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 미녀들 국내 유흥가 대거 유입…“늘씬한 러시아 아가씨 있어요”

금발 미녀들이 국내 유흥가로 몰려온다. 최근 예술관련 비자발급이 간소화되면서 댄서나 가수로 입국한 이들이 유흥가로 흘러들고 있는 것.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최대 ‘인터걸(외국출신 성매매여성) 수입국’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외국여성을 이용한 밤문화 산업이 날로 흥하는 것은 한국 남성들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한몫했다. 업소 주인들은 “단속이 심해도 ‘백마(외국여성)’를 찾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걸들의 현주소를 파헤쳐 본다.

서울 강남과 이태원 인근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 입구. 30대로 보이는 호객꾼이 기자에게 “늘씬한 러시아 아가씨 있어요”라고 속삭였다. 나이트클럽에 들어서자 화려한 춤판이 시선을 끈다. 널찍한 홀의 중앙무대엔 아슬아슬한 수영복만 걸친 금발 무희들이 춤추고 있었다. 요란한 조명 아래 열정적으로 몸을 흔드는 이국적인 아가씨들.


동양 최대 도시서 춤을 팔다

그들은 ‘동양의 큰 도시’에서 춤을 팔고 있었다. 율동은 어설프고 조잡하지만 열기만은 뜨거웠다. 격렬한 춤사위가 끝나자 이번엔 하얀 가운을 입은 다른 무희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전보다 키도 늘씬하고 몸매도 풍만하다. 조용한 음악에 맞춰 뇌쇄적인 몸을 흐느적거렸다. 웨이터는 “러시아 아가씨들과 술을 마시려면 홀은 불편하다”며 기자를 룸으로 안내했다. 잠시 뒤 무대에서 춤을 추던 러시아 여성 2명이 룸으로 들어왔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서툰 한국말로 “나 한국에서 2년간 살았어. 부산, 대구, 의정부에서 일했어”라고 말했다. 노래 한곡 불러 보라 권하자 그녀는 “한국의 가라오케반주엔 아는 노래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몇 차례 더 권하자 이들은 가라오케반주곡 중 유일하게 아는 노래라며 심수봉이 부른 러시아 번안가요 ‘밀리오느 알르이흐 로즈(백만 송이 진홍색 장미)’를 골라 러시아어로 불렀다.

보드카로 단련된 덕분에 그녀들의 주량은 제법이었다. 얼마나 마시느냐고 묻자 ‘보드카 1병’이라고 답했다. 이번엔 폭탄주를 만들어 보이자 몇 번 경험했는지 한국말로 “폭탄주!”하며 아는 체 한다. 술이 몇 잔씩 돌자 웨이터가 들어와 “30만 원이면 ‘2차(성매매)’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인터걸들은 예술관련 비자로 들어와 주로 나이트클럽 무용수 또는 가수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업주 강요에 못 이기거나 스스로가 택해 윤락의 길로 접어든다.


“러시아 여자라면 깜빡 죽어”

두어 시간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한 호객꾼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러시아 아가씨와 자고 가세요”라고 넌지시 속삭였다. 그는 손님들을 자기 차에 태워 인근 호텔 객실로 안내한 뒤 러시아 여성들을 거느린 보도방 업주에게 연락하는 방법으로 아가씨를 조달한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은 없느냐’는 물음에 호객꾼은 “에이! 한국 여자는 어디서나 맛(?) 볼 수 있지 않나. 또 한국 남자들은 러시아 여성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니까 데려다만 놓으면 돈이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울 한 나이트클럽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국내생활 3년차 샐리(가명·28)는 한국에 러시아 여성들이 왜 이리 많이 들어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먹고 살만한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들어오기 쉽다. 그래서 최근 해외에서 돈벌이를 원하는 러시아 여성들에게 한국은 최고 인기 국가”라고 덧붙였다.

즉 러시아 여성들의 한국행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보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98년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며 해외 예능 인력들에게 주는 예술비자발급을 간소화하고 외국연예인들을 수입하는 공연기획사의 설립도 간편해져 인터걸의 한국행이 폭발적으로 는 것이다.

샐리는 “몇 년 사이 일본, 유럽 등은 입국을 어렵게 만든 반면 한국은 더 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용경력이 전혀 없는 여성들이 댄서 흉내를 내고 사진 몇 장만 찍으면 예술흥행비자를 받을 정도로 우리의 비자발급과정은 허술하다.

아시아, 유럽의 선진국이나 중진국들이 외국윤락여성에 대한 입국장벽을 높이는 사이 우리는 오히려 그 장벽을 낮췄다. 경제사정이 나빠 대학을 나와도 저임금의 허드렛일밖에 할 수 없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지역의 젊은 여성들에게 한국은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필리핀 직물공장에서 하루 3달러(3000원)씩 받았다는 엘리자베스(가명·27)는 지금 미군 상대 클럽에서 댄서로 일해 한 달에 100만 원을 번다. 또 최근 윤락행위단속에 걸린 알리자(가명·24)는 “러시아에서 월 50달러(약 6만 원)를 받았지만 한국에서 10배 이상 벌었다”고 털어놨다. 그녀들의 충격적인 고백은 이어졌다. 하나같이 한국을 “성 노예를 방치하는 나라”라고 입을 모았다.


강제 낙태시키고 1주일 만에 성매매

3년 전 한국에 온 엘리자베스는 “월 6백 달러(약 70만 원)를 받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해 주겠다”는 필리핀 현지브로커의 제안을 받아 한국에 발을 들였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그녀의 바람은 그것으로 끝났다. 한국에 도착하자 미군 전용클럽 댄서로 팔려 다닌 엘리자베스는 매춘을 강요당해 몇 번을 도망쳤다가 붙잡혔다.

더구나 업주들은 “브로커에게 돈을 줬다”, “통장에 한꺼번에 넣어주겠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월급도 떼어먹었다. 한 시민단체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 엘리자베스는 1년 동안 겨우 250만 원을 손에 쥐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강제출국을 감수하고 자진 신고해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대신 받아줬다.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던 알리자는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를 강요당한 경우다. 그는 손님접대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업주로부터 폭행까지 당했다. 그러고도 입원기간을 포함, 몇 달치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알리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샐리는 미군 전용클럽에서 손님과 성관계를 맺고 임신하자 낙태수술까지 받는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샐리는 “경기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할 때였다. 일을 하다 임신했는데 종교(천주교)때문에 낙태를 할 수 없다고 주인에게 사정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강제로 낙태수술을 시켰다. 심지어 수술을 받은 지 1주일 만에 또 다시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피해여성들은 정부에 제대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성매매는 강제출국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비난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최근 체류기한이 남은 상태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여성에 대해선 강제출국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의 예술흥행비자를 없애고 새로운 입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공관이 비자발급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한다”고 주장했다. 비자발급서류엔 문제가 없더라도 현지인터뷰를 통해 윤락 소지가 있는 여성들의 입국을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걸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과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머물고 있는 외국여성들을 보호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석 헤이맨라이프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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