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페티쉬방 면접기

‘변태’ 성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은 끊임없이 변태적인 영상들을 쏟아내고 있고, ‘변태들을 위한 업소’로 불려지는 ‘페티쉬방’은 더욱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남성들의 변태 성문화는 과연 어디까지 온 것일까. 무엇이든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 기자는 여자란 ‘성’을 이용해 페티시방의 문을 두드렸다.

차별화 된 전략으로 페티쉬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악구의 ‘A 페티쉬’ 업소를 찾았다. 면접을 보겠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한 빌딩의 상층에 위치한 A 업소는 정문을 중심으로 안과 밖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었다. 일반 회사를 연상시키는 평범한 외관이 문을 열자 신천지로 바뀌었다.

내부는 값비싸 보이는 소품들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대형 TV가 설치된 대기실에 앉아 있자니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실장’이 다가왔다. 빠른 시선으로 기자의 몸을 훑는 눈길이 느껴졌다.

웃는 얼굴로 기자를 대한 실장은 제일 먼저 경력에 대해 물었다. 기자는 “페티쉬방에서 일한 경력은 없지만 룸살롱에서 일해 본 경험은 있다”고 적당히 둘러댄 후 “그래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 시켜만 달라”는 의지를 보였다.

실장은 “보통 그렇게 말을 하지만 이틀 정도 일하고 출근하지 않는 아가씨들이 대부분”이라며 “특이한 취향을 가진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 것”이라 전했다. “돈은 일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지만 그 값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장에 따르면, 페티쉬방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을 다루는 노하우와 대화 능력이다. 이것들이 하루아침에 생길 리는 만무. 돈이 필요한 아가씨들은 변태들의 성향에 대해 오픈마인드로 배우고 노력해서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있었다.

이어 실장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일들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성관계 빼고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말로 듣는 건 한계가 있으니 일하며 배우라”고 했다.

기자가 짐짓 머뭇거리자 실장은 “생각해보고 말해 달라”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룸들이 이어진 복도로 걸어 나갔다.


‘그곳’서 무슨 일 벌어지나

‘Subway(지하철)’, ‘School(학교)’ 등의 팻말이 이어진 복도를 둘러본 후 업소를 빠져나가려는 찰나, 룸 하나의 문이 열리고 한 남성과 아가씨가 동시에 나왔다.

정문까지 남성을 배웅하고 기자를 쳐다보는 아가씨에게 “손님들 어때요?”라고 넌지시 물었다. 잠시 멈칫한 아가씨는 “한마디로 진상”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자는 이 여성을 통해 구체적인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페티쉬 업소에 몸담은 지 2년째라는 박모(27·여)씨. 그녀는 “변태들 정말 많다”며 “오늘 손님은 내 스타킹을 벗겨서 자기가 신고 갔다”고 말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떤 손님들이 오는지 묻자 그녀는 “주 고객층은 30대”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찌질이’들 보단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어 “때리고 욕하는 것은 기본이고 의사가운 입혀놓고 발기부전 치료해 달라는 사람, 책상 밑에 들어가서 다리만 쳐다보는 사람, 성기에 침 뱉어달라는 사람 등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야말로 천태만상의 ‘변태’손님들이 찾는 페티쉬방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가씨의 소변을 신체(입, 성기 등)에 ‘발사’해 달라고 주문하는 남성, 아기의 기저귀를 여성의 몸에 착용시키고 젖병을 입에 물리며 희열을 느끼는 ‘소아증’ 성향을 가진 손님들까지 있다는 사실. 박씨는 “이 곳에서 돈 벌려면 다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 자조 섞인 언급을 하며 한숨을 뱉었다.

2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박씨인 만큼 여러 성향의 남성을 접해 봤을 터. 그녀에게 가장 특이했던 손님은 누구였는지 물었다. 박씨는 “가장 특이한 손님은 60대 남성 이었다”고 의외의 답을 내놨다. “그 사람은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이 몸을 빤히 들여다봤다”며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니 몸에서 분비물이 나오기도 했는데 불쾌한 표정으로 씻고 오라고 하기도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자리를 떠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걷다보니 독특한 외양의 룸이 눈에 띄었다. 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창이 설치돼 있던 것. 이에 박씨는 “노출증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남이 봐주길 원하기 때문에 가면을 쓰고 이 방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더욱 특이한 점은 룸 안에 모니터까지 설치 돼 있는 것이었는데 박씨는 “자신이 선택한 옷으로 갈아입는 아가씨를 룸에 앉아 지켜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 말한 후 기자를 뒤로한 채 유유히 복도를 걸어갔다.


남성들 페티쉬방 찾는 이유

여체가 아닌 특정 물체나 행위에 집착하는 일부 남성들. 그들은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기자는 인터넷에 접속해 페티쉬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여성과의 잠자리는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인터넷 ‘페티쉬 카페’의 회원 오모(31) 씨의 말이다. 그에게 스타킹 신은 여성이 주는 판타지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오 씨는 “성관계 없이도 스타킹 신은 다리를 만지고 그 감촉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애인에게 여러 스타킹을 사주고 신어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으나 변태 취급만 받았다는 오 씨. 그는 “페티쉬방에 가면 변태 취급 안 받고 원하는 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찾아 간다”고 했다. 이어 “취향일 뿐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오 씨가 아무 아가씨 하고나 페티시를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매끈한 다리에 발목이 가늘어야 한다”며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나름대로의 ‘여성 철학’을 내놓았다.

카페의 다른 회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각자 다른 변태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국 목적은 여성과의 성관계가 아닐까. 하지만 기자의 물음에 오 씨는 뜻밖에도 냉소가 묻어나는 답을 내놨다.

“섹스가 하고 싶으면 룸살롱이나 사창가를 가야죠. 우리는 단지 우리를 ‘변태’로 취급하지 않는 여자들과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이에요.”

‘변태’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발전해 나가는 페티쉬방. 돈만 내면 무엇이라도 해주는 이런 업소들이 남성들의 변태적 성향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있다. 건강하고 건전한 성문화 정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장현실 마이너뉴스 기자] queen3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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