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사전작업? 박진회 행장 입지 회복?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과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이하 노동조합)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 이들은 일부 부서장을 비롯한 관리직 직급을 전문 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씨티은행이 벌이고 있는 영업전략과 금리정책, 점포전략 등 수많은 부분에서 대립한다. 노동조합은 모든 것이 구조조정 사전작업이라고 판단, 박진회 씨티은행장 퇴진과 브랜단 카니 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의 윤리위원회 제소를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씨티은행은 여전히 공식입장 말고는 입을 닫고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노조 측 “행장 퇴진, 수석부행장 윤리위 제소 추진”
씨티은행 측 “구조조정 등 무관… 문제 개선될 것”

노사갈등이 극대화 된 것은 씨티은행이 성과주의 확산의 일환으로 지난 1월 본점 부서장 53명 중 소비자금융 부문의 13명을 호봉사원에서 전문계약직으로 전환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노동조합은 해당 제안을 두고 앞으로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직시한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본점부서장의 계약직 전환을 강행했다. 일반 3급 부부장, 무기계약직 등을 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종용한 것이 드러났다”면서 “전직원의 계약직화를 하기 위한 정황도 포착된 상황으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지난해 말 씨티은행이 추진한 전국 134개 지점에 대한 지점망 개편 작업도 노사갈등의 중요한 쟁점이다. 또 노동조합은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높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영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지점의 경우 최소 근무인원인 6명 정도를 배치해 놓고 실적 압박을 준다거나 근무 인원도 터무니없이 적게 배치해 금융사고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반고객 대상 지점도 문제지만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지점 역시 보험 판매와 관련된 위법사항이 있다”며 “금융당국 및 조사당국에 모든 고발 조치를 해 올바른 영업전략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은 박진회 은행장의 책임이다. 그를 퇴진시키더라도 문제를 바로잡겠다”면서 “브랜단 수석부행장 역시 국내 금융정책을 위반하고,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어 윤리위원회를 통해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목소리는 은행장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이 직원 209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원 의식동향 조사 결과 “은행장이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는 답변은 36%에 그쳤다. 특히 부부장, 차장, 과장 등 책임자급 1240명의 은행장만족도 평가 점수가 38점 수준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극렬한 반발을 일으키면서도 씨티은행이 전문계약직 전환과 여타 정책들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조합은 이와 관련해 ‘구조조정 사전작업’과 ‘박진회 은행장의 입지다지기’를 들었다.

노동조합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씨티은행이 추진하는 것들은 전부 구조조정으로 귀결되는 과정”이라면서 “구조조정을 할 때 반발을 최소화하고 퇴직금 등 비용을 없애기 위해 계약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잘못된 영업점 전략과 금리를 높여 은행의 상황을 악화시킨 뒤 이를 명분 삼아 ‘회사 상황이 어려우니 줄여야한다’고 핑계를 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말대로 계약직전환 등이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면 구조조정을 왜 하는지에 대한 해석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 관계자는 “우선 외국계 은행의 독특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한국씨티은행은 무조건적인 ‘을’, 미국의 씨티그룹이 무조건적인 ‘갑’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미국 씨티그룹 입장에서 매출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직원들의 복리후생, 인건비 등 지출이 줄고, 그룹으로 들어오는 배당금과 용역비만 많으면 된다. 여기에 말 잘 듣는 노동조합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라면서 “이를 박진회 은행장이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동안 본사의 신임을 확고하게 받지 못한 박진회 은행장을 둘러싸고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런 그가 미국씨티그룹에 잘 보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첨예한 대립

일부에서는 박진회 은행장이 친정체제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내부에서조차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 자칫 씨티은행을 둘러싼 내·외부, 전·현직 임원 간 당파싸움으로 소문이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모습은 씨티캐피탈 매각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씨티캐피탈은 회사를 믿고 있다가 당했지만 우리는 당하기 전에 먼저 예방을 하겠다”면서 “결론적으로 씨티은행은 본사로부터의 완벽한 독립경영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조정, 한국철수설 등을 일축하고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씨티은행은 노동조합의 우려는 전혀 사실과 다르며, 실시되고 있는 정책들은 향후 막대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일요서울]에 보낸 공식입장 자료를 통해 “전문직 전환은 현 호봉 중심의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성과가 우수한 직원이 이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연봉제를 도입한 것으로, 성과주의 문화의 정착을 위한 것이다. 구조조정과는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제안 받은 직원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영업점포 전략도 “우리의 영업점은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과 오퍼레이션 감소에 따른 영업점 인력구조의 변화 등 급격한 디지털화로 인한 금융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맞게 은행이 앞으로 어떻게 변신해 나가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고객의 은행 방문이 전혀 필요 없는 비대면 계좌신규 프로세스 시행 등 디지털 뱅킹 강화를 한 모델 3 영업점은 단순 영업점 오퍼레이션 업무를 최소화 하고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 제공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는 데 의의가 있다. 우수한 인력들로 최소 6명 이상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 고객서비스 및 내부통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씨티은행 노사 간 갈등의 배경에는 씨티은행이 2014년 희망퇴직으로 650명을 내보냈고, 당시 향후 3년간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 작용하고 있다. 협의에 의하면 2017년까지 인원 감축이 없겠지만, 해당 기간이 지나면 곧바로 인원 감축을 단행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노사 간 협상이 2월을 지나 3월에나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떤 결론이 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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