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밖으로 ‘정치생명’을 걸었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안으로 ‘마약사위’ 파문에 부친 친일논란까지 재부상하면서 코너에 몰리고 있다. 때맞춰 내년 총선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친박 진영은 ‘플랜B를 내놓으라’며 ‘김무성 흔들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친박이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를 내치기 위한 본격적인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12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위기’에 처한 김 대표측에서는 그동안 ‘로키’(low-key) 방식에서 탈피, 친박의 대대적인 공세에 맞서 ‘플랜B’를 포함, 차기 대권주자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한 친박과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 국민 공천제 무산 위기땐 ‘재신임’ 카드?
- 친박계 ‘거사 시나리오’ 1단계 돌입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김무성 12월 위기설’, ‘친박거사설’은 지난해 김 대표가 대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7.14전당대회 이후부터 여권 내에서 제기됐던 ‘카더라식 설’(說)이었다. 그러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파문을 겪으면서 자진사퇴한 이후 설로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친박으로부터 대대적인 공세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김 대표 본인이었다.

김 대표는 8월20일 한 일간지에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부분 전략공천제 도입’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흥분해 해당 신문을 흔들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자꾸 흔들려는 세력들이 자꾸 말을 만들어내는 모양”이라면서 “저는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를 관철시킨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호언장담했다. 결국 이 발언은 거의 모든 언론사에 대서특필되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무산시 김무성 정치생명 끝’이라는 정치 방정식이 성립됐다.

“친박계 최고위원 사퇴” 2단계 구상

이 발언이 알려지자 가장 쾌재를 부른 것은 친박 진영이었다. 김 대표가 국민 70%이상 찬성한다는 여론에 기대 흥분해 불필요한 정치적 수사를 남발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친박계내에서는 ‘김무성 죽이기 플랜’이 구체적으로 여의도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1단계로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건다고 공약한 이상 무산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다. 2단계는 김 대표가 끝까지 버틸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이 ‘국민공천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단계적으로 사퇴한다. 3단계는 지도부 해체 이후 비상대책위를 꾸린다. 마지막으로 여의도에 복귀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통해 친박 체제로 총선을 치룬다는 것이다.

한 달 전부터 정치권에서 회자됐던 ‘김무성 죽이기’ 플랜은 현재 착착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일단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첫 단추를 뀄다. 서 최고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룰이 확정된 다음날인 9월17일 “새정치연합의 개혁안이 어제 통과하면서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가 굉장히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하고 당선된 김 대표가 떳떳하게 입장을 밝혀라”고 압박했다. 이어 서 최고는 “야당과 끝까지 해봐야겠지만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 당도 플랜B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최고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친박 강성인 홍문종, 윤상현 의원등이 거들고 나섰다. 홍 의원은 “야당이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또 지금이 벌써 9월이어서 늦은 감이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론적으로 가능해도 현실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 “무산 시 해결책을 김무성 대표가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윤 의원은 직전에 ‘김무성 대권 불가론’, ‘친박 대망론’을 주장해 김 대표 진영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원내대표에 오른 원유철 원내대표까지 나서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에 가세하면서 ‘제3의 길’을 제안하고 나섰다. 급기야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던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도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친박계의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면서 김 대표는 ‘고립무원’에 빠진 형국이다. 친박계 인사들이 이처럼 국민공천제를 반대하는 배경은 간단하다. ‘국민공천제’ 자체가 깜깜이공천으로 전략공천이나 공천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확실한 공천권 확보와 김 대표 대권 주자로서 흠집내기 위한 투트랙 전략이 꼬이는 셈이다.

이처럼 친박계의 ‘김무성 12월 위기설’ 첫 단계에 들어갔지만 김 대표는 꿈쩍도 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그동안 김 대표가 친박계의 공세에도 ‘저자세’전략을 구사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소신은 굽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9월 22일 서 최고의 발언에 대해 “마지막으로 야당과 협상해보고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될 때 당에 공식기구를 만들어 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당장은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마지막 협상이 남은 셈이지만 김상곤 혁신위의 ‘전략공천 20%+100% 국민공천단’ 제안이 중앙위를 통과한 이상 ‘나홀로 국민공천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국민혈세’가 들어가는 경선비용을 여야 동시실시가 아닌 여당 한 당을 위해서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또한 여당 단독으로 할 경우 ‘역선택’ 문제도 남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대표의 ‘플랜B’에 대한 여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김 대표는 ‘당내 공식기구를 띄워 재논의한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올 6월 출범한 ‘국민공천TF’을 확대·재편해 100% 외부인으로 하는 공심위 기구를 띄운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여론조사 방식과 책임당원과 일반당원의 구성 비율을 섞어서 경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무대, ‘제2의 문재인이냐 오세훈이냐’

하지만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 정도로 국민들에게 공약했던 ‘국민공천제’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고 출구 명분도 약하다는 게 여권 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김 대표의 ‘플랜B’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다고 국민에게 약속한만큼 ‘당대표직을 건 재신임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미 문재인 당 대표는 국민과 당원을 대상으로 비노 진영의 ‘대표 흔들기’에 재신임 카드를 선택 해 당 대표와 대권 주자로서 위상을 되찾는 효과를 봤다.

김 대표는 문 대표와 ‘국민공천제’를 두고 마지막 협상을 해보고 만약 결렬될 경우 여당 내 반대 세력인 친박 세력과 야당까지 묶어서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국민 70%가 찬성하는 ‘국민공천제’ 무산에 대해 당 대표직을 걸고 재신임을 묻고 성공할 경우 그 동력으로 대표직을 유지하고 국민공천제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친박계의 역습에 반격을 가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 정말로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제2의 오세훈’과 ‘문재인’ 사이에서 김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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