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지방국세청장에 7인회 멤버도 수사선상”

[일요서울|홍준철 기자] 57세 황모씨(여)의 로비행적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처음에 공사현장 브로커 정도로 여겨졌던 황씨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형부인 윤모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때문이다. 하지만 황씨의 주장과 내용이 다소 황당해 정치권과 언론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부터 대통령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 명단에 전직 고위 공무원 이름이 실명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대통령 사촌형부를 구속시킨 데 이어 전직 대전지방국세청장을 현장에서 체포하고 급기야 ‘7인회’멤버인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순식간’ 대형 로비스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감옥에 있는 황여인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행적과 사건을 추적했다.

‘대통령 사촌형부 금품수수사건’의 시작은 200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영 아파트 청탁 비리는 사건 당시 공무원, 공인회계사, 경찰간부, 도의원, 대학교수, 기자, 도지사 선거특보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인허가를 위해 공무원 등에게 수억원이 건네졌고 당시 황씨는 전 국무총리의 딸을 사칭해 로비를 주도하다가 도주, 수배령이 떨어졌다.

황씨는 수배생활 도중 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 형부인 윤씨를 만나 수배를 풀어달라는 로비를 벌이면서 5천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씨와 황씨가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1월로 이 자리에서 윤씨는 자신을 상록포럼의 공동대표이자, 충청향우회 중앙회 부총재(현 공동대표)로 소개했다. 황씨는 2013년 5월 윤씨를 믿고 함께 검찰에 자진 출두를 했다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갑작스럽게 구속됐다. 이에 황씨는 2년 6월을 선고받아 통영교도소에서 1년 6개월간 수감됐다가 2014년 말 의정부교도소로 이감됐다

 담당검사, 검찰 꽃
‘중앙지검 특수부’승진

황씨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윤씨가 황씨 구명활동을 벌이고 4차례 접견을 하면서 나눈 녹취록과 황씨의 진정서가 공개돼 윤씨의 신분과 행적이 노출되면서부터다. 윤씨는 황씨의 수배해제를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전 비서관뿐만 아니라 고등검사장 등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윤씨의 로비가 통하지 않으면서 황씨는 윤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윤씨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진정서와 고소장이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에 접수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김 의원실에서는 황씨와 윤모씨 접견기록에서 의아한 점이 통상 접견기록에 실명은 지우고 공개를 하는데 검찰에서 윤씨 관련 내용만 실명으로 내보냈다는 점을 들었다. 누가 봐도 윤씨인 줄 알게 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통영 담당 검사인 K씨는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올해 초 승진해 중앙지검으로 발령받았다. 사법부 내 비주류 대학 출신으로 검찰 내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중앙지검의 꽃으로 불리는 특수부 산하 방산팀으로 온 인사 배경에도 김 의원실에서는 의구심을 표출했다. 특히 담당검사의 ‘깜짝 승진’과 함께 검찰이 이미 2013년 5월에 윤씨가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신분을 알면서 ‘쉬쉬’해오다가 2년 만에 수사를 재개한 것에 대해서도 김 의원실에서는 ‘정권관리 차원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황씨 ‘성공’한 40억
저축은행대출 수사선상?

두 번째 황씨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고위 공직자와 연결점이다. 윤씨가 황씨의 구명로비를 위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전 비서관의 경우 윤씨와 같이 지난 대선에서 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황씨 관련 검찰이 지난 8월19일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전격 체포는 황씨가 단순 브로커 역할에서 멈춘 게 아니라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황씨로부터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시절인 2013년초부터 황씨가 구속되기 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민원 청탁과 함께 모두 1억1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주목할 점은 지방의 한 지역에서 ‘아파트 인허가 로비’를 벌인 ‘건설 브로커’ 황씨가 어떻게 고위공직자인 제갈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까지 연결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에서는 “새누리당 출신으로 16, 17대 총선 때 PK지역에서 출마한 P씨가 제갈 전 청장의 마산고 후배이며 친구라고 황씨를 소개 시켜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황씨와 제갈 전 청장 사이에 또 다른 ‘브러커’역이 의심되는 P씨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김 의원실에서는 제갈 전 청장이 황씨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었던 계기는 공사비 미달, 대출 중단 관련 브로커 역할을 해오던 황씨가 T저축은행으로부터 40억 원대 대출을 성사시킨 예를 들었다.

만약 김 의원실의 제보가 사실이라면 황씨가 정관계 로비를 통한 ‘40억 원대 저축은행 대출사건’도 검찰이 살펴볼 대상이 된다. 전격 체포된 제갈 전 청장은 검찰에서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밝히고 있지만 김 의원실에서는 “2013년 4월에 대전지방국세청장에 임명돼 황씨가 5월 구속된 직후 이런 저런 의혹이 일었고 2013년 12월 말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작년 1월에 관둔 대목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의혹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황씨의 권력형 로비 행태의 화룡정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멤버의 등장이다.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황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에 직면했다.

野, 대통령 사촌형부
대전국세청장 국감증인

검찰은 황씨가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현 수석부의장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한 측근은 검찰에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황씨의 지시로 제주도에 가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현 부의장에게 1000만 원을 건넸다”고 전술했다.

그러나 현 부의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씨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 이후 조만간 현 부의장을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황씨의 전방위 로비가 지역정가 유지에서 시작해 대통령 친인척에 전직 청와대 비서관, 지방국세청장에 이어 대통령 측근 그룹으로 옮겨가면서 집권 여당과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사촌형부 윤씨뿐만 아니라 제갈경배 전 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황씨 관련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몰고가겠다는 복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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