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돌아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경호팀에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설명=뉴시스>

신동주 vs 신동빈 전면전 서막 올라…2대에 걸친 비극 가족사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전면전으로 돌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로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는 가운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총회 표 대결 의지를 밝히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이들의 왕권 다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일요서울]에서 들여다봤다. 

주주총회 표 대결 예고…신격호 총괄회장 판단력이 관건? 
계열분리 가능성도 열려 있어…또 하나의 농심 생겨날까 

이들 형제의 난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까지만 해도 신동빈 회장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등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과 28일 급격한 반전을 맞이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 등 5명의 친족과 동행해 일본에 나타났고, 일본롯데홀딩스 이사를 해임한 것이다. 또 이 같은 결정을 신동빈 회장이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통해 뒤엎어 버렸다.

이를 두고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신동주 전 회장을 내쳤던 신격호 회장이 갑자기 신동주 전 부회장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것을 두고 판단력에 대한 의문 부호를 붙이고 있다.

반대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관되게 그 사람(신동빈 등)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신 회장을 해임하는 지시를) 듣지 않으니 일본에 와서 결정을 전하려고 한 것”이라고 맞섰다.

현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시서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해임을 한 것과 동시에 한국 롯데그룹의 몇몇 임원에 대해서도 해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해임 지시서 존재 여부와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부인이자 두 형제의 어머니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귀국한 상태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의 가족 만남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와 같이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운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반란과 다음날 차남 신동빈 회장의 반격을 끝으로 1차전의 막이 내려간 모양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일본 롯데의 지배 고리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대결이다.

주주총회 개최 여부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다. 현재로선 한국과 일본 롯데를 아우르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상태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각 계열사 지분을 고루 가지고 있고, 우호 세력 또한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 옮겨간 모습을 보이고 있고, 롯데가(家)의 맏딸 신영자 롯데재단이사장 등도 신동부 전 부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일선 퇴진시킨 행위는 정관에 규정돼 있지 않아 부당하다는 입장을 띄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정관 개정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며 그 자리에서 이사 교체를 제안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주주총회는 피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미 이사회를 통해 7명중 5명의 찬성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퇴진시켜 영향력을 제거한 상황에서 주주총회가 열리는 것은 좋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주주총회 대결에서 패한다면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경영권 모두를 잃게 되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반대로 신동빈 회장이 승리한다면 한일 롯데 경영권을 다시  확고히 만드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캐스팅보트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과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대 변수다. 한일 롯데그룹의 핵심 지주사인 일본 광윤사(光潤社)와 L투자회사들, 롯데홀딩스 소속의 신격호 총괄회장 우호 지분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광윤사는 두 형제가 똑같이 지분 29%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알려져, 나머지 지분의 행방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도 또 한 명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의 보유한 지분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이번 분쟁이 표 대결로 치닫는다면 무시할 수 없다는 수준이다.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한쪽이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패배한 쪽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가지고 계열분리 등을 요구하면 이들의 싸움이 3라운드, 4라운드도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으로 인해 이들의 가족사까지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총 세 번의 결혼이 있었다. 사별한 첫 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는 딸이 태어났다. 그는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다.

그리고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한 어머니 슬하에서 1년 차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들의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또 2대째 내려오는 형제의 난이라는 점에서도 가족력이 드러난다. 전대인 신격호 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도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신격호 회장은 특히 신춘호 회장과 현재 전혀 교류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춘호 회장이 일본 ㈜롯데 이사로 재직하던 1960년대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라면 사업을 시작하면서 갈등이 시작됐고 결국 농심으로 사명마저 갈리게 됐다.

막내인 신준호 회장과는 지난 1996년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 소유권을 두고 법정 소송을 치르기도 했다. 신준호 회장은 이후 그룹의 요직에서 밀려났고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된 롯데우유 회장으로 취임했다. 롯데우유는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면서 독립했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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