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4대 개혁ㆍ총선 앞두고 친박 지각변동

▲ <뉴시스>

‘메르스 문책’ 원포인트 개각 후 추가 개각 관심 쏠려
“8.15 재벌총수 사면으로 더 큰 재계사정 추진될 것”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지난달 27일부터 닷새간 여름휴가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각을 단행해 눈길을 끈다. 동시에 이 기간 세운 국정운영 구상과 향후 총선을 앞두고 추가 개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을 동시에 교체했다. 여권 내에서조차 개각 시기를 놓고 메르스 종식 선언 직후부터 내년 초까지, 그 폭에 대해서는 원포인트 개각부터 전면 개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8월 중순에서 8말 정도에 원포인트 개각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경질성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그동안 여권 내에선 메르스 사태수습에 주력해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원영 고용복지 수석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날 전격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운영 준비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남은 과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박 대통령은 휴가기간 중 각 부처 수장 인사 교체 부분과 경제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내수 진작 방안을 집중적으로 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경제 전망이 여러 면에서 불투명하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어 경제활성화 출구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 경제인 특별사면 등에 대해서도 정당성에 대해 깊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운영과 관련해 구조개편에 대해서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에서 10월 사이 중폭이상의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 시기에 청와대를 비롯해 각 부처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에 조금씩 힘이 실린다.

노동·교육·금융·공공 부분 4대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요구가 적지 않아 이르면 8월말 추가 인사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박 대통령은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 25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해온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내정했다. 여기에는 메르스 사태의 후속조치로 추진 중인 방역 및 감염병 대응 등 의료체계 개편을 책임지고 완수해달라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또 신임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에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한 것은 올해 하반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이뤄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세연구원 연구위원과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김 수석은 조세·복지분야 전문가로도 평가받는 만큼 복지분야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수석은 같은 19대 비례대표 의원 출신인 안종범 경제수석과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인력재편 요구 커져

보건복지 라인에 대한 원포인트 교체 인사를 계기로 연말까지는 개각이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 인사를 마무리짓고 황교안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을 안정화시켜 후반기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여권 친박계의 한 인사는 “올해 하반기 개혁·경제 과제는 청와대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기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국정운영에 집중하기 위해선 황교안 총리 중심의 내각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연말까지 추가 개각은 없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개혁작업에 여론의 지지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인력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기 때문에 현재 인적 구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4대 개혁’은 냉담한 반응만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개각을 뒤로 미루는 대신 4대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사정 작업에 역량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타깃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재계의 각종 위법행위를 척결하는 것이다. 탈세를 비롯해 횡령, 비자금조성, 부당거래, 정경유착 등을 뿌리 뽑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 재계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계 사정과 관련해 “본격적인 재계 사정 작업을 앞두고 8.15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더 큰 사정작업을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무성하다. 사면에 대한 비난여론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재벌총수들을 사면하는 것은 비난여론에 대한 대응전략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응전략’이란 바로 강도 높은 재계 사정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기업인 사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총수 사면에 대한 여론의 시선과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한 뒤 국민적 이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재벌총수들의 사면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완료에 맞춰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창조경제 성공과 청년일자리 창출, 투자활성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기업인 사면을 위한 여건이 성숙해 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총선-청와대 역할론 대두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다고 보고 메르스 사태 대응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어 문 장관을 경질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문 장관의 경질 직후 향후 개각작업에 대한 구체적 플랜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관측한다.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개각설 내용을 살펴보면 청와대 내부에 이미 기존의 인적구성으로는 향후 여러 변수와 위기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에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적 불신을 상쇄시키기 위한 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또 개각이 향후 정국 구상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내년 4·13 총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 9월 이후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게 여권 내 친박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청와대는 개각설이 돌자 일부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 현역의원 5명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과 청와대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문 장관을 교체하는 원포인트 개각 수준을 넘어 중폭 또는 대폭 개각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1기 멤버인 윤병세(외교부)·윤상직(산업통상자원부)·이동필(농림축산식품부)·윤성규(환경부) 장관과 내년 총선 출마 의사가 있는 최경환 (기획재정부·부총리)·황우여 (교육부·부총리)·유일호(국토교통부)·유기준(해양수산부)·김희정(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모두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구설에 올랐던 인사들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잇단 재난 사태에서 제 역할을 못 했다고 비판받아 온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등도 포함될 수 있다.

한편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여권 내 권력 지형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김무성·정몽준·김문수·오세훈’ 4인체제가 저물고, ‘원희룡·남경필·나경원·조윤선’의 신4인체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정몽준 전 의원은 정치보다는 FIFA 회장직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또 대구 수성갑에 출마 의사를 밝힌 김문수 전 지사는 쉬운 길로 가려는 것에 반발하는 당내 여론에 주춤하고 있다.

반면 원희룡 제주지사는 메르스 사태 속에서 광폭행보로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남경필 경기지사도 메르스 국면에서 수혜를 입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한 나경원 의원도 올 초 국회 외교통
일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한단계 확장한 상태라는 평가다.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유승민 정국’으로 수혜를 입은 숨은 정치인이라는 평가다. 조 전 수석은 차기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의 지역구 경기 의왕·과천에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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