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직 여직원의 수모…고위직 감싸기 논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성희롱 파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번의 성희롱 사건이 터지고 잊을 만하면 또 다시 반복되는 식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성희롱을 저지른 당사자에 대한 제재 및 징계 수위도 도마에 올랐다. 똑같이 성희롱을 저질렀는데 고위 간부는 정직으로 사태를 모면하고, 일반 민원인은 LH가 고소 및 고발 등 강력조치를 하겠다고 나서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성희롱 간부 징계 해임에서 정직으로 낮춰
도덕적 해이 어디까지…흔들리는 내부 기강

LH를 둘러싼 성희롱 파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먼저 지난해 4월 LH 강원지역본부에서 성폭력 행각이 있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의 애도기간 중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큰 비난이 일었다.

당시 이노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LH강원지역본부 한 간부가 기업협의회 교육과정에 참석해 타 기관 여직원의 신체 일부를 손으로 건드려 감봉 조치됐다”고 밝혔다.

또 “세월호 참사기간 동안 잇따른 성추행 사건은 사고 희생자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LH는 자체 기강 확립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통해 내실화를 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LH의 또 다른 간부가 연구지원처 학술대회에 참석해 타 기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바도 있다.   

LH 자체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강원지역본부 소속 한 간부는 기업협의회 2014년도 공동시행교육 디자인 과정에 참석해 자신이 속한 조의 주제 발표 중 건강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옆에 있던 여성의 엉덩이를 강하게 내리쳐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
해당 간부가 외부인을 추행해 공사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사유로 받은 징계 조치는 감봉이었다.

그보다 앞서 2012년 5월 LH의 경기도 오산직할사업단에서 기능직 직원이 계약직 여직원에게 총 21차례에 걸쳐 휴대폰으로 음란성 메일을 보내 견책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끝이 아니다. LH는 2009년 6월 도시기획처 간부가 부하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LH를 향해서 “성희롱과 같은 중대 범죄가 감봉, 정직으로 끝나는 것은 LH 내부의 도덕적 해이 실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반복됐다는 것이다.

지난 31일 국민일보는 “LH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LH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여비서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1급 간부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고, 징계 수위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앞서 A씨는 지방본부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9월 함께 식사하던 여비서의 다리 등을 디지털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지난달 1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아울러 LH 성희롱 고충처리위원회는 사건 당사자와 주변인들을 상대로 자체조사를 벌여 A씨의 해임을 의결 처리했다. 그러나 이날 인사위원회는 지난달 사내 성희롱 고충처리위원회의 해임의결 결정과 달리 A씨(1급 간부)의 징계를 정직 3개월로 결정한 것이다.

해임 의견이 번복된 이유로 인사위원회는 피해자와 금전적으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후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달 26일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5개월로 징계수위를 조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성희롱 대처가 너무 미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LH노동조합도 이와 관련해 ‘LH, 진정 성희롱의 사각지대로 남을 것인가’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LH의 사규에 따르면 징계 종류를 견책, 감봉, 정직, 해임 및 파면으로 구분해놓고 있으며 이 중 정직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다. 정직 기간 임금의 80%가 지급된다는 점 역시 징계 정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에 한몫한다.

직급에 따라 처벌?

더욱이 LH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말 LH가 “폭언·폭력을 일삼는 악성민원인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직접 밝혔던 것과 배리되는 태도다.

결국 악성 민원인은 가만 두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성희롱을 일삼은 고위 간부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설명이 된다. 같은 죄를 저질러도 직급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 셈이다.

또 고위 간부의 징계수위를 낮추던 날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한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사 절차도 없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민원인의 신고만을 근거로 바로 해임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근로자는 28일자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정황 상 ‘고위 간부 감싸기, 제 식구 편들어주기’ 등의 논란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실이다.

다만 LH는 이와 관련해 묵묵부답인 상태다. [일요서울]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결국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또 LH는 매번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상태로 해당 내용을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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