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딴 데 가라~” 오세훈-박진 ‘종로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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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정인봉 연대’ 통해 오세훈 옥죄고 ‘빅딜’ 전망도 나와
‘험난의 연속’ 정세균… 당내 계파갈등, 신당 출현 최대 변수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서울 종로는 ‘한국 정치 1번지’로서 총선 때마다 국민들의 성향을 대변하는 바로미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거물들을 배출한 지역구답게 당선 가능한 중량급 인사들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종로에 당선되면 명실상부한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은 재선에 성공하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당창당, 당내 상황으로 인해 종로에서 재선 여부를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서 정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달리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의원, 정인봉 당협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누가 공천장을 받을지는 ‘오리무중’이다. 더 나아가 고소고발 등 물밑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정치 1번지’ 종로 탈환에 나서는 여당과 수성하겠다는 야당의 치열한 ‘종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종로 출마 강행까지
무슨 일 있었나

야당에서는 종로에서 재선을 노리는 정세균 의원이 ‘공천장’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게 야당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세균 대항마'로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 의원이 출마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 그 자체였다.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이해찬, 정세균,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등 전직 당 대표에게 열세 지역 출마 또는 불출마를 요구했던 것이다. 19대 총선 때 호남을 버리고 선당후사 자세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정 의원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었다.

급기야 정 의원 주변에서 ‘불출마와 출마'를 전제로 한 두 가지 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불출마 안을 살펴보면 ‘계파 수장’으로서 살신성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게다가 총선에서 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후보들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인해 재보선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 지역에 출마해 대권에 도전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출마를 전제로 하면 ‘한국정치 1번지'인 종로 정치가 희석된 만큼 ‘한국정치 1번지, 종로정치 부활'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두 가지 안 중 정 의원은 종로 출마를 선택했다. 재선 뒤 대선 출마 의사까지 피력했다. 특히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안을 반박하기도 했다. 선당후사를 통해 이미 야당의 약세지역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만큼 다시 열세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더구나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쳐간 곳으로 대권과 연관이 깊다. 대권을 노리는 정 의원으로선 ‘종로’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종로 출마를 확실히 못박은 가운데 이제 남은 과제는 여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야당이 서울 48개 지역 중 10개 지역만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종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여당의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 여기에다 천정배 신당이 등장하면서 여야간 일대일 구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정 의원은 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역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여당 후보는 오리무중
‘종로 양보론’ 등 난타전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후보들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서울 종로 출마설이 나돌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부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대일고 선후배이자 호형호제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의 양강 구도 속에서 정인봉 당협위원장까지 뛰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은 ‘종로 양보론’을 놓고 물밑 접촉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인할 뿐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서로 다른 지역구 출마를 권유했던 것.

실제 오 전 시장은 자신에게 종로를 양보하고, 박 전 의원은 서울 강남 지역으로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종로 출마를 통해 대권후보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박 전 의원은 대선후보인 오 전 시장이 서울 노원구에 출마해 안철수 의원과 맞붙을 필요가 있다며 ‘종로 양보론’을 요구했다. 두 사람 다 종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급기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나서 교통정리를 시도하려 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당 공천권을 놓고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은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기다렸다는 듯이 장외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박 전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종로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오 전 시장이 빠지는 것이 제가 (총선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라면서 “오 전 시장은 여기가 아니더라도 갈 데가 많으니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재차 ‘오세훈 종로 양보론’을 설파했다.

반면 오 전 시장도 같은날 선진화시민행동 주최 2015 통일 아카데미에서 ‘매력있는 나라 존경받는 나라’를 주제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겨우 종로로 이사했다”며 “이제 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은 가운데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정인봉 종로구 당협위원장이 오 전 시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 전 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박 전 의원은 여러 자리에서 정치를 안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정 위원장이 문제 삼았다. 정 위원장이 직접 박 전 의원에게 확인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당내에서는 ‘박진-정인봉 연대론’이 불거졌다.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 오 전 시장을 흠집내기 위해 두 인사가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한 듯 정 위원장은 선거 전 비방에 대한 선긋기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자기 상대는 오 전 시장’이라고 입장을 밝혀온 만큼 오 전 시장에게 견제구를 날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진-정인봉 연대’를 통해 오 전 시장을 옭아매고, 두 사람이 서로 교통정리를 통해 서로 빅딜을 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호형호제하는 박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종로혈투’는 더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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