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의회, ‘돈 쓰는 수렁에 빠져’


당초 없었던 2000만 원 짜리 카펫…설계변경으로 공사업자에 넘겨
의원부재 시스템에 오산시의원 “앞으로는 어디 가서 쉬나, 더 불편해”


김장중 기자 = 경기도 오산시의회(의장 김진원)가 마구잡이식 혈세 낭비로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시의회가 최근 전자회의시스템 구축을 빌미로 6억259만 원의 사업비로 초호화판 시의회 리모델링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각 지자체 청사의 면적 축소 등을 앞서 요구한 바 있다.

이같은 정부 요청에 따라 다른 지자체의 경우 청사와 시의회 청사, 시장 집무실 면적 축소 등에 나섰다.
하지만 오산시의회에서만큼 정부 외침은 ‘공염불’로 끝났다.

오산시의회에 따르면 공사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22일 7명의 시의원, 그들만을 위한 초호화판 사무실이 공개됐다.

새롭게 꾸며진 시의회 내부의 본회의장에는 대당 2500만 원 정도의 82인치 모니터 두 대가 의장석 양 옆으로, 의장석 바로 앞 의원발언대는 880만 원 상당의 전동식 단상이 꾸며졌다.

또 의원석과 집행부석 곳곳 역시 115만 원 상당 컴퓨터 본체 19대가, 128만 원을 호가하는 전동식 모니터 15대 등도 설치됐다.

7명 의원석에는 PC 모니터 외, 7대의 터치스크린이 별도 마련됐다.
회의실 역시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섰다.

제1회의실에는 1500만 원 상당 영상대화 장치와 본회의장에 설치된 제품의 컴퓨터와 전동식 모니터 10세트가 설치됐다.

이밖에도 145만 원 상당 노트북 11대를 새롭게 구입해 의원 개개인은 물론 속기사 등에게 지급했다.
이번 전자회의시스템 구축으로 7명의 시의원들은 컴퓨터와 모니터 두 세트, 노트북 등 모두 3대의 PC를 제공받은 셈이다.

사무실에서 회의장 모습을 시청키 위해 설치한 TV 역시 160만 원 상당의 TV 2대가, 120만 원 상당 6대 등 모두 8대가 신제품으로 교체됐다.

시의회를 가득 메운 가구도 고가 제품들로 새롭게 바뀌었다.

특히 당초 계획에도 없던 본회의장 카펫은 1959만 원으로 바닥에 새로 깔렸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는 공사에 대한 설계변경을, 카펫 역시 조달청 입찰이 아닌 기존 공사 업체에 의뢰해 구입했다.

의원 개인 테이블은 3264만 원으로 전동식 상하조절이 가능한 테이블로 교체됐다.
이와 함께 개당 72만 원 상당의 최고급 가죽의자도 17개나 구입했다.
간담회장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도 1500만 원의 혈세가 사용됐다.

주민 최모(47·중앙동)씨는 “시민들은 생활고에 찌들어 힘겹지만, 시민이 뽑은 시의원들이 업무보다 자신들의 체면에만 6억 원이 넘는 혈세를 써, 시의원에 대한 자질론까지 의심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오산시청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시의회 리모델링 공사인지 도대체 이해가지 않는다”면서 “6억 원의 돈이 이렇게 사용될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이번 리모델링 공사는 보는 사람들의 시각차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카펫 교체의 경우,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너무 낡아 급하게 바꿔 깔았다”고 밝혔다.

이날 시연회에 참석한 시의원들은 의원부재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시연하면서 “의원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돼 의원은 불편해지고 집행부는 편해졌다”면서 “앞으로 어디 가서 휴식을 취하냐” 등의 농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의원들은 전자회의시스템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7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임시회를 한 번 열지 않고 매월 306만 원의 세비를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장중 기자] kjj@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