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고현정이 드디어 영화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10년만에 연예계에 복귀해 SBS 드라마 ‘봄날’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마친 고현정. 차기작은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는 ‘봄날’ 이후 약 1년만에 영화 제작발표회장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나타났다. 고현정의 첫 스크린 데뷔작은 놀랍게도 작가주의 감독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다. 일각에서는 이런 그녀의 선택을 두고 ‘해외 영화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의혹을 염두에 둔 탓이었을까. 고현정은 지난 17일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열린 영화 ‘해변의 여인’ 제작발표회에서 “팬으로서 홍 감독의 영화를 원래 좋아했다”면서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현정첫 영화,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이 지난 17일 애스톤 하우스에서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다. 대개 영화 제작발표회는 소규모 극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톱스타 고현정은 첫 영화의 시작부터 남들과 다르다. 워커힐 호텔의 애스톤 하우스는 값비싼 대여료 때문에 유명 스타들의 결혼식 장소로만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영화의 제작발표회가 열리는 것은 영화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 300여명의 취재진이 참석한 기자회견장 안팎에서는 “역시 고현정”이라며 “재벌가의 며느리에서 10년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연예계 이슈메이커답다”는 평이 나왔다.

시나리오도 안보고 출연 결정

시작부터 화려한 이번 영화는 ‘고현정과 홍상수 감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그동안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을 비롯, ‘오수정’,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성향을 보여줬던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이다. 또한 시나리오도 없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콘티를 만들어가며 촬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현정은 물론이고 같이 캐스팅된 배우들(김승우, 송선미, 김태우) 모두 시나리오를 읽지 않은채 작품을 선택했다는 이야기. 단지, 고현정이 맡은 역이 독일 유학파인 싱어송 라이터 김문숙 역이라는 것만 알 수 있다.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캐스팅 1순위에 있는 톱클래스 배우들이 어떻게 ‘한쪽’의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채 영화를 결정했을까 의아함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이에 대해 배우들은 모두 “홍 감독을 믿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고현정 역시 자신의 “역할과 영화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홍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팬으로서 이번 영화를 같이하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현정이 홍 감독의 영화를 결정한 데에는 ‘해외 영화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고현정도 “홍 감독님이 신인감독이었다면, 망설였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미 홍 감독의 국내외 명성이 한몫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소액 갤런티 받아

또한 이번 ‘고현정과 홍상수 감독의 만남’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고현정의 노출 여부’다. 여배우들의 파격적이고 과감한 노출장면은 홍 감독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그동안 단아하고 참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고현정이 혹시 노출연기를 하지 않을까에 취재진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 고현정은 이에 대해 “어머 어떡해요. 노출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감독님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팬들이 파격적인 변신을 원하고, 배우로서 작품에 필요하다면 생각해볼 뜻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이어 “정말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며 얼굴을 붉혀 고현정이 과연 얼마나 노출을 할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고현정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와는 달리 영화 관계자들은 “고현정이 그동안 단아한 이미지로 연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 “홍 감독의 영화를 택한 이유중의 하나가 과감한 변신을 할수 있다는 점 아니겠냐”고 말해 고현정이 노출연기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30대 남녀의 동상이몽 로맨스

‘고현정이 홍상수 감독의 만남’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된 것은 ‘개런티’ 문제였다. 고현정은 지난해 SBS 드라마 ‘봄날’로 복귀할 당시 드라마 1회당 2,000만원이라는 특급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작가주의 성향에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온 이번 작품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개런티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 영화의 제작을 맡은 오정환 대표는 “네 명의 배우들이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하고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면서 “정말 넙죽 업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 대표는 배우들의 출연료가 많이 궁금하겠지만, 배우들의 차기작에 영향을 미칠까봐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현정은 기자회견 내내 밝고 화사한 웃음으로 첫 영화에 출연하는 설렘을 표현했다. 또한 그녀는 “이제까지 안방극장에서 활동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보호받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팬들에게 좀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서 “용기를 내 다가가니까 밀어내지 마시고 예쁘게 봐달라”는 애교섞인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고현정을 비롯해, 김승우, 김태우, 송선미 등 4명이 봄바다로 여행을 떠나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는 30대 남녀의 동상이몽 로맨스를 그린 영화 ‘해변의 연인’은 올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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