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승리를 위한 셈법이 복잡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공천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현실화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방안을 제시하면서 역공을 펼치자 새누리당이 난색을 표하면서 무산될 공산이 높게 됐다. 새누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나 새정치연합의 국회의원 정수확대 제안 모두 명분은 그럴듯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공천룰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 치의 양보없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는 셈이다. ‘오픈프라이머리’ 여야 대회전 이후 여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회의원 정수확대 관련 여야 속내를 들춰봤다.

- 의원 + 보좌진 800명 연간 세비만700억 원 추정
- 천정배 신당, 제2의 통진당, 비박당 탄생 가능성↑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정치민주연합이 총선 8개월을 앞두고 의원 세비동결 내지는 삭감을 전제로 정수를 최소 69명(혁신위안)에서 최대 90명(이종걸 원내대표안)까지 늘리자고 제안해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에서는 현재 지역구 246개 의석을 유지하는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54개의 비례대표 의원을 더 늘리자는 주장이다.

의원 정수 확대를 제안한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현재의 의원수로는 국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통한 비례대표 정수 확대는 영호남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데 주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불거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나 해킹 프로그램 도입을 통한 민간인 사찰 등 권력기관과 재벌, 군대 등 정부 기관을 감시하기 위해선 의회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원정수 확대’속 꼼수는

특히 한국 정치가 5년 대통령 단임제로 행정 수반 1인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의회는 견제할 만한 마땅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다수가 찬성해 통과됐지만 대통령 의거부권 행사 이후 유야무야된 게 사실이다. 또한 대통령과 행정부가 예산권, 정책결정권, 인사권, 감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정부는 법률안 제출권까지 갖고 있어 의회 확대는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의회 확대라는 명분 속에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여당의 시각이다. 일단 지역구 의석수를 그대로 둔 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한 의석수 확대는 기존의 여대야소 지형을 바꿀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지형은 인구학적으로 호남보다 영남의 숫자가 많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적으로 보수층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보를 표방하는 야당은 만년 2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차기 대선에서 보수 정권 탈환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19대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시행했다면 새누리당은 152석이 아닌 141석을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연합(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역시 127석에서 117석으로 의석이 줄어들지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당시) 통합진보당의 의석 수가 13석에서 34석으로 대폭 증가하는 등 새정치연합과 통합진보당을 합친 야권 전체 의석이 여당보다 많은 ‘여소야대’ 구도가 이뤄졌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구도도 완화돼 19대 총선 당시 호남에서 지역구 한 석도 얻지 못했던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 4석을 확보하고, 영남에서 지역구 3곳에서만 승리했던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를 포함하면 19석으로 영남권 의석수를 상당히 늘릴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것은 결과적으로 현행제도보다 여당에게 더 불리한 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행 선거구 제도를 포기하고 야당의 제안을 받아 줄 가능성이 낮다. 그것도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야당의 제안을 정략적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는 7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 주장에 대해 “과격한 진보세력의 정치적 진입을 위한 교두보”라고 비판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새정연 혁신안 의원정수 확대 주장의 문제점’이라는 대외비 보고서에서 “(야당의 의원 정수 확대론은) 사실상 과거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대거 정치권에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몰아세웠다.

또한 여의도연구원은 “친노계 한명숙 전 대표가 공천한 시민단체 출신의 비례대표들이 (현재 야당의)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순서를 잘못 끼운 단추로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국회의원 증원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면서 “문재인 대표도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라며 야당의 당초 의도가 전략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국민’ 내세워 화장실에서 웃는 새누리

또한 여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이용해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 가까이는 선거구 조정 등 제도를 바꿀 때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은 28∼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느냐고 묻자 57%가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인 현재 상태가 적당하다는 답변은 29%를 차지했고,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7%뿐이었다. 나머지 7%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회의원 세비 총 예산을 동결한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도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늘려서는 안된다' 의견이 75%로 압도적이었다. '늘려도 된다'는 응답은 17%로 집계됐으며, 나머지 8%는 의견을 유보했다.

한국갤럽에서는 국회의원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배경으로 현재 300명의 의석수가 적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의원 정수 확대 반대 배경에 국회의원 세비 증액 건은 부차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 국회의원실에서 연간 7억188만 원의 국가 예산이 지원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더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통상 한 국회의원 당 7명의 보좌진과 2명의 유급 인턴을 쓸 수 있는데 4급(2명)과 5급(2명)의 경우 각종 수당을 포함해 연간 인건비로 가각 1억6100만 원과 1억4300만 원을 받고 6급, 7급, 9급의 경우 연봉이 4000~5500만원 수준으로 높은 세비를 받고 있다.

만약 국회의원 세비 현행 유지를 전제로 국회의원 100명이 늘어난다면 인건비만 700억의 세비가 들어갈 전망이다.이뿐만 아니라 증원된 의원수만큼 회관의 방을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건물 리모델링 비용과 함께 국회 지원부서인 국회사무처와 예정처, 법제처 공무원들도 증원해야 하는 만큼 초기 세비만 1000억 원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새누리당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결국 여당은 현행 300석 유지에 무게를 두고 의원 정수 증원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예정이다. 또 헌법재판소 결정을 반영한 선거구획정에 따라 지역구 의석수 증가가 불가피할 경우엔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및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불가피할 경우 의원 정수 증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셈이다. 여당은 정원 동결과 지역구 확대에 방점을 찍고 야당은 정원 증대와 비례대표제 확대를 향해 총집결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물론 그 최종 목적지는 내년 4월에 있을 20대 총선 승리가 될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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