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사비리·업무태만…신뢰받는 조직 탈바꿈은 ‘거짓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적발이 되면 가중되는 처벌이 무서워서라도 근절될텐데 한국농어촌공사 내부는 다르다. 해를 거듭할 수록 오히려 진화되는 모습을 보여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지적사항으로 등장한다. 일례로 승진 및 정규직 전환시험문제 사전유출 건의 경우 1997년부터 지속, 공사 가담 직원만 6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조직 인력을 대폭 확충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도록 노력하라는 질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것마저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정규직 전환시험문제 유출…가담 직원만 60명
지역본부 단위 감사조직 개편 필요성 절실


|최근 3년 동안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중 81명이 파면 또는 해임을 당했다. 같은 기간 961건의 징계·주의·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 중 강제퇴직되는 파면이나 해임의 징계를 받은 것이 81건에 이른다.

사유를 보면 더욱 놀랍다. 승진 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한 돈거래로 파면·해임된 직원이 60명으로 가장 많다. 농어촌공사는 1997년부터 승진시험 출제 및 관리 등을 위탁한 한국생산성본부 직원과 결탁해 승진시험지를 빼돌리고 그에 대한 대가(약 6억 원)을 수수하다 2014년 1월 연루자가(구속5, 불구속 25, 공소시효 경과자 불입건 30명 등) 형사처분을 받았다. 농어촌공사는 60명 전원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공소시효 경과자 30명이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해 현재 15건은 1심, 12건은 2심, 3건은 3심이 진행예정이다.

3년간 6급 공채직원 전원
필기시험 없이 채용

2012년에서 2015년 5월까지 업무상 비리로 적발되어 파면 및 해임된 인원도 50명에 달한다. 모두 뇌물수수에 해당된다. 이 중에는 공시발주 비리(특가법 위반)로 적발된 사람도 있는데 지사장(1급)이 9명이다. 한 지역의 지사를 총괄하는 지사장들이 공사발주 비리로 뇌물을 수수한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다.

필기시험 없이 무더기로 정규직을 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농어촌공사는 최근 3년간 공개경쟁채용 과정에서 정규직원 3명 중 1명을 필기시험을 생략한 채 뽑은 것으로 드러나 채용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 가운데는 4급 5명, 5급 324명, 6급은 151명이다.
|
그런데 공채 인원 중 33%에 이르는 156명이 주로 현장기사를 뽑는 6급 채용을 중심으로 필기시험 없이 서류, 면접만으로 선발됐다. 특히 농어촌공사는 2012년부터 한국폴리텍 대학과 MOU를 맺고 한국폴리텍대학 수자원 관리과의 1년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6급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의 인원만 96명에 달한다.

최초에는 교육생 선발을 대학이 해 오다가 2014년부터는 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인사세칙 제3조를 보면 공개경쟁채용시험은 원칙적으로 서류심사 필기 심험 면접시험 및 신체검사 모두를 실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실기시험을 병행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기사직 사원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필기시험을 생략할 수 있는데 농어촌공사는 이를 근거로 6급 공채 직원 전원을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은 채 채용했다.
|
이와 관련해 농어촌공사 측은 김우남(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토목 기계 전기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있으므로 기본적 업무능력을 갖췄고 해당 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필기시험을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공개채용의 본질은 지원자 중 능력 등이 더 뛰어난 인재를 가장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선발하는 것”이라며 “청년실업난이 가중되고 불공정 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 채용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외에도 사원 숙소 전세보증금 및 선택적 복지포인트 횡령, 홍성지사 가동보 관련 금품수수·요구, 기흥저수지 목적 외 임대 알선 및 금품수수, 사옥 신축공사 관련 뇌물 수수, 계약당사자와의 금전대차 행위로 직원 5면 파면 등 공사 조직 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끊이지 않고 비리가 발생했다. 2015년 기준으로 농어촌공사의 정규직원이 5039명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3년 동안 정규직원 6명 가운데 1명꼴로 징계·주의·경고 처분을 받은 셈이다. 
|
본사가 위치한 전남지역 국회의원인 김승남(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어촌공사는 수리시설, 저수지 등 농사와 직접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전국단위의 조직으로 본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 밖에 없어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감사조직을 지역본부 단위로 재편성해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농어촌공사는 5114명의 인원이 본사(5본부 20처), 지방(4원, 93개 지사, 7사업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감사인원은 42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2년 주기로 하는 종합감사 12회, 성과특정감사 15회, 복무감사 4회로 총 32회의 감사만이 이뤄졌다. 따라서 농어촌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는 물론 비리를 척결하는 모습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