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성 재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부모의 유산을 이어받아 재벌 경영인으로 컸다. 하지만 중국 란스커지(藍思科技:Lens Technology)의 저우췬페이(周群飛:46) 회장은 여공 출신으로 부모 유산 한 푼 없이 맨손으로 세계 여성 최초 최대 갑부로 일어섰다. 란스커지는 손목시계 유리에서 휴대전화 액정화면 생산으로 발전해 삼성, 애플, 노키아 등에 납품한다. 저우 회장의 란스커지 주식 소유분은 무려 72억 달러(8조280억 원)에 달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 회사 본부를 방문했고 저우 회장은 그를 위해 만찬을 베풀었다.

저우 회장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건 중학교 2학년 학력과 가난뿐이었다. 그는 1970년 중국 후난성(湖南省) 샹항(湘鄕)의 가난한 농촌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폭약제조회사 공원으로 일하던 중 손가락이 잘려나갔고 눈까지 실명했다. 어머니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막내딸이 5살 되던 해 자살했다.

저우 회장은 농가에서 가족들을 도와 돼지와 오리를 쳤다. 중학을 중퇴하고 디자이너 꿈을 안고 홀로 고향을 떠나 광둥성(廣東省) 선전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시계 유리를 만드는 공장에 하루 1달러(1150원)짜리 공순이로 취직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 또는 새벽 2시까지 노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밤에는 야간 기술학교에 나가 기술 자격증을 획득했다.

저우 회장은 여공으로 모아두었던 3000달러와 친척들을 끌어들여 23세 되던 1993년 손목시계 유리 공장을 세웠고 밤낮없는 연구개발로 품질을 향상시켰다. 저우는 2003년 란스커지를 설립했다. 바로 그해 세계적 굴지의 휴대전화기 제작회사였던 모토롤라에서 저우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기 화면은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었다. 모토롤라는 플라스틱이 쉽게 긁히고 선명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리를 쓰기로 했다. 모토롤라 측은 저유 사장에게 휴대전화기 유리를 제작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모토롤라 측은 저유 회장에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둘 중 답하라”고 다그쳤다. 저우 회장은 “할 수 있다”고 확답했다. 그 후 란스커지는 세계 굴지의 핸드폰 유리화면 생산 공장으로 우뚝섰다.

저우 회장은 지난 12월31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세계 400대 부자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가 세계 여성 최초 최대 부자로 클 수 있었던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공장을 직접 설계했고 기계가 고장 나면 손수 고쳤다. 제작과정에도 개선책을 제시하곤 했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고 공장을 순회한다. 작업복을 즐겨 입는다. 그는 연마기계 앞을 지날 땐 공원을 잠깐 쉬도록 하고 직접 기계 작동에 문제는 없는지 한 동안 조작해 본다. 문제가 발견되면 현장에서 지적한다. “왜 이 문제를 모르고 있었느냐?”고 추궁한다. 간부회의 때 간부들의 앉은 자세가 흐트러지면 “똑 바로 앉으시오!”라고 지적도 한다.

저우 회장은 란스커지 회사 본부를 생산 공장 안에 두고 있다. 널찍한 회장실 뒷문을 열면 저우 회장의 작은 아파트로 통한다. 언제든지 아파트에서 나와 사무실과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는 직무에 관한한 엄격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자주 한다. 직원들의 생일도 챙겨준다.

저우 회장이 살아온 인생 46년은 가난한 여공들에게도 열심히 살면 반드시 큰 기회가 온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공산일당 독재국가이기는 하지만 시장경제체제에서는 누구나 세계 여성 최대의 부자로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면서도 저우처럼 성공하기 위해선 하루 16-18시간 중노동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교훈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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