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스트·SM엔터 주식은 왜 출렁일까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거대한 주식시장에는 소비재부터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산업이 혼재하고 있다. 이 중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예전만 해도 한낱 테마주로 치부되곤 하던 엔터주는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스스로의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이 같은 대표 엔터주들의 주가 등락을 통해 국내 엔터업계의 강점과 약점이 노출되는 현황을 살펴봤다.

후행적인 수치보다 선행적인 이슈에 휘둘려
불투명한 수익구조에 자료 없는 분석적 한계까지

엔터테인먼트주, 일명 엔터주는 좁게는 연예기획사부터 넓게는 미디어·콘텐츠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잘 알려진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은 가요계를 주름잡는 빅3 기획사들이다.

또 음원 서비스 멜론을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유명 배우들이 몸담은 키이스트,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 등도 자주 거론된다. 대기업 계열에서는 방송·게임·음악·영화를 아우르는 CJ E&M과 상영을 담당하는 CJ CGV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엔터주는 근래 들어 단순 테마주라는 설움을 딛고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굳이 강남스타일을 거론하지 않아도 유튜브에 업힌 한류 열풍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에까지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게다가 13억 인구가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중국 시장은 한국 드라마나 노래뿐 아니라 관련 소비재까지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각종 자원이 부족한 국내 특성상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나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엔터계에서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한 달 새
지옥과 천국
상하한가 오가

사실 엔터주는 호재와 악재에 따른 급등락폭이 타 산업 대비 큰 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다못해 소속 가수나 배우가 특정 시장에서 인기를 끈다는 소식에도 갑자기 상한가를 치는 경우가 있다. 또 대주주나 연예인 한 명의 행동이 구설수에 올라 하한가로 직행하는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일례로 키이스트의 주가를 보면 한 달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형국이다. 키이스트는 지난 421일 중화권을 상대로 직접 화장품사업을 벌일 것을 예고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20일 종가 4445원에서 21일 종가 5110원으로 뛰어오른 후 다음 달인 54일 종가 6320원으로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키이스트의 주가는 최대주주인 배용준이 결혼을 발표한 514일을 기점으로 뚝뚝 떨어졌다. 들여다보면 14일 종가 6230원에서 15일 종가 5910, 18일 종가 5030원으로 하락 곡선이 뚜렷했다.

특히 18일은 하한가를 맞아 영업일 이틀 동안 키이스트의 시가총액은 무려 910억 원가량 증발했다. 21일은 종가 4925원으로 다시금 앞자리를 되돌리면서 키이스트에 대한 호평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본질적인 이유는 키이스트의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과 소멸된 재료에 기인한 것이 사실이다. 키이스트의 지난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327300만 원, 영업이익 85900만 원, 당기순이익 73800만 원으로 모두 증가했으나 당초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앞서 키이스트의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이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너무 올라버린 주가 다지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발표와 최대주주의 결혼 소식이 겹치면서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CEO 리스크
악재 쌓여

대장주 반납도

더욱 근본적인 이유를 파고 들어가면 아직까지 불투명한 엔터업계의 수익구조와 이에 따른 분석적인 한계 탓이 크다. 정확한 근거보다는 카더라통신에 기반한 설이 난무하고 여기에서 출렁이는 주가를 잡다 보면 저절로 피로감이 몰려온다.

거기다 아무런 이유 없이도 기관 등 큰손이 던지기 시작하면 타 산업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 작금의 엔터주가 처한 현실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조차 엔터업을 특수산업으로 분류하면서도 여기에 걸맞은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후행적인 수치보다는 선행적인 글로벌 진출 이슈 등에 주가가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가 영향력 있는 관계자나 소속 연예인 한 명의 행동이 불거지면 바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만약 그 대상이 CEO나 최대주주 또는 간판스타라면 내상은 더욱 커진다.

당연히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된 가수의 열애설이나 탈퇴설이 터질 때마다 급락 또는 하한가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소녀시대 멤버들의 열애 인정과 제시카의 탈퇴,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 탈퇴 등이 바로 그 경우다.

더불어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회장도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역외탈세와 올해 초 불법 외환거래 및 해외부동산 취득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이는 배용준 키이스트 최대주주의 결혼 발표와는 달리 질적으로 훨씬 나쁜 악재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수만 회장은 지난 5일 기준 연예인 주식부자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이며 2위는 배용준 키이스트 최대주주다.

동시에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SM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엔터업계의 최고 대장주 자리를 차지했다. 기존 SM엔터테인먼트 시총이 지난해 초 기준 YG엔터테인먼트의 2배에 달하던 것을 생각하면 짧은 시간에 느끼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홍정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주로 인적 구성원의 활동으로 실적을 내는 회사이기 때문에 소속 아티스트의 동향에 따라 기업가치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주요 아티스트나 대주주의 활동과 같이 일회성 요인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실적을 견인할 수 있는 해외 신사업이 필요한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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