”면서 “12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병원에 이송된 후 2시간 동안에도 살아 있었기는 한 건지 알 길이 없다”며 분노했다.

실제 K씨의 가족들은 안치실 안에서 시신의 피를 닦는 의사들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고 주장했다.

K씨의 형은 “당시 안치실에 들어갔던 외삼촌이 ‘K의 폐에 피가 고여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며 타살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교도소 내 죽음의 비밀

K씨의 형은 교도소가 동생의 죽음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교도소의 한 관계자가 간암판정을 받은 뒤 기억력이 좋지않은 부친을 찾아가 화장 동의서를 받았다는 것. 당시 교도소 관계자는 부친에게 유품과 영치금을 찾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속여 영치 서류 아래 화장동의서를 숨겨 서명을 받아 갔다고 K씨의 형은 주장했다.

K씨의 형은 “교도소 측이 동생의 화장 동의서를 받아 갔다는 것만 봐도 뭔가 은폐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분노했다.


K씨의 장례

현재 K씨의 장례는 치러지지 않았다. 시신은 병원 내 냉동고에 보관 중에 있다.

K씨의 형은 “부검으로 모든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 아니 이 모든 비리가 밝혀지기 전까지 절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 불쌍한 동생의 한을 꼭 풀고 말겠다”며 “국과수의 부검 결과에 따라 부산교도소 측에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에 교도소 측은 “절대 폭행은 없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밝혔을 뿐이다. 부검 결과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다”고 말을 아꼈다.

부산교도소 보안계장 A씨는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과의 마찰은 없다.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다. 법에 어긋나는 일은 전혀 없었다”며 짧게 인터뷰를 마쳤다.

K씨의 부검 결과는 오는 3월 초에 밝혀질 전망이다. 부검결과가 밝혀질 때까지 ‘약물중독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는 부산교도소 측과 ‘폭행에 의한 사망일 수밖에 없다’는 K씨의 유가족의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과연 K씨의 부검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교도소는 폭력의 장?

<일요서울> 취재결과 과거 교도소 내 교도관들이 재소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지난 2008년 광주교도소에서 재소자 S씨가 교도소에서 부당한 폭행과 협박에 시달렸다는 단독 증언(본지 778호 참조)에 따른 것이다.

S씨는 “교도소 측이 직원들의 폭행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나를 독방에 가두고, 진술서를 조작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교도소 측이 독방에서 꺼내주는 조건으로 자신에게 거짓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사건에 연루된 교도소 측과 담당 직원은 S씨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며 “오히려 S씨가 심하게 난동을 부려 이를 제압했을 뿐 교도관들이 수형자를 폭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해당 교도소는 2003년 한 교도관이 당시 ‘민혁당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최모(47)씨를 폭행해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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