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후유증이 심하다. 천정배 발 ‘야권교체론’부터 ‘야권통합론’, ‘대안정당론’이 나오고 있지만 해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 중심에 친노 문재인 대표가 있다. 친노가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이상 총선전 야권 재편은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지만 ‘야당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민심 역시 존재해 새정치민주연합 내 변화와 쇄신 바람이 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야권 재편을 위한 물밑 세력들의 움직임과 전망을 알아봤다.

- 야권교체-야권통합-대안정당 “해법은 글쎄…”
- 2016년 총선 이후 야권 재편론 ‘부상할 듯’

여당의 완승과 야당의 참패로 끝난 4.29 재보선 후폭풍이 거세다. 재보선 전까지 야권재편을 기대하는 세력에서는 ‘정동영-천정배’ 두 인사가 당선되기를 내심 바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는 광주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됐지만 정동영 전 의원은 2위도 아닌 3위로 고배를 들면서 ‘국민모임발 대안정당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야권 재편 논의 ‘수면 아래로’

재보선 결과 야권의 시선은 천정배 의원에게 맞춰져 있다. 천 의원은 내년 총선 전까지는 ‘국민모임에 참석도 새정치민주연합 복당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희호 여사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신당 창당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 걸음 물러난 상황이다.

천 의원은 이 여사와 만나기 전까지 ‘뉴DJ 플랜’을 통해 참신하고 실력 있는 인재들을 모아 정치세력화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을 중심으로 30곳에 후보를 내 판세를 뒤집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일단 천 의원은 내년 총선전까지 광주를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를 꾸려 새정치연합과 일전을 치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천 의원의 ‘호남 발 야권교체론’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랭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재직했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한 마디로 “(천정배 발 야권교체론에 대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야당 내 야권 교체를 바라는 정대철, 권노갑 중진급 인사들도 천 의원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며 “정치세력화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선거중에 새정치연합 복당을 전제로 표를 얻은 것을 보면 광주 대표자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지 정치세력화는 불가능하다”며 “새정치연합 내 광주 지분을 갖고 정치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국대 행정대학원 김상진 겸임교수는 “친노에 대한 개인적 감정의 발로지만 천정배 중심의 야권 재편에는 한계가 있다”고 거들었다. 다만 김 교수는 “호남정서를 대변했다는 점에서 야권 재편의 첫 단추를 뀄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새정치연합이 쪼개지지 않는 이상 호남의 대안세력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당 밖에서 추진하는 야권 재편론 중 또 다른 축인 중도진보 중심의 ‘야권통합론’ 역시 탄력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등이 내심 기대하는 야권 재편론으로 진보 중심의 정치세력보다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야권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대해서 엄경영 소장은 “야권통합을 말하기 전에 전제조건이 있다”며 “친노가 해체를 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2선 후퇴가 전제돼야 가능한데 야당의 현실을 보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 마디로 ‘세대교체’나 ‘친노 퇴진’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내년 총선전에 야권 통합을 위한 모멘텀을 이뤄내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반면 김상진 교수는 “비새누리당 비새정치연합 세력이 뭉쳐야 한다는 야권통합론에 대해서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실제로 야권이 단합해도 향후 선거에서 이길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야권통합론보다는 130여 석을 갖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정동영 발 ‘대안정당론’ 정의당 흡수론

야권 재편의 또 다른 축은 정동영 전 의원이 밝힌 ‘대안정당론’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드니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대안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중심에는 심상정, 노회찬, 유시민이 있는 진보정의당 및 노동당과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4.29 재보선에서 정 전 의원이 낙선한 데다 ‘야권 분열의 주모자’로 낙인찍히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당분간 자숙하겠다’는 정 전 의원의 발언이 국민모임의 현실인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관계자 역시 “정동영 중심의 대안정당론이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지만 동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정 전 의원이 2등이라도 됐다면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3등을 한 이상 야권통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인사는 “문재인 대표가 지도력이 상실됐을 때 야권 재편이 가능하고 특히 문재인 대선주자를 대체할 인물을 찾기 전까지는 대안정당은 힘들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 역시 “진보중심의 대안정당은 쉽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를 유권자가 외면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동의했다. 김상진 교수는 “국민모임은 정의당에 흡수되는 형식으로 갈 공산이 높다”며 “세력도 인물도 없는 상황에서 진보세력과 연대해서 같이가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것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은 현재 ‘자숙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지세력에서는 내년 20대 총선에 전주 출마를 기대하고 있다. 5월4일 호남포럼(대표 이재균)과 회동에서 이 대표 등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적 고향인 덕진보다는 전북의 정치1번지인 ‘완산갑’에 출마해 새정치민주연합에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은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것은 정당을 염두에 둔 시스템 상의 출마였다”며 말을 아꼈지만 내년 전주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이 보는 천정배 발 야권교체론이나 정동영 발 대안정당론, 김상곤·윤여준의 야권통합론 등은 내년 총선전까지 동력을 확보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대선주자로 꼽는 안철수나 박원순 정도가 탈당해 야권 재편이 가능하다”며 “확고한 대선주자가 없는 이상 외부에서 야권 재편 논의는 하나마나 한 얘기”라고 당분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는 단결 진보는 분열된 상황”

엄 소장 역시 “야권 재편 논의는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높다”며 “내년 총선이후에나 가능한 얘기로 친노가 권력을 쥐고 있는 이상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보수는 단결돼 있고 진보는 분열된 상황에서 야권 통합은 절체절명의 명제”라면서 “진보진영이 뭉쳐도 힘든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중심이 돼 세대교체를 이루고 뿌리부터 바뀌어야 야권 재편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변화와 개혁을 이뤄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야권 재편은 내년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인 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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