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비선실세’ 한민구 ‘얼굴마담’?

'한민구 동향 보고’ 해킹으로 유출…“우유부단한 한민구 장관” 적시
‘윤 일병 사건’ 보고 누락 책임자 보직 변경 취소, “김관진 사람이라?”
정기 인사 지연 놓고 뒷말 무성…올해 있을 군 인사, 한민구 영향력 ‘글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한민구 동향 보고’ 후폭풍이 심상찮다. 문건에 대해 ‘괴문서’라고 일축했던 청와대는 해킹을 통해 외부로 유출됐다고 보고 있지만 군 내부와 정치권에선 ‘김관진-한민구’ 전·현직 국방부 장관의 권력암투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라인이 국방부를 장악하고 있고, 그 동안 군 내부에서 ‘쉬쉬’하거나 ‘설’로만 나돌았던 내용들이 표출된 것이란 관측과도 맞닿아 있다. 또 문건 배후 세력으로는 김 실장 라인 인사들이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과거 군 인사 문제 등을 놓고서도 김 실장과 한 장관의 치열한 암투가 벌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 내막을 살펴봤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김관진 청와대 국가 안보 실장은 정권 초기 국방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한시적 장관’이라는 말이 돌았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낙마 후 후임이 내정되면 교체될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反 김관진 라인’이 형성돼,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은밀하게 돌았다. 김관진 반대그룹에서 당시 김 장관에 대한 군 내부 불만과 비판여론을 청와대 직보했다는 것이다.

김관진, 안보실장 임명 이후
군 내부 영향력 ‘막강’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3년 10월,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이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육사 37기 동기생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장관의 군 인사방식과 절차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김관진 라인을 핵심요직에서 후퇴시키려 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 후 전 정권 인사들이 대거 사퇴하는 만큼 김 장관도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결과적으로 당시 김 장관은 교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방부 장관에서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됐다. 반대로 장 전 사령관은 임명 5개월 만에 경질됐다. 청와대가 김 실장의 손을 들어줬던 셈이다.

더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임명된 후에도 김 실장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안보실장으로 간 이후 김요한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한 것도 ‘김관진 작품’이라는 말이 군 내부에서 나돌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총장의 임명될 당시 김 실장은 측근인 김 총장을 밀었다는 말이 나왔으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누구를 밀었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민구 동향 보고’ 문건 파문이 불거진 이후, 일련의 사건들이 ‘김관진-한민구 권력다툼이 설에 불과한 게 아니라 그 실체가 드러났다’는 촌평이 군 내부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에서 공개한 내용에서 김 실장의 인사 개입과 김관진-한민구 파워게임을 언급했던 것과 상당히 흡사하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연합사 부사령관은 실장님 최악의 작품이다”, “육사 37기를 검증하면 2, 3명은 건질 수 있으니 군사령관에 등용해야 한다” 등 군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다수 담겨 있다.

또 김관진 라인과 한민구 라인 간 파워게임이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 ‘방사청장 VIP 두터운 신뢰, 국방장관은 계파 갈등’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우유부단한 한민구 장관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김 실장이 장관일 때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권 의원실에서 폭로한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한 장관이 김 실장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밀렸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군 내부에서 ‘김관진-한민구 권력다툼’ 얘기는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장으로 임명된 이후 곧바로 흘러나왔다”고 말하면서 “한 장관이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사는 “김 실장이 장수하면서 ‘김장수 라인’을 대거 심어놓았고, 김 실장 라인 인사들이 ‘한민구 동향 보고’ 같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동향 문건을 본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며 “출처불명의 괴문서로, (군내 동향을 보고 받았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 역시 “김 실장과 저 사이에 그런 것은 없다”며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책보좌관 명함을 가진 일반인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민구, ‘김 라인’ 2선 후퇴 시도 있었다

군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본 인사들은 ‘김 실장이 군을 장악하고 있는 실세이고, 한 장관은 얼굴마담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군 인사가 있을 때 한 장관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실제 군 인사 문제 과정에서 ‘김 실장’, ‘김 실장 라인’ 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군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내용이 이렇다.

우선 지난해 8월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 실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류모 인사참모부장에 대한 인사 처분이 하루 만에 번복되는 일이 발생했다. 실제로 국방부 감사관실이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보고 누락의 책임을 물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류 부장에 대해 논산 육군훈련소장으로 보직 이동을 명령했으나 번복됐다. 당시 한 장관도 ‘승인’했던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위소속 한 관계자는 “한 장관이 김 실장 라인 인사를 핵심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된 것 아니겠느냐”며 “육군총장의 인사명령을 하루 만에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장수(長壽) 장관으로 재임 기간 크고 작은 인사잡음을 빚은 김 실장이 ‘제 식구 챙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군총장, 류 인사참모부장 역시 김 실장 사람들”이라며 “이 외에도 28사단 윤 일병 사건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해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이뤄지는 군 장성 정기 인사가 갑자기 앞당겨졌을 때에도 김 실장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10월 7일 군 장성 정기 인사가 하루 지연돼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예정대로 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6일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다음날인 7일 오후 늦게 발표됐다. 특히 군 장성 정기 인사는 국방부 장관 등이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만나 대면보고하는 형태로 이뤄졌지만 비대면보고 형태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한민구-김관진 간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한 장관이 청와대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 장성을 추천했으나 청와대의 반대로 진급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갈등설의 주된 내용이다. 이로 인해 진급심사의 마지막 절차로 이뤄지는 국방부 인사제청위원회가 늦어졌다.

이와 관련해 군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한 장관이 취임 후 첫 정기 인사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반영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해 인사에 진통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 내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 장관이 올해 장성 정기 인사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
해프닝? 의도적 배치?

그러한 관계 때문일까. 지난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의 바로 뒷자리에 야당 초선 의원인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여기에 원래 그 자리 주인일 것으로 추정된 김 실장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바로 뒤에 배치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의전실에서 김광진, 김관진을 착각한 것 아니냐’부터 시작해 ‘국방부에서 의도적으로 자리 배치를 저렇게 한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의전’은 직급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팀 좌장 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12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관진 실장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여러 비리 의혹으로 낙마해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유임된 데 이어 국가안보실장까지 맡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그를 ‘관운이 있다’고 말한다. 또 군 라인을 장기집권하면서 ‘김관진 파워’도 갈수록 막강해졌다. 전 정권에서 이어 현 정권에서도 핵심요직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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