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정치·법조인 연루 대형 로비 문건

(위)로비 대상이 적힌 리스트.A 협회는 검찰·경찰·환경부 뿐 아니라 국회의원에게도 로비를 한 의혹을 사고 있다.(아래)검사와 H·P 경관 카드사용 내역. 사진은 입수 문건 중 일부.

구멍가게 이용부터 명품 구입까지 상납 카드로 몽땅 구입
정기적 뇌물 먹은 검사 비리 투성이 A협회 비호 의혹 증폭


윤지환 기자 = 해마다 10억 원대 국고지원을 받는 A협회의 비리가 협회담장을 넘어 정·관계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입수한 A협회 내부 문건에 따르면 모 지방검찰청의 L검사, 모 경찰서의 H경관 등은 협회로부터 고정적인 금품을 상납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협회는 검찰 경찰 뿐 아니라 정치권 유력 인사에게도 5000만원을 현찰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회 내부 인사에 따르면 이 협회는 국고지원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무차별 로비를 벌이고 내부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사정기관 관계자와 환경부 공무원을 매수했다. 그 정황은 내부 문건에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건을 살펴보면 로비 대상자인 정·관계 고위 인사들은 A협회로부터 각종 선물과 금품을 전달 받고 이 협회의 내부 비리를 눈감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A협회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 협회는 카드깡 등을 통한 다양한 방법으로 국고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고위인사인 K씨는 카드로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회식이나 접대를 한 것으로 위장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카드 결재했다. 수일 뒤 K씨는 다시 이 식당에서 카드 결재 금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가 이처럼 ‘간 큰’ 횡령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관리 기관의 허술한 감시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협회에 국고지원금을 지급하는 기관은 환경부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협회에 10억 원대의 국고를 지원하고 있지만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드물게 하는 확인도 지극히 형식적인 선에 그치고 있다.

이에 A협회는 수년간 120억 원에 달하는 국고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고지원금은 눈먼 돈

환경부는 이 지원금 사용에 대해 협회에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환경부에는 이 협회의 지원금 사용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고지원금이 나가고 있지만 지원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따로 확인하지는 않는다”며 “지원금은 협회 내부에서 관리하도록 돼 있고 그에 대한 부분은 내부 감사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협회 간부들은 지원금을 서로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온갖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고 있다. 협회 내부 인사들이 사용한 공용카드 내역을 보면 1300원짜리 빵과 2000원짜리 아이스크림에서부터 수십만 원짜리 골프용품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 협회의 한 내부인사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협회는 그야말로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협회의 본래 일은 사회공헌을 위한 것이지만 협회는 일을 교묘하게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인사는 “환경부 공무원들은 협회로부터 뇌물을 받고 협회 내부 비리를 눈감고 있다”며 “협회 간부들은 협회 업무를 악용해 몇몇 개인의 주머니 채우는데 급급하고 국고를 서로 조금이라도 더 횡령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정기관 역시 그동안 이런 비리를 알면서도 협회의 로비를 받고 묵인했다”고 폭로했다.

협회 내부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L검사는 매달 고정적으로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를 협회로부터 상납 받은 의혹이 짙다. 이런 정황은 협회 내부 문건에도 드러난다. 문건을 살펴보면 L검사는 협회가 제공한 기프트카드를 이용해 여러 가지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같은 구매행위가 장기간 이어진 것으로 미뤄 “L검사가 수년간 고정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았다”는 내부 인사의 증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 인사도 돈돈돈

경찰도 로비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모 경찰서의 H경관과 또 다른 경찰서의 P경관도 협회의 기프트카드를 사용해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경관 역시 협회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협회 내부인사가 협회의 비리를 문제 삼으면 이를 은폐하고 협회 내 비리세력을 비호해온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H경관은 1500원짜리 약품에서부터 8만 원에 이르는 주유에도 카드를 사용했다. 이를 미뤄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이 카드로 해결한 것으로 추측된다.

환경부 공무원들도 협회 카드로 쇼핑을 즐겼다. 환경부의 김모씨, 유모씨, 이모씨1, 이모씨2 등등이 협회로부터 정기적인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사용한 카드 내역을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들은 각자 동일한 장소에서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여러 번 카드를 쓴 흔적이 있다. 예컨대 김씨는 A상점에서 시간차이를 두고 여러 번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검찰 경찰도 다른 이들과 비슷하다.
정치권 인사들도 협회의 로비를 받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 인사는 “한나라당의 B의원이 협회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을 건네는 장면을 직접 본 다른 인사도 있다. 협회의 몇몇 인사가 국고지원금을 더 올려 받기 위해 정치인들에 로비를 했다고 들었다. 로비 현장을 직접보진 못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 금품을 건넨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 로비 리스트를 보면 환경부 공무원 가운데 로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공무원은 17명에 이른다. 리스트에는 이들의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협회로부터 적지 않은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진상규명이 시급하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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