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수 ‘헤어지자’ 이별통보에 골퍼 스토커 되다

어린 것들이 모르는 ‘여교수의 은밀한 유혹’. 그는 안다. 그녀의 (18금)사생활. 지난 2006년 개봉된 영화<여교수의 은밀한 유혹>의 광고카피이다. 실제 여교수의 은밀한 유혹은 어떤가. 최근 한 유명 프로골퍼와 한 때 동거했던 여교수는 상대로부터 집요한 스토킹을 당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일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위현석 부장판사)는 헤어지자고 요구하는 여교수에게 앙심을 품고 폭행 및 협박해 수 천만 원을 뜯은 프로골퍼 박모(45)씨에 대해 공갈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여교수의 은밀했던 사랑과 이별, 그 후 잔혹한 사랑의 상처를 재조명해 본다.

수원 모 대학의 미모의 여교수와 유명프로골퍼의 사랑은 멜로 영화처럼 시작된다.


엇갈린 사랑, 그것은 공포의 시작이었다

2002년 12월, 서울의 모 골프연습장에서 지방대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미모의 A 교수(여)는 유명 프로골퍼 B씨를 만난다. 처음 골프를 시작한 A 교수는 B씨에게 골프를 배웠다.

90년대 초반 미국골프지도자협회에서 골프 강사 자격증(Teaching Pro)을 획득한 B씨는 아마추어들을 상대로 강습 및 방송출연, 저서집필, 칼럼 집필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골프계 유명 인사였다.

A 교수는 B씨에게 한눈에 폭 빠져들었다. B씨는 화려한 입담과 말끔한 외모, 탁월한 강습 실력으로 A 교수의 마음을 훔쳤다. 특히 스킨십이 잦은 골프 강습의 특성 때문에 둘의 관계는 급진적으로 발전 될 수 있었다.

당시 싱글이던 A 교수와 B씨는 이내 뜨겁게 사랑을 시작한다. 이듬해 5월부터 본격적인 동거 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사랑은 1년이 넘지 못했다. A교수가 이별을 통보한다. 자유롭던 영혼을 꿈꾸던 여교수에게 동거 생활은 쉽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이별을 통보받게 된 B씨의 성격이 급변했다. 다정하던 과거 B씨의 모습은 온데 간대 없고 잔인한 스토커가 된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B씨에 노출된다. B씨는 A 교수가 도망가면 갈수록 더욱 집요하게 A 교수를 스토킹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B씨의 폭력이 시작된다. B씨는 지난 2005년 8월5일 오후 9시께 서울 동작구에 있는 모 노래방에서 A 교수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데 앙심을 품고 폭행을 했다. 당시 B씨는 A 교수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얼굴과 머리 등을 폭행했다. 함께 있던 A 교수의 교수 동료들까지도 폭행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B씨를 체포하면서 끝났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B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B씨는 반성보다 더욱 잔인하게 A 교수를 괴롭힌다. 사랑이 애증으로 변했다. A 교수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정신병적 집착을 보였다. A 교수는 B씨의 집요한 집착에 학교와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5일에는 A 교수가 근무하는 대학의 홈페이지에 악성 루머의 글을 올린다. A 교수가 남자와 골프를 치고 00호텔에 함께 투숙했다는 허위 내용이다.

B씨는 “지금 너희 학교 홈피 좀 봐. 내가 글 올려놨으니까”라며 자신이 허위 루머를 퍼트린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그날 밤 A 교수를 찾아와 “2000만 원을 주면 다시는 네 곁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스토킹에 지친 A 교수가 선뜻 20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자, B씨는 그 자리에서 다시 3000만 원을 요구했다.

A 교수는 이후에도 B씨의 협박 문자와 스토킹에 시달리며,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B씨의 협박과 강요에 시달리던 A 교수가 ‘여교수’의 명예를 지키고자 숨겨왔던 스토킹 사실을 경찰에 고소했다. B씨가 지난 1월 31일 경찰에 구속되면서 사건은 막을 내린다.

A 교수의 ‘은밀한 유혹’은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유혹’와 달리 불행한 엔딩으로 끝났다. 한 때 사랑했던 남성이 스토커로 변해, 공갈협박은 물론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는 B씨의 불안전한 사랑으로 다시는 누구를 사랑하지 못할 만큼 정신적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지인인 프로골퍼 C씨는 “B의 사건은 충격적이다. 골프업계에선 유명인사이다. 책도 출판하고, TV도 출연했다. A씨를 진짜 사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헤어진 뒤 스토커가 된 것 같다. 사실 그가 돈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몇 천만 원 쯤은 쉽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공갈, 협박을 했다는 점에서 놀랍고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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