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정권의 사정의 칼날이 여의도를 넘어 MB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4자방 수사(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가 지지부진했고 포스코관련 비리의혹 수사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검찰은 전 정권에 대해 ‘봐주기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임기반환점을 돌면서 이런 분위기는 확 변했다. 포스코 하청업체의 협력업체 특혜 의혹으로 불거진 사건은 결국 이상득 전 의원이 나오면서 구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 듯하게 돌고 있다. 여기에 차명 보유 의혹을 사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에 ‘다스’에 근무 중인 아들까지 구설수에 오르면서 칼끝은 이 전 대통령 턱밑까지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박 정권은 내년 4월 총선 전후로 이 전 대통령을 참고인 자격이든 피의자 신분이든 검찰에 소환해 전 정권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해 선거에 유리한 정국을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MB와 측근들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 대통령 형-아들, 대학동기, 최측근 줄소환 예고
- 자원·4대강 접고 포스코·화푸·제2롯데 재점화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MB정권을 겨냥한 수사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일단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거나 내사에 돌입한 사건을 보면 4자방 수사를 비롯해 포스코, 농협 비리의혹 사건, 제2롯데월드 사건, 우리은행 화푸빌딩 부실대출건, 이 전 대통령 실소유주 논란이 된 다스까지 10여건에 이른다. 이중에 검찰이 칼을 매섭게 휘두르고 있는 사건이 바로 포스코 비리의혹 사건이다.

포스코 비리 수사는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소환이 예고되고 있고 친이계 대표주자인 이병석 의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9월17일 오전 포항 남구에 소재한 한 업체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거래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스테인레스 공장 내 분진 및 슬래그 처리업을 하는 이 업체가 포스코에서 일감을 집중 수주받은 정황을 잡고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대표 최모씨의 친형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이병석 의원 포항 사무소 사무장을 지낸 지역 정치인이다.

검, 이상득 구속 여부 MB수사 리트머스

또한 이 업체는 정 전 회장 재임기간인 2009년 이후 매출과 영업 이익이 급증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의원이 이 업체가 일감을 수주하는 데 특혜를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정준양 전 회장이 특혜를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앞서 10일 이 의원이 친구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MB 연대’ 대표를 맡은 한모씨의 회사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도로 청소 용역을 주로 맡는 이업체가 다른 협력사의 일감을 가져오며 회사 규모를 키운 정황을 잡고 특혜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이 실소유한 포스코 협력업체 티엠테크와 이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세해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자재운송업체, 집진설비측정업체 등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포항지역 전현직 의원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으면서 친MB계 인사들은 초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 수사가 확대될수록 수혜를 입은 인사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검찰은 지난 15일 정 전 회장을 네 번째 소환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매입과 동양종합건설에 대한 해외공수 수수 특혜의혹 등 정치인과 밀접한 인사가 운영하는 외주업체에 대한 특혜제공 의혹등을 집중추궁했다.

포스코 비리의혹 수사가 이 전 대통령 형님과 ‘영포라인’을 향하고 있다면 우리은행 화푸빌딩 부실대출건은 MB정부 최측근 인사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화푸빌딩 부실대출건에 대해 검찰은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관여한 인사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입수해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푸빌딩은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 위치한 25층짜리 건물로 애초 이정배-민봉진 두 인사가 인수하려다 파산신청을 하면서 부실화된 사건이다. 당시 한화생명이 1500억원, KB국민은행이 2300억원 각각 대출을 해줬는데 우리은행이 이 대출건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다가 두 채권을 모두 매입했다. 하지만 3800억원을 투자한 화푸빌딩 지분이 조선족 이모씨와 재판에 패소하면서 부실화될 처지에 몰려 있다. 특히 대출 과정에 청와대 전 비서관 K씨와 이 전 대통령 고대 동문인 L씨 등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MB정부 시절 승승장구했던 롯데에 대한 수사 역시 최종 종착지는 MB 최측근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에 있는 인사는 장경작 전 롯데호텔 사장이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고대 경영학과 64학번 동기로 서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푸 건 청와대 전 비서관, 고대 동문 연루 의혹

이시형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당시 롯데가 전략적으로 장 전 사장을 호텔 요직에 앉히고 취임 이후에는 호텔사장뿐만 아니라 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자리에 선임했다. 장 전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1994년부터 추진했으나 서울공항 비행안전문제에 부딪혀 번번히 무산됐던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승인을 이뤄낸 핵심인사로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한 롯데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외협력단을 신설하고 그 단장으로 소진세 롯데슈퍼·코리아세븐 총괄사장을 발령했다. 소 사장은 현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회장으로 있는 대구고 동문 사모임인 ‘아너스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이 모임은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등도 회원으로 있는 대구고 핵심 모임이다. 이밖에도 MB정권 정무수석을 지낸 맹형규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전직 보좌관 등도 영입해 롯데에 대한 정치권 사정 공세에 맞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전정권 차별화를 위해 야심차게 꺼내들었다 별소득을 못내고 있는 4자방 수사(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역시 MB측근을 긴장케 만들기에 충분하다. 22조 원의 국고가 투입된 4대강 공사 관련 비리 의혹은 감사원이 부실 사업으로 인정했음에도 몸통은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자원외교 수사 역시 수십조의 국민혈세를 낭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광물공사, 석유공사 사장 두 명을 구속시키는 데 그쳐 ‘깃털만 날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나마 방산비리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면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대대적으로 방산비리 척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실 그동안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합수단은 몸통은 건드리지 못하고 깃털만 잡아넣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는 4대 개혁을 추진하면서 방산비리 수사본부에 전방위로 확대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초동 주변에서는 “합수단이 이명박 정권과 무기브로커의 커넥션 정황을 잡은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물론 방산비리 수사에서 대형 로비스트가 드러날 경우 정치권 특히 MB정권 실세들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특히 이명박 정권말 추진된 14조 규모의 해외무기도입 추진과정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박 정권과 검찰이 전정권에 대해 ‘이 잡듯이’ 훑고 있는 배경으로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사정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레임덕 방지를 위해선 원내 1당이 필요하고 가급적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

20대총선 전정권과 차별화…선거 변수

이를 위해선 언제든지 ‘국민적 공감’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부패와의 전쟁이다. 또한 MB정권을 겨냥함으로써 총선 전에 친이계 인사들에 대해 도덕성에 타격을 입혀 사전에 싹을 자를 수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자칫 임기 후반 흔들릴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까지 다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정권 사정 카드는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청와대 일각에서는 친형 이 전 의원 구속뿐만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다스에 대한 검찰 내사설까지 나오면서 결국 이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 전후로 검찰에 출두할 가능성도 점처져 20대 총선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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