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경선 최대 이슈로 떠올라

대구동을, 무작위로 전화해보니 2명만 당원으로 ‘확인’
서울·대전 등 ‘유령당원’ 명부로 몸살…20년 전 명부 전달되기도

예비후보자들 “당원 명부 못 믿겠다…
차라리 전략공천, 100% 여론조사해라!”


[일요서울 | 특별취재팀] 새누리당 총선 후보를 위한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에 대한 문제점이 속속 밝혀져 ‘유령당원(해당 지역구에 살지는 않으면서 경선 참여를 목적으로 당원 명부에 이름만 올려놓은 사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동구을 새누리당 일부당원이 유령당원이라는 사실을 [일요서울]이 지난 2월 15일 최초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본지가 입수한 200여 명의 당원 명부 중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표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 유령당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급기야 유령당원 논란에 대한 문제가 당 전체로 확산되면서 경선룰에 대한 불만까지 속출하고 있다. 각 계파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략공천’, ‘100% 여론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본지보도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새누리당 유령당원 실체’를 들여다봤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면서 현역 의원이 포함된 당협위원장들은 대대적 당원 확보 경쟁에 나섰다. 현역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대비해 우호적인 당원들을 등록시키거나 수시로 당원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당원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당원 관리를 잘해야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예비후보자들은 당원 여론조사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책임 당원 모집 과정에서 당비를 대신 내줘 등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유령당원을 솎아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중앙당 차원에서 당비대리납부, 허위기명 등 당원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원 30%, 일반 여론조사 70%를 반영하는 공천 방식을 채택했던 것이다. 특히 책임당원 1천~2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여 30%를 후보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승민 유령당원 논란
거주지, 이름 일치하지 않아

하지만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에 대한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유령당원’이 존재한다는 게 논란의 주된 골자다. 본지가 지령 1137호에 보도한 ‘[단독입수]유승민 대구동을 유령당원 수백명 관리 의혹’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본지가 200여 명의 당원 명부 중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그 결과 2명이 대구동을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전화번호만 일치할 뿐 나머지는 일치하지 않았다.

실제 당원 명부에 등재된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봤더니 거주지와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또 이름과 휴대 전화번호는 일치하지만 거주지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당원 명부에는 이름이 등재되었지만 당원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결국 중앙당에서 유령당원을 배제시키기 위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본지 취재로 확인된 결과다.

이에 대해 대구동을에 지역구를 둔 유승민 의원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 의원은 유령당원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유령당원을 가입시키거나 관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대구동을 당원협은 전체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중에서 가장 투명하면서도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당원협의회”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구동을 외에 다른 지역도 ‘유령당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 중구에 출마하는 강영환, 곽영교, 김세환, 신진 예비후보는 ‘중구에만 유령당원이 300명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중구의 경우 은행동의 한 단층 건물에 40여 명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주소지에 적게는 5명에서 40여 명까지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고, 대부분 일반당원이지만 일부 책임당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비후보들의 애환
일부선 ‘경선불복’ 우려

서울 지역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의 한 예비후보는 “책임당원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니 옆 지역구에 살거나 타 지역에 산다는 이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도 “당원들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명부에 나온 번호를 토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니 25% 정도가 문자 수신이 되지 않았다. 결번으로 파악이 되던가 전화번호가 바뀐 경우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원 명부 인원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유령당원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20~25년 전에 작성한 명부를 주는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유령당원 문제로 인해 예비후보들은 남모를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당에서 배포한 당원 명부를 토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선거 사무실로 항의문자가 빗발쳤던 것이다.

예비후보들은 하나같이 “탈당한 지가 언제인데 지금 이런 문자를 보내느냐”, “새누리당 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시로 전화를 하는데, 왜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느냐”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당원 명부에만 의지할 수 없다”, “차라리 전략공천을 해라”라고 입을 모았다. 이 외에도 유령당원 문제를 알고도 당원 30% 여론조사를 반영할 경우 낙천자들이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선불복 사태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당원 명부를 전수조사한 뒤 문제가 심한 지역은 당원 여론조사를 100% 국민여론조사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친박-비박 계파갈등
전략공천 vs 친박 심기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유령당원 논란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추천을 지지하고 있는 친박계에선 ‘유령당원’ 등을 근거로 여론조사 회의론을 주장하면서, 우선 추천 지역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친박계 한 인사는 “안심번호라는 제도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중요한 공천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목적만 생각하고 너무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론조사는 공천을 위한 하나의 참고 자료로만 삼고 평가를 통해 후보자를 걸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량평가, 정성평가를 동시에 수행하겠다는 이한구 위원장의 발언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전략공천’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비박계에서는 일부 문제가 있지만 개선했고 상향식 공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만큼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 문제를 부각하며 시간을 끌어 경선 지역을 최소한으로 묶어두고, 전략공천을 확대해 ‘친박계 인사를 심으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유령번호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붙였는데 상향식 공천 전체를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며 “상향식 공천은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숙청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이를 포기하는 것은 자충수를 넘어 자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새누리당의 경우 당원 명부를 당원협의회 위원장인 현역 국회의원은 볼 수 있다. 당원 명부가 중앙당과 시당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지만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다운로드뿐만 아니라 출력이 되지 않고 특정인이 로그인하면 기록으로 남는다. 경선 일정이 확정되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각 예비후보들에게 일괄 전달된다.

하지만 일부 발 빠른 예비후보나 현역 의원들은 당원 명부를 확보해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