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전지현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데이지’에서 킬러와 형사 사이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 지난 97년 패션 잡지 ‘에꼴’로 데뷔한 이후, 각종 CF를 통해 CF 퀸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는 전지현. 그녀는 그동안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1998)>, <해피 투게더(1999)>와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1999)>, <시월애(2000)>, <엽기적인 그녀(2001)>, <4인용 식탁(2003)>,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등을 통해 당당히 톱스타로 성장했다. 2년만에 영화 ‘데이지’로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반가운 그녀, 전지현을 ‘데이지’ 기자시사회에서 만났다.


영화 배우 전지현이 지난 2004년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2년만에 영화 ‘데이지’를 들고 돌아왔다. 데이지는 전지현이 정우성과 이정재와 함께 출연할 뿐만 아니라, 영화 ‘무간도’로 유명한 홍콩의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현지 100% 로케이션으로 기획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데이지의 꽃말은 ‘숨겨진 사랑’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영화 역시 세 남녀의 운명같은 슬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엽기적이고 발랄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전지현은 이번에 두 남자 사이에서 내면의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혜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숨겨진 사랑으로 ‘컴백’

영화속 혜영(전지현)은 낯선 나라에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거리의 화가다.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전시회를 위해 데이지 꽃을 그리러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가 개울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얼마후 그 외나무 다리는 예쁜 다리로 바뀌어져 있었고, 그곳에 자신이 잃어버렸던 붓통도 걸려있었다. 혜영은 예쁜 다리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다음날부터 매일 같은 시간, 혜영에게는 데이지 꽃이 배달된다. 꽃을 보낸 사람은 바로 킬러 박의(정우성). 그가 자신의 처지 때문에 그녀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동안, 혜영 앞에는 데이지 화분을 든 형사 정우(이성재)가 나타난다. 혜영은 정우가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으로 착각하고 사랑을 하게 되고, 그녀를 바라보는 박의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프다.

데이지의 꽃말 ‘숨겨진 사랑’처럼 이들 세 명의 엇갈린 사랑은 전혀 엉뚱한 사건으로 방향이 흘러가게 된다. 기자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난 전지현은 “영화를 촬영한지 꾀 오래 돼서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면서 “영화를 보면서 촬영한 후 잊고 지내던 당시의 느낌이 많이 살아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녀는 “완성된 영화로 보니 연기를 하며 ‘생각했던 것’과는 느낌은 다르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해 취재진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과연 그녀가 생각했던 느낌이란 무엇이었을까.“한국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봤어요. 연출은 홍콩 감독님이 하시고, 제작은 제3국인 네덜란드에서 하다 보니 상황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처음의 시나리오와는 바뀐 것 같아요. 결국, 더 좋은 방향으로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나만의 색깔 내겠다”

영화속에서 화가로 나오는 전지현은 “실제로는 그림을 잘 못 그린다”며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역을 소화하기 위해 개인레슨을 받았지만 여전히 잘 못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번 그림 공부를 통해 전지현이 얻은 것은 의외로 크다. 바로 레슨을 통해 “그녀만의 색깔”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림을 배울 때 선생님이 ‘너만의 나무, 너만의 느낌이 있는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쳤어요. 그런데 그 말이 제 인생과 연기에 모두 해당이 되는 것 같았죠. 사실 이번 영화에서 삼각관계를 표현해야하는 ‘혜영’을 연기하는 것이 좀 어려웠는데, 선생님의 말을 듣고는 ‘저만의 혜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덕분에 ‘혜영’을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전지현이 맡은 ‘혜영’은 그동안 그녀가 맡은 역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동안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엽기적인 그녀’ 등을 통해 엽기적이고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그녀가 이번에는 진지한 내면의 사랑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전지현 역시 “지금껏 맡았던 캐릭터들이 이 시대 감성을 대변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혜영 역은 정반대였다”면서 “겉으로 보기엔 달콤한 삼각관계지만 사실 ‘혜영’이라는 캐릭터를 맡기까지는 고민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시아의 퀸’ 노린다

그동안 한국의 감독들과 촬영을 해봤던 전지현은 홍콩의 유위강 감독에 대해 높은 믿음과 신뢰를 내비쳤다.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 같은 전작들이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것이기 때문에 처음엔 ‘데이지’와 잘 맞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바심을 냈어요. 하지만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촬영 현장에서는 크게 안도할 정도로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생겼어요. 감독님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뷰파인더로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을 잡아냈죠. 감독님께 배운 점도 많고, 도움도 많이 받고, 놀란 부분도 많았죠.”또한 여러 나라의 스태프들이 모여 만든 영화이니 만큼 언어 소통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녀는 ‘영화’라는 매개체로 모두가 쉽게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언어에 대한 불편함은 한 번도 못 느꼈어요. 신기하게도 ‘시나리오’, 즉 ‘데이지’를 통해 서로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거든요. 영화의 힘이라는 것이 언어의 장벽도 넘어설 수 있게 한다는 걸 느꼈죠.”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영화 ‘데이지’는 오는 3월말 홍콩,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 동시에 개봉될 예정이다. 전지현이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의 CF 퀸의 이미지를 벗고 ‘아시아의 별’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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