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첩보보다 짜릿한 이중생활 “20대 여성 훅 갔다”

국가정보원 직원이 미혼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각종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들통 났다. 유부남이던 A(35·국정원 직원)씨는 총각행세를 하며 20대 미모의 여성 최모씨와 불륜 관계를 가져왔다. A씨는 최씨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국정원의 근무규정까지 어기며 위태로운 만남을 지속했다. 이들의 불륜은 A씨의 아내에게 꼬리가 잡혀 결국 종말을 맞았다. 국정원도 거듭되는 비위에 지난해 7월 A씨를 해임시켰다. 불륜이 업무상 비위로 이어져 퇴출당한 A씨 사건의 전모를 알아본다.

국정원에서 A씨는 촉망받는 직원이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국정원 임용시험해 합격했다.

임용 후 3년 만에 우수한 실적으로 승진하고 안보 수사국에 배치됐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카페여종업원과의 잘못된 만남이 불륜으로 이어지면서였다. 불륜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각종 비위로 저지르면서 파국을 맞게 됐다.


불륜 위해 각종 비위 저질러

A씨와 최씨는 지난 2008년 4월 처음으로 만났다.

A씨는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여종업원으로 일하던 최씨에게 첫눈에 반했다. A씨는 자신의 결혼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그리고 최씨에게 접근해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다. A씨의 계속되는 구애에 최씨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깊은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A씨는 최씨와 부인 사이에서 위태로운 이중생활을 계속했다. 집에선 성실한 가장, 밖에 나오면 총각으로 행세했다.

이중생활은 비용이 많이 들었다.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쓸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집에 생활비도 보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정원에 입사해 평범한 삶을 살던 A씨는 최씨를 만난 뒤 씀씀이가 커졌고, 결국 각종 비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정보 수집활동을 위한 지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활동비를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최씨와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공금을 빼돌린 것이다.

A씨는 최씨를 만나면서 집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최씨 개인과 가족들의 정보를 수집했다. 최씨와 그녀 부친에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 범죄경력, 출입국 사항, 여권판독자료 등 개인정보를 열람했다. 이 횟수도 40여 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최씨 가족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사생활 침해 피해를 입게 됐다.

A씨는 최씨와의 밀애를 위해 별도 휴대전화를 구입, 국정원에 반입해 사용한다. 국정원은 직원들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고 있다. 업무용 휴대전화는 업무 이외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최씨와의 사랑을 위해 엄격한 국정원 보안규정까지 위반하며,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남편의 행동에서 수상한 점을 느낀 아내 김모씨에 의해 불륜사실이 발각이 된다. 이들의 3개월에 짧은 일탈은 A씨의 이중생활이 탄로가 나면서 끝을 맺는다.

남편의 불륜 사실에 분노한 김씨는 지난 2008년 12월경 국정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이들 부부관계는 악화됐다. 잦은 말다툼을 벌어졌다. 급기야 말다툼이 폭력으로 이어졌다. A씨는 집에서 말다툼 중 아내에게 주먹을 휘둘러 얼굴을 때리고 발로 몸을 걷어찼다.

이로 인해 김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벌금 100만 원 선고 및 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이 일로 부부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았다. A씨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들 부부는 법원의 조정을 거쳐 이혼에 합의했다. 이혼으로 상황이 모두 정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혼 과정을 거치면서 A씨는 벼랑 끝에 몰렸다. 그동안 남몰래 저질렀던 비위 사실이 들통나기 시작한 것. 허위보고, 신분노출, 지위 남용, 직무 태만 등 비위 사실이 하나 둘씩 드러났다.

A씨는 지난 2008년 4월 교통사고를 냈다. 국정원에는 업무 도중 추돌사고를 당했다고 허위보고를 했다. 뒤늦게 음주운전을 하다 보도블록을 들이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2008년 11월,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부인 김씨 가족들은 분노했다. 급기야 김씨의 여동생이 최씨를 찾아와 불륜사실을 따지다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폭행당한 최씨가 고소하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을 염려한 A씨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국정원 직원은 보안 때문에 신분노출을 해서는 안 된다. A씨는 신분 노출시켜 보안을 어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친구의 부탁으로 익명의 여성에 대한 개인정보를 열람한 뒤 알려주는 등 자신의 지위를 남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A씨 해임 사유 정당”

국정원은 A씨의 비위가 안보수사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A씨를 해임했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국정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하종대 부장판사)는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 국가 기밀 등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은 직무관련 부분은 물론 사적 영역에 있어서도 모범적인 자세와 행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여러 징계사유로 미뤄 해임 처분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A씨의 불륜과 부인 폭행사실에 대해 “불륜 및 폭력 행위로 인한 벌금형 선고가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서도 건실한 생활을 할 것을 요구하는 품의유지 부분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불륜및 폭행 사실 이외에도 공무 활동을 위한 정보수집비의 유용, 직무이탈, 개인정보의 임의 열람, 직무 태만 등 가볍지 않은 징계사유가 여러 건이 있는 점에 비춰 해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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