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란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 결과물 
 
다이슨이라는 영국 회사가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는 다르지만 애플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보유한 회사이다. 1978년 이 회사의 창립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의 성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떨어지는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진공청소기를 분해해보고 난 뒤 그는 먼지로 꽉 막혀버린 먼지봉투 때문에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이슨·애플 등이 좋은 예
쉽게 타협하는 것 지양해야
 
당시 그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페인트 입자를 공기로부터 분리하는 싸이클론 타워를 만든 바 있었다. 같은 원리를 진공청소기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착수했고 5년이라는 시간과 5127개의 시제품 개발을 통해서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해냈다. 이 청소기에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먼지와 공기를 분리해내는 싸이클론 기술이 적용되었다. 
 
또한 특허권과 관련하여 일부 분쟁이 있기도 하지만 날개가 없는 선풍기를 소개하여 백 년 이상 특별한 변화가 없던 선풍기의 외형과 기능, 안정성 등을 획기적으로 바꾼 바 있다. 이 선풍기에는 모터로 끌어올려진 공기흐름의 세기가 배출단계에서 배가되는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이것은 일종의 유체역학을 응용한 기술이다. 
 
어쨌든 다이슨의 진공청소기와 선풍기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현대적인 디자인에 힘입어 전세계 소형가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프리미엄제품으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이슨 청소기는 미국민들로부터 미국시장에서 비틀즈 이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국제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제임스 다이슨이 시제품 개발에 몰두하던 시기로 관심을 돌려보면 그가 제작한 5127개라는 압도적인 숫자의 시제품 숫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무언가 스스로 만들어보았거나 제조업에 종사한 경험을 보유한 이는 그 압도적인 노력의 집적을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왜 그렇게 많은 시제품을 제작했던 것일까.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높은 기준과 눈높이를 말한다. 약간의 불편과 미흡한 부분에도 손쉽게 타협하고 눈을 감았다면 다이슨 청소기도 에어멀티플라이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슨은 예전에 로봇 청소기 시제품을 만든 적이 있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인데 그것은 지금까지의 결과물이 다이슨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그의 높은 기준이 그리고 거듭되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가 새삼 놀랍다. 그의 진공청소기와 선풍기는 높은 가격 때문에 쉽사리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슨은 여전히 혁신적인 기업으로 남아있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혁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세상을 새롭게 바꾸는 혁신은 너무도 당연하여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그 무엇을 혁파하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그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다이슨 본사 2층에 걸려있는 문구이다. 
 
날개를 이용하여 바람을 내보내는 그토록 일반적이고 당연한 듯 여겨지는 오래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결과가 바로 다이슨의 선풍기이다. 회전날개로 인한 어린이들의 부상이 아예 근본적으로 사라졌음은 혁신에 따른 덤이랄 수 있다. 
 
혁신적인 회사에 투자하길 원한다면 전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그 결과 새롭게 해석해낼 수 있는 회사가 바로 혁신적인 회사이고 우리가 기꺼이 투자해야 할 회사이다.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일컬어지며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된 애플이 역사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었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PC는 대형컴퓨터를 축소한 것이고 아이팟은 기존의 MP3플레이어를 보다 편리하게 개선한 것이고 아이폰은 팜탑같은 핸드헬드기기를 변형한 것이다. 
 
애플이 주도하는 혁신의 정체는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우리 눈앞에 제시하고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가치에 눈뜨게 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 기업을 분석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가 기꺼이 투자할 기업이 우리 눈앞에 떠오르게 될 것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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