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인줄 알았더니 ‘비리의 열매’
‘사랑의 열매’인줄 알았더니 ‘비리의 열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11-30 13:13
  • 승인 2010.11.30 13:13
  • 호수 866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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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부정비리 사건이 터진 가운데 지난 11월 25일 지하철 역에 설치된 '사랑의 열매' 모금함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photo@dailypot.co.kr

이웃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연말이지만 거리의 인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얼마전 보건복지부 종합감사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동모금회는 윤병철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이사 전원이 지난 11월 21일 전원 사퇴해 업무상 공백이 불가피해졌고 잇단 비리 발각으로 비난 여론의 뭇매가 따갑기만 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1일 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회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에 따라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는 직원 48명(중복자 포함)에 대해서는 징계를, 타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관련자 113명(중복자 포함)에 대해서는 경고·주의 등 신분상의 조치를 요구했다. 전체 직원 292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징계를 받게 되는 셈이다.더불어 부당 집행된 7억5453만 원을 회수조치토록 요구하고 해당 기관에 엄중 경고와 재발 방지를 위해 회계 및 배분방식 투명성 확보 방안 등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등 돌린 민심…불우이웃들 이번 겨울이 춥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공동모금회의 도덕적 해이는 충격적이다. 직원을 부적절하게 채용하고, 예산을 과다 집행하거나 목적 외로 사용했으며, 배분사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멋대로 채용하고 단란주점서 술

감사결과 공동모금회 서울지회는 공개경쟁시험에서 탈락한 8명을 정당한 절차 없이 계약직원으로 특별 채용했다. 이 중 4명은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회 역시 회계분야 계약직을 채용하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 다른 분야와 달리 특별채용하고 광주지회는 필기시험만 합격한 자를 자격증 가점을 부여해 채용하는 등 부적정한 직원 채용 사례가 적발됐다.

공동모금회는 지난 3년간 사무총장 인건비를 7.9%, 직원은 9%로 과다 인상했다. 공공기관의 최근 3년간 인건비 인상률 3%의 세배에 달한다.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지난 5년간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한 결과, 중앙회 및 11개 지회에서 부정적한 집행이 136건으로 2147만6300원으로 확인됐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비리의 그 자체다. 특히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노래방 등에서 124차례나 1996만8000원을 사용했다.

워크숍 경비 집행역시 부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182차례에 걸친 내부 워크숍 비용으로 3억4891원을 집행했다. 그 중 스키장과 래프팅, 바다낚시 등의 비용으로 2879만8000원을 집행했다. 서울과 부산 등 9개 지회에서는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에서 총 26회에 걸쳐 498만4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회장 및 지회장의 이·취임식에서 MC 진행비, 가수 축하공연비 등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

공동모급회의 존립 핵심이나 다름없는 성금 배분 사업도 방만했다. 배분대상자의 사업수행계획서 검토를 검토하지 않아 사업수행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없어진 사업에도 펑펑 지원

지정기부자의 기부목적과 상이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음에도 검토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집행해 2006년 이후 92건의 배분사업이 중도 포기되거나 반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영유아통합지원사업’은 이사회에서 3년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음에도 사업기간 중 평가도 거치지 않고 6개 기관을 추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경북지회에서 차량지원사업을 펼치면서 중앙회 지원기준과 상이한 기준을 적용, 기존 차량 소유 복지기관에 차량이 지원되기도 했다.

배분사업 중간점검과 같은 관리도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회는 2003년 모 기업이 철거민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모 구청을 지정해 1억5000만 원을 기부했지만 이 구청은 올해 2월까지 사업을 수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회는 이를 관리 감독하지 않아 기부자가 반환요청을 해 되돌려 준 사례도 있었다.

더욱이 성금 및 기부금 908억 원을 63개 기관에 배분하면서 1개 시설에 대한 배분한도액인 5억 원을 초과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분사업 사후평가 역시 부실했다. 배분금을 횡령한 기관에 대해서도 횡령금액만 회수하고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제제대상임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제제조치를 감하거나 조건부 제제를 행해왔다. 또 배분대상 제외기간 중임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인천지회 등 5개 지회 11개 단체에 배분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를 거쳐 모금기관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리적발로 만신창이가 된 공동모금회는 지난 11월 25일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쇄신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체 쇄신으로 공동모금회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의 눈길이 쏠려있다.


복지부 쇄신안도 반응 시큰둥

정성진 비대위 위원장은 "이번 쇄신안은 공동모금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인적 쇄신, 시민감시와 투명성 강화, 자정능력제고가 주요 내용"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장명수 한국신문협회 부회장,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이긍희 전 MBC 사장 등 6인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공동모금회는 전원 사퇴한 중앙회 이사진 외에 16개 시·도 지회장과 사무처장에 대해 재신임을 묻기로 했다. 지회장은 최근 새로 취임한 5명을 제외한 11명이 재신임 대상이며, 이 중 7명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이와 함께 비리와 부정 발생 시 즉시 퇴출하거니 징벌이 강화된다. 금액과 지위와 관계없이 공금횡령, 금품이나 향응 수수가 단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즉시 퇴출시키는 ‘즉시 퇴출제(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가 도입되며, 비리나 부정을 적발하면 환수 금액과는 별도로 해당 금액의 3배를 물리는 ‘징계 부감금제’도 도입했다.

사치나 향락의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클린카드’를 16개 시·도 지회까지 포함해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내부제보자 신분비밀보장 및 신변 보호를 위한 내부 공익신고제도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투명성 평가에 따른 조직운영 및 상시감사 체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토착비리 발생과 인사비리를 막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우선 토착비리 발생을 막기 위해 지회 사무처장과 간부에 대해 의무 순환근무제를 도입하고 직원 채용은 중앙회에서 일괄적으로 16개 시·도 지회 직원 채용과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민참여 확대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 외부감시 확대 및 투명성 평가를 위한 ‘시민감시위원회’를 중앙회 및 16개 시·도 지회에 별도 설치한다. 이 시민감시위원회는 기부자, 성금을 배분받는 대상자, 각계 전문가,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될 방침이다. 시민들이 공동모금회 직원의 부정·비리를 상시 고발할 수 있는 ‘사이버 신문고’도 운영한다.

모금·배분 공시시스템을 운영해 모금·배분 내역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공시하기로 했다. 또 자신이 낸 성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진행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피드백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한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서비스 등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문 모금기관을 세우는 등 공동모금회 복수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모금단체 복수화를 위한 ‘공동모금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야당이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해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연말 성금 모금 차질 불가피

이번 비리사태로 각종 기부금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공동모금회가 주도해 추지해온 복지사업들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 하나가 5년간 노숙인 2600명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 ‘임시주거비 지원을 통한 노숙인 사회복귀 지원 사업’의 중단이다. 공동모금회는 2006년 사랑의 열매 복권기금을 활용해 시작한 이 사업이 내년 1월에 종료된다고 지난 11월 23일 밝혔다.

국내 최초 주거지원을 통한 거리노숙인 지원 사업이었던 이 사업은 그동안 노숙인에게 말소된 주민등록 복원 및 장애인 등록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으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와줬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노숙인 2628명에게 임시주기지 비용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자 보건복지부는 2006년~08년 3개년 사업으로 추진됐던 임시주거비 사업의 연장을 공동모금회에 요청했었다. 이에 공동모금회는 자체 예산을 쪼개 2년간 추가로 사업을 지속해왔었다.

그러나 2년째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이 정부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감사 비리 적발로 모금이 줄자 사업추진의 한계를 느껴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연말 모금 운동에 돌입해야 할 시기에 안팎의 각종 악재로 공동모금회 업무는 사실상 중단될 전망이다.

모금복지회는 감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1월 21일 잇달아 걸려오는 항의 전화에다 회장과 이사진의 전원 퇴진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모금행사 계획은커녕 업무마비 사태가 초래되기도 했다.

공동모금회는 오는 1일부터 두 달 간 성금모금에 들어간다. 그러나 비리적발로 인해 기부의 온정이 식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2242억 원을 모았으나 비리가 알려지기 시작한 10월 이후 개인기부 1100여건과 기업후원 20억 원 상당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0월 모금액은 81억9700만 원으로 지난해 10월보다 4.7% 감소했다.

공동모금회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6% 많은 성금을 모아 고무적인 모습이었지만 복지부 감사결과 발표로 기부 열기가 얼어붙어 모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공동모금회의 위기는 모금에 크게 의지해왔던 사회복지 단체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합니다. 다시 태어나는 모금회를 위해 애정어른 쓴 소리를 부탁합니다’라는 사과문을 띄우고 쇄신안 발표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