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새해 남북관계 전망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새해에도 한반도(韓半島)와 동북아(東北亞)에서 풍랑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체제’ 5년을 맞게 되는 북한(北韓)이 최대 변수다. 북한의 유동성이 커질수록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풍랑은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주변정세 관리에 나서는 형국이지만,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 등의 여파로 시동을 걸었던 북중(北中)관계 개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8·25 합의를 계기로 마련됐던 남북(南北) 당국간 회담도 결렬되면서 북한의 돌출 행동을 우려하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새해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어수선한 틈을 타 장거리 미사일이나 제4차 핵(核)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중관계 개선이 북핵 6자회담 프로세스(Process)로 연결되도록, 한국과 미국, 중국이 별도의 트랙에서 협력해야 하고, 북중관계 개선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멘텀(Momentum)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5월 7차 당대회서 국방위 폐지·주석제 부활 가능성
“‘획기적 핵실험’으로 核보유국 인정받으려 할 것”


북한은 새해 동시다발적 추가 핵실험이나 핵융합 실험,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등 획기적, 기술적 진보를 과시함으로써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최근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겸 원장 함재봉)은 지난 12월 22일 ‘2016년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기존 핵보유국들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을 수 없는 핵개발 기술을 보여주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다발 핵실험
 핵융합실험”

구체적 방안으로 북한이 제4차, 5차 또는 6차 핵실험을 동시에 강행하는 식의 다발적 핵실험을 하거나 우라늄(Uranium) 농축을 이용한 핵제조 기술을 포함해 핵융합 실험 같은 ‘깜짝 카드’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주위를 환기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추가 핵실험과 병행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핵투발 수단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2차례의 추가 핵실험과 ICBM 실험(1단계) ▲1단계+KN-08(이동식 ICBM) 실전배치 및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운용 잠수함 건조(2단계)▲2단계+20기 내외의 핵탄두 제조와 이를 적재할 ICBM 보유 등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획득(3단계)을 위한 북한의 3단계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다만, 단계를 높일수록 북한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1단계 수준의 다발적 핵실험과 ICBM 발사 성공 후 핵·미사일 모라토리엄(Moratorium·지급유예)을 선언한 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중관계에 대해서는 “최근 모란봉악단 베이징 공연 취소 사건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면서 “북중은 일정 수준의 관계회복 제스처(Gesture)를 대외에 과시할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의 관계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이 선별적인 대화 기조를 유지하되 금강산관광 재개 등 한국의 선제적 양보를 요구하면서 동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우리 어선을 나포(拿捕·포획 이유가 있을 때 선박을 해상에서 강제로 자기의 지배하에 두는 행위), 포격하거나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소규모 교전 유발 등과 같은 ‘진화된 형태’의 대남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새 통일방안
 공표 가능성” 제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 5월, 7차 노동당대회 때 군부 중심의 비상 통치체제를 마감하고 ‘당-국가체제’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주석제(主席制·일부 국가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최고 직위)를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최근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유성옥)은 지난 12월 23일 ‘2015년도 정세평가와 2016년도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7차당대회와 관련해 “국방위 폐지, 주석제 또는 중앙인민위원회 부활, 내각(內閣)의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역할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권력구조 재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에 확립된 선군정치(先軍政治·1995년 이후부터 김정일이 내건 정치사상으로 군을 우선하는 통치방식)에서 탈피하고, 김정은 시대의 노동당 중심 통치에 맞는 방향으로 권력구조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인 1998년 8월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회의에서 헌법을 수정, 주석제를 폐지했다. 주석제가 부활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주석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김 제1위원장이 7차 당대회를 계기로 이른바 ‘조국광복 10대강령’을 모방한 ‘조국통일대업실현 10대강령’을 선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북한이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7차당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의 구상이 담긴 새로운 통일방안이 공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북한이 당대회 개최 날짜를 5월 초로 잡은 것도 김일성이 1936년 5월 5일 ‘조국광복회’를 결성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7차당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선포식이자 위기의 출발점이라는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무조건 재개’ 등 기존의 경직된 입장을 고수할 경우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국회담이 지지부진하고 7차당대회까지 남북관계에서 소기의 성과 거두기에 실패하면 대남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올해 북한 정세에 대해 “7차당대회 개최를 계기로 권력층 세대교체, 새로운 정책노선 공표, 전방위적인 외교 전개 등 총동원 체제를 가동해 유훈통치(遺勳統治·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정통성 확보를 위해 김일성을 활용한 정치 전략)를 마감하고 김정은 시대의 본격 출범을 알리는 ‘변곡점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제7차당대회가 성과 없이 끝날 경우 김정은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줄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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