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중국이 주도한 AIIB에 전세계 57개국이 참여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 대비 약세 구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AIIB는 중국의 일대일로(중국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통합 경제벨트 구상) 계획을 현실화 시키는데 우선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는 초기 국면에서 철도, 도로 등 연결성을 확충하는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나무 보다는 숲을 본다는 차원에서 소재 섹터에 대한 관심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 인프라 투자 사이클 회복에 주목
일대일로 계획…소재 섹터 관심 가져야 
 
글로벌 인프라 투자, 특히 신흥아시아 지역의 투자 회복이 임박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간 유로존 위기, 미연준의 정책 변화 등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주된 관심사로 형성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유지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중국 주도의 AIIB와 ‘일대일로’ 계획이 신흥국 인프라 투자에 대한 관심을 제고 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는 나아가서 해당 안건이 가시화되기 이전에도 진행되고 있었던 신흥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의 증가 움직임, 예를들어 인도의 모디노믹스를 통한 인프라 투자, 인도네시아 조코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투자 계획 등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흥 아시아 주요국들이 2000년대 중반에 경험했던 것 같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선진국의 자본 유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며 나서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인프라 투자에 대한 관심 확산은 신흥국에 대한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만한 충분히 매력적인 움직임들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2010년 이후 지속되는 선진국 중심의 흐름이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올해 들어 주가 측면에서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이나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에 비해 확연히 뒤쳐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는 신흥국 지수가 눈에 띄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증시 내에서도 KOSPI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소외되는 흐름을 보였던 소재 섹터가 이를 이끌고 있다. 
 
일대일로라는 것이 상당히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이 정책을 통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산업들 역시 광범위하다. 인프라 투자 관련 산업들부터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소비재, 여행 산업 등도 정책의 수혜군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정부의 발표나 언론 보도, 각종 연구 결과 등을 종합해 보게 되면 그러나 사업 초기 국면에서는 기존 서부 대개발의 확장판 형태로 중국 내륙 지방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진행될 것이며, 중국 내부의 거점 도시들과 인근 국가들을 연결하는 철도 및 도로 인프라 중심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룰 통해 중국은 당장 직면해 있는 성장성 둔화 우려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과잉 공급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염원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 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한 국가들 간의 통화스왑이 광범위하게 체결되면서 통화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큰 역내 신흥국들의 통화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에너지 및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 경제 개발을 위한 투자협력 과정에인접 국가들과의 정치적 관계 개선 등의 효과가 (중국 입장에서)기대된다. 
 
사업 초기 국면에서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대상은 아무래도 철도와 도로 건설 부문이 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중국 내부의 도시들을 연결하고 이로부터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문제가 가장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작업들을 통해 어느 정도 연결성이 확보된다면 그 뒤로는 통신, 에너지 수송 등과 관련된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초반에는 철도, 도로 인프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중국 증시는 이와 같은 기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 증시가 정부의 영향으로 조정을 받은 뒤, 3월 이후 재개된 랠리 과정에서 상승률 최고 업종은 바로 산업재 섹터(+43%)이며 유틸리티와 에너지 섹터가 뒤를 따르고 있어 일대일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산업재 섹터 내에서도 철도관련 기업들이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증시도 철도와 관련된 종목 군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만약 해당 기업들이 중국 철도 건설과 관련된 일련의 계약을 확보한다면 당연히 큰 호재로써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대일로 수혜주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당장 쉽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중국 기업들이야 자국 내에서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폭넓은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우리의 관련 기업들은 입장이 다르다. 북한의 존재로 인해 당장 일대일로와 육로로 연결된다는 기대도 어렵다. 결국 초기 국면에서의 수혜 산업과 관련해 철도나 도로 건설과 관련된 모멘텀에서 우리는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 쉽지 않다. 수주 모멘텀을 향유하고자 한다면 후강퉁을 통해 관련 중국 종목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처럼 후강퉁을 이용한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혜를 기대해 볼 부문이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나무 보다는 숲을 보자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즉, 철도 건설이 주가 되건 도로 건설이 진행되건 아파트를 짓건 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회복된다는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프라 투자의 전반적인 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국의 투자와 관련해서도 일대일로가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진행되는 중국 내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일대일로가 전부는 아니다. 이 외에도 베이징, 텐진, 허베이 지역을 광역시 개념으로 통합하는 대규모 ‘징진지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으며, 한편으로는 ‘장강 경제벨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에 있다.
 
앞서 현지 언론에서는 징진지 프로젝트와 관련된 개발 계획안이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통과되었으며, 6년 간 42조 위안 규모로 실시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진 바 있다.
 
장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금액이나 액션 플랜이 제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달 5일 리커창 총리가 ‘장강 중류 도시권 발전 규획’을 승인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적어도 중국에 있어 또 한 번의 투자 확대 사이클을 유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과거 중국의 인프라 사이클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국내 섹터 및 업종별 퍼포먼스를 살펴보면 소재 섹터, 즉 화학과 철강 업종이 KOSPI 를 아웃 퍼폼하는 상당히 강한 상승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분명히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료=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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