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인증 소용없다”… 재검토로 불똥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송학식품이 ‘대장균 떡볶이떡’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대장균, 식중독균 등이 검출된 제품을 2년여간 포장지만 바꿔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간부 출신 공무원이 임원으로 채용된 뒤 HACCP(해썹·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아 인증 과정에 대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HACCP 인증제도 재검토란 불씨를 지피고 있다.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가 안전성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인증마크 도용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간 대장균 검출 제품 유통
 “지난 일 들춘다…현재 문제 없어”

연간 매출규모 500억 원, 떡볶이떡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송학식품이 전국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등에 대장균, 식중독균 등이 검출된 제품을 불법 유통하다 적발됐다. 회수 및 폐기처분해야 하는 제품들을 포장지만 바꿔 재판매해온 것이다. 문제의 제품은 2년여간 180억 원 넘게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보관중인 쌀 2500포대에 나방 애벌레가 대량 발생하자 맹독성 살충제로 박멸한 뒤 유통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이 역시 폐기처분을 하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반품 당한 불량제품을 기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복지시설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푸드뱅크에 폐기대상 제품을 넘기고,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송학식품 측은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과거의 일을 현재에 문제삼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2년 전 일부제품에서 문제가 생겨 행정조치를 받았으나 현재엔 모두 해결된 상태다”며 “2년동안 유통된 사실도 없고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나온 주장일 뿐만 아니라 검찰 측에서 자료불충분으로 과장된 수사로 보고, 구속영장도 기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송학식품은 각종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우선 잇따라 일어난 위생관련 논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송학식품은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화끈하게 매운 자이언트 떡볶이’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타나 회수조치 당한 바 있다.

더욱이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송학식품이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송학식품은 세균 검사를 실시할 때마다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 같은 세균이 나오자 직원들을 불러 입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유해세균이 검출될 경우 생산중단, 제품 회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식약처에 조작한 서류를 제출해 HACCP 인증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떡 재료 등에 대한 대장균 등 미생물 실험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 실험일지 등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또 전직 식약처 공무원이 송학식품에 고용된 6개월 뒤 HACCP 인증을 받은 정황으로 인해 해당 직원을 이용해 HACCP 인증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도 효용성 논란 덤

식약처는 “송학식품의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HACCP 인증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를 통해 모든 식품의 제조·판매 등 일체의 영업행위를 정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송학식품이 생산한 떡류 제품을 수거해 대장균 검사를 진행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회수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HACCP 인증이 취소되면 떡, 떡볶이 등 떡류 제품의 제조·판매가 금지된다. 떡류 제품은 HACCP 인증이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 적용되는 품목이다.

송학식품을 둘러싼 논란은 HACCP 인증제도 자체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고 있다. 안전한 식품 선택을 위한 취지와는 달리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가 안전성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논란이 된 동서식품의 대장균 시리얼 사건도 HACCP 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 당시 동서식품은 대장균을 발견하고도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고, 재활용해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로 인해 동서식품은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했으며 매출 역시 타격을 입었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 평택의 한 계란가공공장에서 폐기물로 버려지는 계란으로 식품 원료를 만들어 제과·제빵 회사에 공급하다 적발된 바 있다.

경기도 내에서는 HACCP 시설 개선자금을 지원받고도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들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내에서 적발 업체 중 2회 중복으로 적발된 곳은 선미식품 파주공장, 세광식품 파주공장, 아티제블랑제리 안성공장, 사조대림 안산공장 등이다.

특히 삼립식품 시흥공장과 후레쉬서브 오산공장은 3회 이상 위반한 상습업체로 지목됐다.

전국 단위로는 총 58개 업체가 적발됐다. 이 중 별가식품 안성공장은 지난해 냉동식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으며, 명성식품 부천공장은 어묵류에서 접착테이프가 발견돼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 축산물 유통업체는 대구지역 관공서와 학교 등에 매달 600만 원 상당의 허위 HACCP 마크를 단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납품하다 적발됐다.

전라북도 HACCP 인증 지원사업도 특혜성 지원 논란만을 낳은 채 사업 효용성을 보이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송학식품 대장균 떡볶이떡 논란을 기점으로 HACCP 인증제도 효용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식약처의 HACCP 관리·감독과 제도 재검토 여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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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 되는 송학식품 회장 투신자살 사건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송학식품의 떡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표가 투신 자살한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던 성호정 송학식품 회장은 아파트 15층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책상에는 ‘먼저 가서 미안하다. 천국에서 만나자’라는 짧은 유서가 발견됐다.

2010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철탑산업훈장을 받을 정도로 신망이 높았던 성호정 회장이 세무조사 중 목숨을 끊자 무리한 수사가 자살로 이어지게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된 대장균 검출과 연관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며 "당시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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