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혁신안 ‘최재성 카드’ 날리기 위한 카드
- 국회의원 정수 늘리기 대국민 선전 포고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도깨비가 방망이를 내리치며 “금 나와라 뚝 딱” 하면 금이 나오듯, 혁신위가 “혁신안 나와라 뚝딱” 하면 혁신안이 잘도 나온다. 아마도 그들이 혁신안이라고 내놓는 것이 딱히 새롭게 만든 안들이 아니라 이미 수도 없이 당내에서 논의되고 만들어졌던 안에 대하여 자신들의 취사선택에 따라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혁신안이라고 이름붙여 발표된 내용들이 모두 혁신에 어울리는 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달리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 6월 초에 활동을 시작한 이래, 7월 28일까지 약 50일 동안 모두 6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했다. 1차 혁신안의 주요 내용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도입하는 안과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에 연루되어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지역에 대해 공천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안이었다. 지난달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에서 부정부패 연루 지역 무공천안은 통과 되었기에 10월에 호남에서 실시되는 몇 몇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전패를 하게 되었다.

2차 혁신안은 소위 새정연 비주류 ‘공동의 적’으로 규정될 만큼 잘 드는 칼이었던 최재성 사무총장을 날리기 위한 혁신안이었다. 엄격히 말하자면 혁신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정쟁의 산물로서 만들어진 안이었다.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5본부장제를 도입하는 안과 더불어 최고위원제 폐지안도 발표되었다. 또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을 대표가 선임하는 안도 포함돼 있었다.

사무총장 폐지안은 지난 달 중앙위원회에서 가결되어 잘 드는 칼 최재성은 무딘 칼이 되어버렸다. 다만 최고위원제 폐지안은 어느 틈엔가 없던 일이 돼버린 것 같다. 3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가 임명한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 후에 최고위원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3차 혁신안은 당원의 권리를 강화하는 등 당원제도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4차 혁신안은 시도당에 공천권을 이양하는 등 당의 분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크게 논란이 되는 안이 아니었고, 그래서 주목을 받지도 못한 혁신안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혁신위가 논란을 자초하고 나섰다. 그들이 발표한 5차 혁신안은 소위 국회의원 선거제도개혁이 골자였는데, 비례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원정수를 늘리자는 것이었다.

선거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중앙선관위가 2:1로 제안했으니, 현행 선거구 국회의원 246명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123명으로 하여 총 369석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더불어 국회 예산도 동결하자고 주장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진정성을 알아줄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6차 혁신안은 ‘민생제일주의’를 당의 정체성으로 제시하면서 마치 당의 정책위가 발표하는 듯한 수많은 정책과제도 발표했다. 총선공약을 발표하는 듯하기도 하고, 당대표 선거의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더군다나 ‘민생제일주의’는 2007년 일본 민주당의 오자와 대표가 수권정당을 표방하면서 제시했던, ‘국민의 생활이 제일’(國民の生活が第一)이라는 슬로건을 흉내낸듯 해 식상하기까지 하다. 어쨌든 이쯤 되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좌충우돌도 인내심을 갖고 봐줘야 하는 한계에 이르렀다.

필자는 두달 전 본 칼럼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 네 가지 들어 설명했다. ‘첫째는 혁신주체의 문제로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혁신위가 하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둘째는 혁신의 내용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혁신위원회가 자신들의 역할을 특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혁신위원들의 혁신위 활동에 임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혁신위가 어떤 때는 당 지도부가 된 것처럼, 어떤 때는 공천심사위원회처럼, 그리고 때론 국회 정개특위처럼 권한에도 없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러다보니 좌충우돌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60년 정당의 역사를 너무 우습게 본 측면이 있었다. 일부 혁신위원들은 혁신위 활동과는 거리가 먼 노이즈 마케팅에 열을 올렸고, 그러한 노이즈 마케팅에 일부 혁신위원들이 찬조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고 증명해주었다.

혁신위원회가 성공하려면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적 아이디어가 나왔어야 했다. 그것이 공천제도가 될지 정당혁신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한 전략적 사고에 바탕을 둔 혁신안만이 당내 구성원들을 설득시키고 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혁신안 발표를 보면 그러한 기대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총선 승리전략은 없고 혁신안은 오로지 당의 원심력만을 조장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미 혁신위 활동으로 위기감을 느낀 당내 일부 인사는 혁신위를 해체하라고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혁신안은 그렇다고 하여도 지난 5차 혁신안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라고 요구한 것은 혁신위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 집단인지 아연실색할 정도다. 당내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국민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탐나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번지수를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회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국민 57.6%가 반대했으며, 찬성한다는 응답은 그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7.3%에 불과했다. 이는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적 컨센서스의 문제다. 그런데 혁신위는 이러한 국민감정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당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해당행위를 한 셈이다.

더군다나 국회의원 정수 조정문제는 지난 대통령선거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소위 ‘새정치 공동선언문’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지역구를 줄이는 과정에서 의원정수를 조정하겠다’고 한 바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였다. 누군가의 정치적 신조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되는 문제였으며, 당의 구심력을 저해하는 과도한 월권적 행위였다. 앞서 얘기하였듯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당의 혁신에 걸맞은 행위였느냐,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 정치적 타이밍으로 적합했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어쨌든 혁신위의 월권적 행위로 말미암아 당의 주류도 비주류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가 되어 버렸다. 혁신위 자체도 자신들의 활동을 스스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떻게 보면 혁신위가 당의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X맨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8월 말에 신당의 윤곽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있고, 당내 비주류의 행동은 혁신위 활동과 관계없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표의 당내 구심력은 이미 한계다. 다른 대안의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괴멸의 위기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이미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의 뇌관을 새정연 혁신위가 터뜨렸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 야권재편은 상수라고 생각하고 한 수고 두 수고 보다 앞을 내다보는 포석이 필요한 때다. 그것을 내다보는 사람이 야권의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필 전북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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