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女 은밀한 유혹 눈앞에서 아찔

지난해 6월 이른바 ‘커플테마클럽’을 표방하며 파트너끼리 노골적인 스킨십을 조장하고 이를 다른 손님들에게 공개한 업주가 입건돼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일명 ‘강남 음란클럽’ 사건을 계기로 변태적인 ‘관음(觀音·훔쳐보기)문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반인들이 입장료를 내고 성인동영상(AV·속칭 ‘야동’) 촬영현장을 관람하는 신종 서비스(이하 AV 관람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요서울] 취재결과 드러났다.

여성 모델들의 패티시(속옷노출) 촬영부터 일본 현지 AV 촬영 관람까지 총 4가지로 구분된 ‘관람 서비스’는 노출 수위에 따라 25만~90만원까지 가격이 매겨져 있다. 문제의 서비스는 인터넷 개인 블로그와 게시판을 통해 홍보가 이뤄지며 주최 측과 고객은 철저히 전화와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만 연락을 취한다.

관람객 모집 공고를 낸 A씨는 손님으로 가장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시작해 한달에 4~5번씩 비밀리에 촬영장을 공개하고 있다”며 “대부분 손님이 남성이지만 여성 관람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게시된 홍보글과 주최 측 관계자 등에 따르면 AV 관람 서비스는 크게 4가지 코스로 나늰다. 가장 저렴한 것은 국내 성인사이트에 올라가는 패티시 촬영 관람으로 25만원이 든다. 관람 정원은 6명이며 팬션 등에서 서비스가 진행된다.


“중요부위는 ‘공사’로 막아”

관람객들에게는 개인 소장을 위한 휴대폰 사진 촬영만 허락된다. 디지털 카메라나 동영상 촬영은 절대 불가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A급 나레이터 모델 수준의 일반인 여성 2명이 등장하며 ‘XX등급’(더블엑스·XX-rate) 수위까지 연기한다”고 홍보했다.

다음은 국내 성인사이트용 동영상 촬영장과 에로영화 촬영 관람이다. 관람료는 각각 35만원, 40만원으로 적잖은 부담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관람을 오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인기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들 영상에는 전문 AV배우와 일반인 여성 등 3명이 출연하며 남녀 간 XX등급 수위의 연기가 펼쳐진다. 관람 정원은 8명으로 다른 관람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그는 전했다.

에로영화 촬영 관람은 정원이 5명으로 소수만 참가할 수 있지만 해당 동영상이 DVD나 비디오로 제작되는 만큼 눈에 익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판권 문제로 에로영화 촬영장에서는 휴대폰 사진을 포함한 모든 개인장비 소지가 불가능하다.

한편 국내에서 이뤄지는 AV 촬영은 남녀 배우의 ‘중요 부위’를 모두 가린 상태(일명 ‘공사’)로 이뤄져 실제 성관계가 이뤄지는 일은 없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해당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일본 현지 AV사 투어다. 1박 2일에 걸쳐 이뤄지는 관람 서비스 가격은 90만원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그러나 주최 측 관계자는 “왕복 항공권과 숙소, 식사비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폭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홍보글에는 ‘온천이 가능한 민박집이 숙소로 제공된다. 온천여행 하신다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온천여행’ 삼아 日 야동 탐방?

총 1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일본 AV 촬영장 공개는 홍보 문구를 빌자면 ‘최고의 선물’이다. 일본 유명 AV사의 촬영장면을 생생하게 현장에서 관람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특혜라는 얘기다.

A씨에 따르면 오는 8월 예정된 일본 현지 투어 참가 시 일본 AV전문기업 S*사의 소속 여배우 5명과 일반인 남성 1명이 출연하는 촬영 과정을 5~6시간 정도 관람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 관광이다.

특이한 것은 관람객이 현장에서 촬영 스텝으로 위장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일본 AV 촬영 현장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위장’을 동원해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는 것. 개인 촬영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를 막론하고 절대 불가다. 모든 관람 프로그램 진행에는 주최 측 요원 한 명이 동행, 관람객들의 행동을 일일이 체크한다. 혹시라도 모를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손님으로 가장한 기자가 정확한 촬영 장소와 신청 방법을 하자 “일단 해당 금액을 입금하면 문자로 자세한 일정을 보내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밀리에 소수정예로 이뤄지는 서비스니 만큼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인 듯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은밀한 컨텐츠’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이는 최근 국내 AV산업이 고사 직전이라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일본과 유럽 등 해외에서 제작된 ‘하드코어’ 컨텐츠가 범람하면서 국내 유료 성인컨텐츠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작비 가뭄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유료 관람객을 받아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는 실정이다. 즉 AV 촬영장 관람 서비스는 단순히 ‘관음문화’를 표방한 게 아니라 불황에 시달리는 업계가 나름대로 개발해낸 신종 아이템이라는 얘기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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