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움직이는 새 아파트 몸값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가 지난달 폐지되면서 서울 시내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강남 3구의 경우 이미 지난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분양가가 3.3(1)5000만 원을 넘긴 상황에서 줄을 잇는 재건축의 호가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강남뿐 아니라 신규 분양이 집중돼 있는 성동구와 서대문 일대의 가격도 경쟁적으로 올라가면서 서울의 분양가를 3.32000만 원 이상으로 맞춰놓은 형국이다.

강남3구 이어 서대문·마포·성동구 일대 가격 들썩
반포·잠원 재건축 기지개3.3당 최고 5천만원도

85(32) 이하 중소형, 오를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신규·기존 모두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고공행진 뚜렷

최근 부동산 시장은 비싸면 사지 않는다는 철칙이 통하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아파트 매매보다 신규 아파트 분양에서 빈번하게 포착된다.

저금리 시대에 전세난에 내몰린 실수요자들의 매매 패턴은 작더라도 내 집이 필요하다는 중소형아파트 선호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여기에 정부의 청약 가점제 완화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까지 맞물리면서 기존 아파트보다 신규 아파트의 몸값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저금리 시대
전세난에 내몰린
실수요자들

그렇다고 서울 시내 모든 지역이 활황인 것은 아니다. 지역을 보면 강남 3구를 비롯해 성동구와 서대문 일대에서의 들썩임이 두드러진다. 시기상 강남 3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서대문과 성동구 일대는 올해 초부터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신반포 한신1차 재건축인 아크로리버파크 2회차의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59분양가는 85000만 원에서 105000만 원 선이었다. 또한 84118000~154500만 원, 112163000~201000만 원이었다.

그럼에도 1순위 마감은 물론 타입별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5000만 원을 넘겼던 112의 경우 71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84A타입은 1691의 과열 양상을 보이며 한강 라인인 반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아크로리버파크는 향후 반포 일대 신규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크로리버파크 2회차의 평균 분양가는 3.34130만 원으로 일반 아파트 사상 최고가다. 그러나 다가오는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와 2, 경남아파트 재건축 등은 이보다 높은 호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아크로리버파크 1회차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1회차의 경우 2013년 말 3.3당 평균 3800만 원대의 분양가를 형성했다. 그러나 1회차는 불과 1년 후 세대당 1억 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2회차와의 분양가 차이를 상쇄했다.

또 아크로리버파크 2회차는 신규 아파트임에도 입주 5년차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의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됐다. 2회차 분양 당시만 해도 아직 주택시장의 훈풍이 제대로 일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화하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이후 반포주공 등의 몸값은 훨씬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분양가 높아도
경쟁률 수십대 기록 
작을수록 평단가 비싸

일부에서는 이 같은 고분양가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단지 강남 3구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피력한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을 제외한 일부 구에서도 분양가 상승 움직임은 눈에 띄게 가파르다.

특히 성동구와 서대문 일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중소형아파트 분양가가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금호13구역 재개발인 신금호파크자이는 지난달 전용 59의 경우 분양가가 57000만 원으로 6억 원에 근접했다. 해당 평형 3.3당 평균 분양가도 2328만 원으로 주변을 통틀어 가장 비쌌다.

비교하자면 지난 3월 인기를 끌었던 왕십리 센트라스의 같은 평형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2100만 원대였다. 분양시기가 신금호파크자이와 불과 한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제는 착한 분양가가 되어 버린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금호파크자이의 해당 평형은 841로 같은 아파트 내 최고 경쟁률을 점했다. 왕십리 센트라스 역시 같은 평형이 741로 정점을 찍었다.

더불어 서대문을 중심으로 한 종로구 일부와 서대문구, 마포구도 열기가 만만찮다. 대표적인 흐름의 선봉은 서울 종로구 돈의문1구역 재개발인 경희궁자이다.

경희궁자이의 지난해 11월 평균 분양가는 3.32280만 원대에 달한다. 이는 당시 서울 강북의 일반아파트 중 사상 최고가였다. 특히 전용 84이하의 평균 분양가는 3.32400만 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경희궁자이는 가장 물량이 많았던 84를 제외한 전 타입의 분양이 완료됐다. 물론 84의 미분양 물량은 상당수로 골칫덩이였으나 최근 타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올라가는 것을 본 실수요자들의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근처 서대문구 북아현1-2구역 재개발인 아현역푸르지오 역시 분양가로 이름을 날렸다. 아현역 푸르지오의 지난달 평균 분양가는 3.32145만 원을 기록했다. 그것도 전용 59.9의 경우에는 분양가가 3.32253만 원으로 경희궁자이 전체 평균 분양가에 근접했다.

물론 일부 아파트의 경우 재개발 특성상 일반 분양세대가 적게 공급됐다는 특수성도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근래의 분양 열기를 실감하기에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수요자들 역시 곧 6억 원에 근접하는 전용 59가 비싼 가격에도 품귀현상을 빚는 것을 보면 마음이 바쁘기 그지없다.

연내 남은 신규분양분
하한가 평당 2천만원선
주변 시세와도 비교해야

사정이 이렇다보니 곧 있을 신규 분양들도 저마다 콧대를 세우기 마련이다. 곧 분양을 시작하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1-3구역 재개발인 e편한세상 신촌도 그 중 하나다.

e편한세상 신촌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0만 원대다. 지금까지의 추세보다 과하지는 않지만 그간 서울 시내 평균 분양가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들여다보면 전용 5984인기층 분양가는 각각 58850만 원, 72990만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각각 3.32354만 원, 2146만 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성동구 일대 신규 분양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금호20구역 재개발인 힐스테이트 분양가는 3.319502172만 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동구 옥수동 옥수제13구역 재개발인 e편한세상 옥수의 분양가는 3.321002200만 원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두 단지의 공통점은 모두 전용 84이상의 중대형 공급으로 최근 중소형 선호 트렌드에서는 살짝 비켜나 있다.

그나마 같은 성동구 하왕1-5구역에 짓는 왕십리자이의 분양가가 착한 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왕십리자이의 분양가는 3.318441938만 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물량 역시 전용 5159의 중소형 위주 공급으로 선호도가 다소 높을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이미 분양가 상승이 예견됐지만 지나칠 경우 회복세를 보이던 시장이 다시 냉각될 수 있다면서 점점 높아지는 분양가가 우려되는 만큼 청약 시 반드시 분양가격을 주변 시세와 비교하고 전망까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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