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빠지자 ‘2파전(최경환·유승민)’주가 상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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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선거 당시 충돌…최경환, ‘유승민 차출설’ 거론하며 ‘견제’
친박, 이재만 동구청장 내세워 유승민 제거 작전 돌입…비박 ‘동구갑’ 설득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TK(대구·경북) 지역에 박근혜 대통령이 빠지면서 ‘포스트 TK 新맹주’를 놓고 여권 잠룡들의 발걸음이 점차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큰 그림으로 볼 때는 박 대통령이 빠진 이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중 한 명이 ‘포스트 TK맹주’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TK 신삼국지’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2파전(최경환-유승민)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게 지역 정서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김부겸 전 의원에게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및 여권 지형 변화에 따라 이들의 입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트 TK맹주 자리를 놓고 ‘최경환-유승민’사이에 물밑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18번의 정부 가운데 TK(대구·경북) 출신 대통령이 무려 10차례 정권을 잡았다. 보수진영 후보들은 ‘TK적통 마케팅’을 해왔던 것.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대다수가 그랬다. 이 때문에 지금 TK에서는 박 대통령을 이을 ‘TK 新맹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맹주가 빠지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우는 법.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을 이을 ‘TK 新맹주’로 차기 주자 3인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여권 및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깃발만 꽂아도 되는 여권 텃밭에서 야당의 김부겸 전 의원에게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정가에서는 ‘TK 新맹주’ 자리를 두고 ‘최경환-유승민’ 간의 혈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교롭게도 위스콘신학파 경제통이라는 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시절 발탁됐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닮았다. 더구나 원조 친박계의 핵심이었거나 핵심이라는 점도 똑같다.

하지만 ‘TK 신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게다가 오래전부터 TK 신맹주 자리를 놓고 물밑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서다. 원내대표 시절이었던 최 부총리는 지역일간지 고위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의 중량감이 고만고만해서 더 뛰어난 인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예비후보로 재선을 지낸 주성영 전 의원과 3선의 서상기 의원, 대구 동구청장을 지낸 이재만, 권영진 전 의원이 나섰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곧 ‘거물급 차출론’으로 비춰졌고, 일부에서는 경쟁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대구시장으로 차출시키고 최 부총리가 ‘TK 신맹주’로 등극하기 위한 꼼수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사사건건 ‘충돌’ 속
비박계 ‘유승민 살려라’

이 뿐만 아니다. 내년 총선을 놓고 ‘수싸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발 TK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에서는 ‘유승민 제거 카드’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꺼내들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최 부총리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 전 청장은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주변 지인들에게 “대구 동구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특히 ‘이재만 대구 동구을’ 출마 배경에 대해 지역정서에 밝은 한 인사는 “지난 대구시장 선거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권영진 대구시장을 밀면서, 여기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더구나 유 전 원내대표를 겪으면 이 전 청장이 ‘전국구 스타’로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TK지역 의원실 한 인사도 “항간에는 이 전 청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등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기서 주목해볼 만한 것은 친박계와 유 전 원내대표의 관계다. 친박계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가 주목받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선 ‘TK 新맹주’로 거론되는 유 전 원내대표를 제거하기 위해 이 전 청장을 내세우려 한다는 말이 들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박계에서는 이 전 청장을 대구 동구을이 아닌 대구 동구갑(류성걸 의원)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이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 배경에는 친박의 지원 하에 대구 동구을에서 경선이 붙으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구 동구을과 최 부총리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은 ‘인접지역’이다 보니 지역 내에서 재미난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대구 동구을에서 거주하면서 경북 경산에 일자리를 얻은 주민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유심초(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모임)’를 결성, 경북 경산으로까지 ‘유승민 대망론’을 띄우고 있어, 최 부총리가 심기 불편해하고 있다는 말까지 지역 내에서 나돌고 있다.

최경환 ‘인사청탁’ 악재
유승민에겐 ‘호재’로

이처럼 두사람의 물밑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TK신맹주라는 저울에 달아보면 최 부총리 쪽에 조금 더 기운다. 박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최 부총리는 대한민국 경제 컨트롤타워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도 등장할 정도다.

최 부총리는 내년 총선 출마 뜻을 밝힌 상태로 여의도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최 부총리의 측근은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을 이끄는 위치에서 예산안을 놔둔 채 물러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예산안 통과 이후 여의도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K신맹주를 놓고 경쟁하는 유 전 원내대표와 달리 최 부총리는 ‘친박 핵심’이라는 게 강점이다. 벌써부터 김무성 체제가 물러난 뒤 최 부총리가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가 무산되면 전략공천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청와대가 TK물갈이를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함에 따라 최 부총리가 새로운 인물을 심거나 현역 의원에게 충성맹세를 받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얘기가 지역 정가에 퍼지고 있다.

더구나 친박계에서 ‘김무성 대항마’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할 경우 최 부총리가 대권 행보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 부총리 측근들 사이에서 “킹메이커 역할에만 국할시킬 필요가 없다”며 “차기 대권구도가 어떻게 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어, 직접 대권 꿈을 꿀 수도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최근 최 부총리는 자신이 거느렸던 인턴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인사청탁했다는 의혹은 TK신맹주로 등극하는 데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최 부총리의 악재는 유 전 원내대표 ‘몸값’을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과 비박과 거리두기를 통해 ‘신보수’의 기치를 내세우며 개혁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구나 정부 정책에 관한 자신만의 강한 소신을 밝힘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20대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유 의원의 보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보수 성향을 띠고 있지만,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해 조금씩 왼쪽으로 ‘좌클릭’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 중도적 색채를 담당하는 의원들에게 두루 신망이 있는 유 의원의 역할이 (총선 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한 인사는 “유 전 원내대표를 축출한 뒤 유승민 X파일을 청와대에서 찾아봤지만 ‘아무리 털어도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깨끗하다는 이미지도 한몫하고 있다”면서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라고 낙인됐다는 점이 부정적이다. 현재권력인 박 대통령이 TK맹주 자리를 순순히 유 전 원내대표에게 줄 리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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