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대 재력가분노한 아내의 삽질에…


[최은서 기자] = 평소 잦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50대 여성이 수백억 원대 자산가인 남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7일 오전 9시8분께 경기 평택시 팽성읍의 김모(58)씨의 자택에서 김씨와 아내 양모(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큰 아들(35) 부부가 발견해 신고했다. 청테이프로 양손과 발이 결박되어 있던 김씨는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린 채 거실 바닥에 쓰러져 숨져 있었다. 양씨는 대들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양씨 발치에는 “아들아,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구나. 너무 힘들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구나”라는 내용의 A4 한 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양씨의 청부로 외조카 사위인 장모(34)씨와 장씨의 동네 선후배 3명이 김씨를 납치하고 감금하는데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 폭력에 시달려 오던 양씨는 평소 두 아들에게 수시로 “너희 아빠를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 양씨는 숨지기 열흘 전 장씨에게 “고모부가 때리는 것을 좀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사건 당일인 16일 오후, 장씨에게 다시 연락해 “고모부를 집으로 데려와라”고 말했다. 양씨의 부탁에 장씨는 선배인 조모(34)씨와 지역후배인 박모(19)씨, 김모(20)씨를 끌어들였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10시께 평택시의 한 찜질방 앞에서 김씨를 렌터카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당시 이 차에는 양씨도 타고 있었다.


외조카사위 등 다수 범행 연루

김씨를 납치한 양씨 등은 김씨 자택으로 이동하던 중 양씨의 큰 아들집에 잠시 들렸다. 양씨는 큰 아들에게서 500만 원을 받아 장씨 등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건네줬다. 이 수고비는 조씨 300만 원, 장씨 150만 원, 김씨와 박씨가 각각 25만 원씩 나눠가졌다. 경찰 관계자는 “큰 아들은 어머니가 부탁해 500만 원을 마련해 건네준 것으로 범행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전했다.

이 날 오후 11시43분께 집에 도착한 양씨는 장씨 등에게 “CCTV를 끄고 오겠다”고 집안으로 먼저 들어갔으나, CCTV 녹화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돼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장씨 등이 김씨를 강제로 끌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 ▲김씨가 청테이프를 들고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장면 ▲장씨 일행이 집을 나서는 모습 등이 CCTV에 포착됐다. 이어 17일에는 ▲자정 0시18분께 양씨가 삽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자정 0시58분께 노끈과 필기도구를 갖고 들어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혔다.

장씨 등은 월세를 주기 위해 비워놓은 김씨의 자택 1층으로 김씨를 끌고 들어가 청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은 후 집을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장씨 등이 김씨를 납치한 후 14분간 집안에 같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살해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장씨 등은 “양씨의 부탁을 받고 김씨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청테이프로 결박했을 뿐 살해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장씨 등이 돌아간 이후 양씨가 골프채와 둔기로 남편을 때려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양씨가 골프채와 둔기로 김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살해했다”고 밝혔다.


김씨 부자, 집 앞서 크게 다퉈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 동네주민 김모(57·여)씨는 “김씨가 가정폭력을 휘둘렀다니 믿을 수 없다.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 마을에서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동네 주민들은 “김씨 부부는 동네 사람들과 왕래를 하지 않아 잘 모른다”며 “김씨 부부는 이 마을에서 친한 사람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점잖고 예의바른 성격이고, 양씨는 차갑고 깐깐한 성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네 주민 최모(54)씨는 김씨가 숨지기 며칠 전 작은 아들(32)과 김씨가 다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자택 입구에 들어가려는 김씨를 작은 아들이 막으면서 승강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용한 마을에서 큰 소리가 나자 동네주민들이 밖으로 나왔고 부자간의 싸움을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최씨는 전했다. 당시 작은 아들은 싸움을 말리는 동네주민을 향해 “우리 아버지인데 인간도 아니다. 엄마를 폭행해 갈비뼈를 부러트리고 바람도 피웠다”며 “며칠 있다 결혼식을 올리는데 아버지를 결혼식에 참석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씨는 또 “아들과 옥신각신 하다 엎어지기까지 했는데 굳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출입을 막고 집으로 들어가 베란다에 서서 김씨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을에는 김씨가 300억 원 대 자산가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동네 주민들은 “모르긴 몰라도 재산이 300억 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모(60·여)씨는 “부모 유산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상가를 많이 갖고 있어 상가 세만 받아도 1500만 원 이상 받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모(54)씨도 “원래 김씨 아버지가 재력가였다. 김씨 아버지 땅을 밟지 않고는 팽성 땅을 못 지나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오후 11시7분께 장씨가 양씨의 큰 아들에게 고모부를 데리고 들어간다는 메시지를 확인해 공범이 더 있는지 파악 중”이라며 “김씨가 재력가인 만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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