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건드리고… 돌고 돌아 MB?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 규명에 초점을 맞췄던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정부 실세들과 인연이 있는 외주업체들이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 포항에 연고를 둔 유력자들을 일컫는 이른바 ‘영포 라인’과 '칠천회' 인사들 여럿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의 최종 종착지가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향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도 나온다.

영포라인과 칠천회 모임에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회원으로 있고 정준양 전 회장 선임과정에서도 깊게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라 관련 의혹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역 협력업체 직접 관리…정치인, 이권개입 정황 포착
檢, 정준양 前회장 재소환 필요하면 구속 영장 청구


지난 6개월간 검찰은 포스코건설 비자금의 행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임원들이 조성한 비자금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거쳐 최고경영자인 정준양 전 회장을 통해 정치권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당초 예측이 빗나갔다.

▲ 정대웅 기자
그러나 검찰은 이번 외주업체 비리 수사를 기점으로 답보상태에 빠졌던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분위기다.
이미 4곳의 협력업체 수사를 통해 상당부분 관련 의혹을 파헤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특정 국회의원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어 관련 의혹도 함께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거론되는 국회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과거에도 포스코 수사와 회장 선임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의혹으로 경제단체의 표적이 됐던 인물이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의 수사가 구체화될수록 그 칼날의 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계의 한 원로는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의 비자금 조성에서 포스코 본사의 협력업체를 통한 정치자금 수사로 본류가 옮겨갔다”며 “수사의 최종 타깃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지역 정계 핵심 인사로 구성된 ‘칠천회’란 모임이 관심을 끈다.
복수의 사정기관에 따르면 칠천회는 포항 지역 정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7명의 지역 인사들이 만든 모임인데, 이들은 포스코 협력업체를 통해 매달 1000만 원씩 모두 7000만 원을 모아 이 가운데 상당액을 전 정권 실력자에게 ‘상납’해왔다고 한다.

검찰이 포스코와 지역 정계의 유착 관계를 정조준한다면 칠천회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이 모임과의 연계성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전 의원 측근들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수사가 포스코 내부보단 외부에 초점이 더 맞춰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 1일 압수수색이 이뤄졌던 포스코켐텍의 외주업체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의 최측근인 박모(58)씨가 소유한 회사다. 박씨는 정 전 회장이 취임한 직후 이 회사의 지분을 매입했다가 최근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박씨는 약 5년 6개월 동안 15억여 원의 이익을 챙겨 그 가운데 상당액을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포항 남구·울릉)를 관리하는 데 쓴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박씨 측이 쓴 돈이 이 전의원 측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추적해 자금 흐름의 불법성이 확인되면 이 전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이 전 의원의 특보를 지낸 공기업 감사 김모(56)씨도 9일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김씨 소유의 기계 정비업체인 대광산기가 포스코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의 특혜를 받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9일 새벽에는 새누리당 4선인 이병석(63·포항 북구) 의원의 측근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의원의 친구이자, 2007년 대선 때 ‘MB 연대’ 대표를 지냈던 한모(63)씨가 소유한 가로청소 용역업체 이앤씨다.
검찰은 같은 시기 ‘MB 연대’에서 함께 활동한 이병석 의원이 이앤씨 사가 포스코로부터 사업상 특혜를 누리는 데 개입했을 가능성도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포스코가 소규모 업체에 불과한 이들 협력업체를 직접 관리해왔다는 점에 정준양 전회장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미쳤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또 정 전 회장의 광범위한 비리 의혹이 결국 자신을 비호해준 정치권에 정치자금 지원 형식으로 보답하는 모종의 ‘빅딜’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 정권 실세 정조준

정 전 회장으로의 포스코 회장 교체를 둘러싼 잡음은 오래전 정치권을 중심으로 번졌다.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은 2009년 4월 께 박영준 전 차관(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천신일(72) 세중나모 회장이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박 전 차관과 천 회장이 당시 회장 후보군을 포함한 포스코 수뇌부를 만나거나 통화하며 “대통령의 뜻은 정준양 회장으로 결정됐으니 포기하라” 등의 통보를 했다는 게 골자다.

우 전 의원은 “영포(경북 영일·포항)게이트’의 효시는 뭐니 뭐니 해도 포스코”라고도 주장했다. 회장 선임 이후인 2월 5일 포스코에서 소위 ‘정준양 사람’이 아닌 상임이사들이 내쳐졌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박 전 차관은 이구택 전 회장을 제외하면 의혹에 거론된 포스코 인사들을 만나기는 했다고 국회에서 밝혔었다. 다만 상대방 측에서 먼저 만나기를 원했기에 이뤄진 만남이었고, 부적절한 인사 개입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차관을 불러 관련 의혹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만간 소환 일정 조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포스코의 회장 인선 때마다 정치권 입김이 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현 회장인 권오준 회장의 선임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권 회장 선임에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포스코 측은 이와 관련해 “절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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