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값월세’ 정책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청년수당 등 청년지업사업을 계획하며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시가 최근 알린 새 사업으로 다시 ‘포퓰리즘’이란 공세를 받고 있다. 이번엔 주거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한 ‘반값 월세’ 사업이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있음에도 주거 빈곤층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포퓰리즘 논란? 
주거문제 심각성을 다시 알리는 계기로


서울시 성북구 보문로에 사는 취업준비생 A(28·여)씨는 한 달 생활비가 빠듯하다. 공연업계에서 약 1년간 일을 하다 지난해 상반기에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A씨는 “현재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약 150에서 많이 받을 때는 인센티브 포함해 170~180만 원을 벌지만 방값으로 나가는 비용을 제하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A씨가 사는 원룸은 역 근처라 주변 시세보다 비싼 데다, 반전세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다달이 나가는 순수 방값만 약 30만 원. A씨는 “관리비 포함한 방값이 30만 원이라고 하면 주변 친구들은 부러워하지만, 수도세·전기세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해 거의 40~50만 원이라고 보면 된다”면서도 “물론 주변 친구들에 비하면 그나마 ‘싼 가격’에 살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신촌로 인근에 거주하는 B(32·여)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방송업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B씨는 고정수입이 일정치 않은 데다 집안 생활비도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방값에 많은 지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원룸에 혼자 살고 싶어 2년 전에 이어 최근에도 다시 방을 알아봤지만, 그새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현재는 하우스메이트들과 함께 비용을 부담해 역 인근에서 살고 있지만, 이런 위치의 집을 원룸으로 구하려면 전세는 최소 5000만 원에서 1억에 이르는 매물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월세가 반값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서울시가 최근 새소식을 통해 ‘반값 월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23일 서울시는 낡은 고시원, 여관·모텔, 빈사무실을 주거용 쉐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사업의 시행배경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주거비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또한 이 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해당건물(건축연한 20년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서울시로 신청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입주희망자는 오는 6월경 SH공사에 별도 문의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번 사업은 사회적 기업이 일반인에게 건물을 매입하면, 시가 이 기업에게 리모델링비를 비원해주고 한국사회투자에서 사업비를 대출해주는 시스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이 기업이 매입한 건물을 리모델링을 하면 SH공사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형식이다.


이번 정책에 대해 시는 이번 사업이 시행돼 주거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등이 입주할 경우, 월세는 주변시세의 약 50~8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10년간 거주가 가능하지만, ▲ 서울시에 거주하는 무주택 1~2인 가구 ▲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70% 이하의 소득 등에 해당돼야 입주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입주물량의 30% 이내는 청년주거빈곤층(도시근로자 소득의 50% 이하)에게 시세 50%로 10년간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쉐어하우스는 1인실과 2인1실로 공급될 예정이다.


시는 올 상반기 시범 사업을 통해 성과 여부에 따라 하반기에도 400실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연간 2000실 규모로 물량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이를 쉐어하우스로 꾸며 주거빈곤층에게 물량을 공급하는 시의 이번 대책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개정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으로 가능하다. 당시 국토부는 오래된 고시원, 오피스텔 등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한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의 이번 사업도 이의 연장선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노후 고시원·오피스텔 등 준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정책이 저소득층을 위한 리모델링 임대주택 사업의 연장이라는 분석이다.

반응은?

시의 새 사업이 알려진 뒤, 일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환영의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서울 내에서의 열악한 주거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사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서울 주택의 전세값이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월 국내인구이동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서울시의 순유출 인구수가  6854명이었다. 이는 경기(9190명), 세종(4363명) 등 서울 주변의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증가한 것과 반대의 경우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높은 주택 가격의 문제로 서울시민들이 주변 도시로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시가 발표한 이번 대책이 주거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청년문제도 다시 거론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시가 내놓은 ‘반값 월세’ 정책이 결국 청년층의 표를 고려한 포퓰리즘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한다. 연이어 청년수당 등 청년지업사업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에 대한 거부반응이라는 평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의 이번 정책을 두고 높은 주택가격, 주거빈곤층의 증가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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