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는 거물급 로비스트, 삼성동 커피숍서 6억 원 받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석현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박씨 “검찰에 내 존재 밝히면 무슨 일 벌어질지 몰라” 협박
금감원 감사원 청와대 로비 트라이앵글 막강권력에 검찰수사 회의론
소망교회 박태규 장로 해외 잠적설 “박 장로 한국에 있다”소문 추적


[윤지환 기자] = 부산저축은행 정·관계로비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로비스트로 지목된 이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윤여성씨를 비롯한 로비스트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로비를 벌였는지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와 금감원 감사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로비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검찰 수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여러 권력 실세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수사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김준규 검찰 총장의 임기다. 오는 8월이면 김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회의론이 떠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권력형 비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는 하복동 감사원 감사위원을 비롯해 박태규 소망교회 장로는 검찰 청와대 핵심인사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권력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지금까지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가 속 시원히 결론 난 적은 거의 없다. 이 사건이 변죽만 울리다 끝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느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을 저지하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 고위층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잇따라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로비스트로 지목된 윤씨 박씨 등의 ‘로비리스트’를 추적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수부는 박씨의 행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부터 권력형 교회로 거듭난 소망교회의 장로다. 이 대통령도 소망교회의 장로다. 같은 교회 장로들은 서로 매우 가깝게 지내는 것이 교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를 감안할 때 부산은행 사건에 그가 연루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박씨는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의 로비는 권력 핵심부까지 침투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사라진 박씨 권력이 보호?

현재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유일하게 검찰의 조사를 받지 않고 있는 인물도 박씨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박씨가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이 박씨의 해외 출국을 고의적으로 방치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박씨는 사건의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거물 로비스트였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의 해외 출국을 사전에 차단하지 않았다.

박씨 주변 인사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경남 출신인 박씨는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며 재산을 모았다. 또 박씨는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정치권에서 브로커로 활동하며 여야 정치인은 물론 언론사 관계자들과도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검찰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다. 브로커인 그의 활동을 검찰이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한 정·관계 인사 연루 및 로비의혹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박씨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박씨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에서 500억 원씩을 투자받아 유상증자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뒤 6억여 원의 성공 보수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위기를 맞자 정관계 인사과 접촉해 구명활동을 펼친 의혹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여권 실세와 청와대 고위인사 등을 부산저축은행 측에 연결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핵심 빠진 검찰 수사

현재 박씨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지만 수사당국은 박씨의 정확한 출국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일간지들은 박씨가 현재 캐나다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요서울]이 박씨와 검찰 주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박씨는 4월 중순경 출국했다. 석연치 않은 점은 검찰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 박씨가 출국했고 검찰은 박씨가 출국한 직후 출금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씨가 사실상 해외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검찰이 박씨의 출국을 모른 척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검찰에서는 박태규를 알고 있었는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출국금지를 시켰어야 되는데 출국을 방조한 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ICPO)에 박씨에 대한 수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터폴은 강제 수사권이나 체포권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통해 2명의 정권 실세를 겨냥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소문에 따르면 박 의원은 박씨가 정권 핵심실세 2명과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박씨를 통해 현 정권 비리의 온상인 이들 2명을 이번 기회에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박 의원 측근에 따르면 박씨는 김양 등 부산저축은행 핵심관계자가 검찰에 소환될 당시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말 것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자신이 거론될 경우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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