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우종철 논설주간] 한국경제가 위중한 국면이다. 한국사회는 글로벌 경제, 지식기반경제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 들어와 있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 심화, 계층이동성 감소 등 미증유의 난제들이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불공정·불안·불신의 ‘3불(不)사회’는 사회갈등을 심화시키고, 연애·결혼·출산 포기의 ‘3
포(抛)시대’가 꿈을 잃은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치인뿐만 아니라 지식인들조차,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이분법적인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이래서는 ‘앵그리’ 사회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을 제시할 수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올바로 개척할 수 없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위기’는 바로 ‘보수주의의 위기’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수세력은 ‘건국과 정부수립-산업화-민주화’라는 역사적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래서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성공의 위기다(crisis of success)’라고 할 수 있다. 농지개혁, 문맹퇴치, 산림녹화, 산아제한, 경제발전, 자주국방 등 역대 보수정권이 추구하던 목표들은 초과 달성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민통합을 통한 선진화와 통일대업 실현이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쌓아 온 금자탑 때문에 향후 보수주의가 한국사회에 이상(理想)이나 추동력을 제공하기
어렵게 된 점이 보수 위기의 본질이다.

흔히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여전히 도덕불감증에 걸려 있다. 보수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보수주의가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한국사회의 중심 가치로 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보수’가 가야할 길

우리는 때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기회주의를 목격하게 된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중 보수정당의 책무와 소명의식을 망각하고 있는 사람이 없지 않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가 나왔을 때 그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나? 좌파정권의 ‘햇볕정책’으로 대북 기본인식이 혼미해질 때 그들은 무슨 의견을 냈었나? 북한 동포의 인권 보호를 위한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해 그들이 한 일이 무엇인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보수주의가 자기 개혁을 소홀히 하면 도도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보수가
역할과 소명은 명확하다. 선진화와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이 과제의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 ‘보수’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 살펴보자.

첫째,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다. 먼저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자 ‘건국일’로 재정립해야 한다. 좌편향 역사교육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도 필요하다. 두 분의 역사적 공과(功過)를 함께 평가하여 공(功)은 계승하고 과(過)는 경계하는 균형 잡힌 역사관 정립에 보수가 앞장서야 한다.

둘째, 헌법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장경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대체할 대안이 없고, 역사상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보수는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세력도 용납해서 안 되며, 대한민국 수호는 헌법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셋째, 통일에 대한 비전과 전략 제시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이 구호에만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통일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가 당면한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수십 년간 고도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을 보수가 앞장서서 국민들을 계도해야 한다.

넷째, 신분 상승 사다리의 역동성을 지키는 일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겠는가”라고 조롱받던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10위권의 나라가 됐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고,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동적인 나라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역동성이 사라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도 보수의 몫이라 하겠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보수 진영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과제를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남은 기간 중 ‘도덕성 회복 운동’을 펼치고, ‘유능한 보수’를 입증하고, 중도층을 끌어안는 ‘해불양수(海不讓水)’의 포용성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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